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살금.'올해 열 살 난 사내아이 시혁은 자신에게서 일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작은 나뭇가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몸통이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책에서가 아닌 실제로 보게 된 고추잠자리의 모습에 시혁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숨까지 참아가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작은 나뭇가지로 다가간 시혁은 엄지와 검지를 재빨리 잠자리 날개에 가져다댔다. 순간 시혁의 존재를 알아채고 날아가려던 잠자리는 빠른 속도로 다가온 시혁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잡았다!”'작은 손가락 사이에 잡힌 날개를 빼내기 위해 애쓰는 잠자리를 바라보며 시혁은 환호성을 질렀다.'“형아! 형아! 내가 잠자리를 잡았어!”'신이 난 시혁은 잠자리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자신의 형 수혁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나 시혁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은 형 수혁이 아닌 자신과 동갑내기 친구인 채나희였다. '“정말 잡았어? 어디? 어디?”'시혁에게 다가온 나희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잠자리를 바라보았다.'“와아! 정말이네. 어디서 잡았어? 어떻게 잡았어? 정말 네가 잡은 거야?”'나희는 시혁의 손에 들린 잠자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희의 호들갑에 시혁은 어깨에 힘을 주고 기세등등한 얼굴이 되었다.'“내가 잡았으니까 내 손에 있지. 안 그럼 이게 어떻게 내 손에 있겠냐?”'뻐기며 말을 하는 시혁과 잠자리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나희가 간절한 시선으로 말했다.'“은시혁! 나 이거 한 번만 잡아보면 안 돼?”'“안 돼!”'대번에 나온 시혁의 대답에 나희는 입을 삐죽거렸다.'“한 번만! 응? 한 번만 잡아보자!”'“안 된다니까!”'나희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시혁을 바라보았다. '“시혁아~ 한 번만! 응? 한 번만~! 제바알~!”'너무나 애처롭게 애원하는 나희를 보며 시혁이 한 번 잡게 해줄까 속으로 고민하는 사이 그새를 참지 못한 나희의 토라진 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치! 나쁜 은시혁! 수혁 오빠한테 잡아달라고 하면 돼! 수혁 오빠는 너보다 훨씬 훨씬 큰 걸로 열 마리는 잡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