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아 먹은 듯한 빨간 입술, 2센티미터는 족히 넘고 남을 것 같은 두꺼운 안경알, 콧등 중간에서 S자로 물결치듯 휘어져 있는 매부리코 마녀 코, 침울하고 우중충한 분위기, 그리고 누가 뜯어먹은 듯한 단발머리…….'대관절 머리는 어디 무허가 미용실에서 잘랐대?'“우와, 레고 아줌마다!”'삐삐삐…….'한국 대학교와 신라 여대와의 미팅 중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폭탄 출현이닷!'오늘의 미팅 주선자 한국 대학교 의학과 본과 4학년인 주석형은 대학 시절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절호의 미팅 찬스가 단 한 마리의 미꾸라지로 인해 파토날 것 같은 위기감에 섬뜩 뒷골이 바짝 당기고 있었다.'가뜩이나 장소도 고급스러운 카페로 예약해서 잡고 미팅 참가비도 일인당 적지 않은 5만 원 대를 받아 챙긴 그로서는 당연히 미팅의 수질 관리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얼른 황야의 무법자가 총을 꺼내들듯 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분주히 버튼을 눌러댔다.'“야, 나다. 너 나와라, 얼른.”'[뭐냐? 나 내일 인체 구조론 시험 있다. 한창 시험 기간인데 여대 애들이랑 미팅이나 하는 누구처럼 한가하지 않다고!]'휴대폰 건너편에서는 생각보다 신랄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상대방의 순순치 않은 반응에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닦아내는 석형은 바작바작 피가 마르고 있었다.'“야, 너 전에 나한테 빚진 거 있잖아. 이번 것은 건당 5만 원이다.”'석형은 다급한 목소리로 상대편을 협박하는 동시에 회유까지 했다. '일명 채찍과 당근 요법이라…….'“이번은 레고 아줌마라고… 장난 아니야!”'[나 참…….]'휴대폰 건너에서 마뜩하지 않아 하는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리는 가운데 또다시 거절의 말이 나올까 싶어 석형은 얼른 먼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뾰족뾰족 가시 돋친 시선으로 테이블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듯이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