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선일은 아직 새벽의 파르무레한 여명이 채 다 가시지도 않은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이제야 막 밤의 어둑한 기운이 가시고 있는 하늘은 느릿하게 시린 푸른빛으로 염색되어가고 있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공기는 맑고 차가웠다.'아무도 다니지 않는 거리에 선 선일은 그 공기를 한껏 폐부로 흡입하며 달리기 시작했다.'곧 있을 큰 대회를 준비하는 운동선수처럼 비장하게 달리는 남자는 달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목적의식도 없는 것 같아 보였으나, 그 머릿속은 제멋대로 꼬인 실타래처럼 어지러웠다. 그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이토록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건만, 평소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도 오늘만큼은 별 효용이 없었다.'간밤, 선일은 거의 자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잠들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 입술의 감촉, 입가를 간질이던 숨결, 불그스름한 열꽃이 핀 볼, 수줍은 듯한 눈빛, 그리고 ‘그건 대체 무슨 의미지?’라는 의문이 고장 난 테이프처럼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그래, 그건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그 난데없는 키스는.'물론 키스라고 할 수도 없는 가벼운 접촉일 뿐이었지만, 아무리 정신세계가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도연희라 하더라도 아무 의미 없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가 알기로 여자가 남자에게 그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말도 안 돼.'연희가 왜? 언제? 어째서?'아니면 상식 밖의 상식을 가진 녀석이니 혹시 그냥 갑자기 불끈해서 누구라도 덮치고 싶어졌다거나…….'아니, 아무리 상식 밖의 상식을 가진 녀석이라고 해도 그 정도까지 정신이 없지는 않았다.'선일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또 되묻고 되물으면서 달렸다. 그때, 썰렁한 거리의 맞은편에서 검은 인영이 뽀얗게 일어나는 입김을 내뿜으며 새벽 공기를 가르고 달려왔다.'그와 달리 상대는 정말 새벽 운동 중인 운동선수인 건지, 위아래로 새까만 땀복을 입고 후욱, 후욱, 규칙적이지만 상당히 수상한 숨을 내뿜으며 꽤나 자세가 잡힌 폼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 세계에 빠진 선일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선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