#프롤로그

입사 지원서.

이름 : 정가은.

생년월일 : 1989년 7월 1일 (만 28세)

성별 : 여.

호주와의 관계 : 부(父)

호주성명 : 정기봉

E-mail : gaeun29 @ nara.com

주소 :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개인 정보 보호상 이하 생략.

전번 : 010-8689 -****(개인 정보 보호)

학력 : 성운대학교 졸업/ 산업디자인과/ 학사/

자격증 : 운전면허증 1급/ 오토캐드 자격증/ HSK 3급/ 공인중개사/ 이하 생략./

언어영역 : 영어 상/ 중국어 상/ 일어 중상/ 스페인어 중/

자기 소개서

안녕하세요. 꿈을 찾아 지원한 정가은입니다. 저에겐 어릴 적 특별한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직업이라는 게 뭔지 몰랐던 어린 시절 막연하게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네. 저의 특별한 꿈은 육아도우미입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제가 이 특별한 꿈을 가지게 된 이유는 있었습니다.

전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할 때면 한 번도 아이를 돌보는 엄마 역할을 해 본 적 없었습니다.

정말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하고 싶었는데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는 분명히 있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밝히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꿈이 하나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난 4년간 상우기업의 디자이너로서 근무하였으며, 그 또한 저의 꿈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지난 4년 동안 디자이너로서 성실히 임해 왔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이유를 물으신다면, 전 제 마지막 남은 꿈을 위해 그만뒀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말했습니다.

좋은 회사에서 근무 잘하다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라고.

여자는 결혼만 잘하면 그게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편협한 사고방식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며, 순수함과 동심이 가득했던 시절의 꿈을 찾아 이렇게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는 저의 어릴 적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며, 전 저의 마지막 동심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임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 미혼으로 육아에 대한 경험이 없긴 하지만, 이번 입사지원을 위해 육아에 관한 다수의 책을 정독하였습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통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뭐든 잘하는 사람은 없듯이 저 또한 그와 같은 과정을 분명 거치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전 이번에도 잘 적응하고 잘해 낼 자신이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제 가족처럼, 제게 아주 어린 동생이 생겼다는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가은 씨.”

“네.”

“이전 직장에서 근무를 잘 하신 것 같은데, 이 일 때문에 그만두신 건가요?”

“아, 그건.”

가은은 잠시 망설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너무 길고, 그렇다고 결과만 말하자니 억울하다.

“괜찮으시다면 서면 작성해서 제출해도 괜찮을까요?”

가은의 역 물음에 면접관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말의 의미는 저 면접 통과했죠? 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언제 제출하실 수 있죠?”

한 면접관이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합격하며 바로 제출하겠습니다.”

가은의 당찬 대답이 이어졌다.

“정가은 씨 참 당찬 지원자네요.”

“바로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기회를 드려야죠. 탈락 여부는 서면 작성된 내용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좋아요. 다른 질문 하나 하죠.”

“네.”

“남자는 좋아하나요?”

가은은 면접관의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성적 취향을 물어보는 뜻은 아닌 건 정확했다.

“soso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