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이야기'''''<세계적인 액세서리 회사인 스와니에서 수년간 자회사의 소유였던 563캐럿의 크리소베릴 ‘알렉산드라이트캐츠아이’를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16세기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원석은 빛을 받으면 선명한 녹색에서 황금색으로 바뀌는데 색의 선명도가 높은데다가 캐츠아이 효과까지 같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크리소베릴 광석에 속합니다. “스타아이즈”란 별칭으로 불리며 수년간 스와니의 이미지를 대변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 기업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스와니가 스미소니언박물관에 후원을 시작하면서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노르웨이의 오슬로 박물관 도난 사건을 비롯해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진 예술품 도난 사건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측의 보안상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반증하고 있다며 스와니 측에서는 스미소니언의 경보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스미소니언박물관 측은 “경보 체계를 강화하고 다른 보안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12월 21일까지 3주간 박물관을 폐쇄한다” 고 발표했습니다.>''한주는 아나운서의 보도를 들으며 정보 사냥꾼인 ‘체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스미소니언이 새로 설치하는 경보 시스템에 대해 알아봐 줘. 되도록 자세하게.]'한주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한주는 스릴을 찾을 수 없었다. 한주는 조만간 뉴욕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한주는 몇 주 전 진혜선과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스미소니언은 유럽 지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과는 경비체계가 틀려. 훨씬 삼엄하지.>'진혜선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자 한주는 도전적으로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어쨌든 스와니에서 조만간 스타아이즈를 스미소니언에 기증할 거란 말이잖아요?>'<그래. 하지만 쉽게 훔쳐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더구나 9‧11 사태 이후로 경비가 강화된 데다가, 스타아이즈가 워낙 고가라 보험회사 측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텐데, 웬만한 실력으론 어림도 없지.> '한주의 어머니와 오랫동안 친분을 가지고 있던 진혜선이 한주에게 접근한 건 3년 전의 일이었다. 어린시절부터 한주를 보아온 진혜선은 한주가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이면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것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명예욕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만능 스포츠맨인 한주의 체력이면 웬만큼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으리란 판단이 섰었다. 무엇보다 위기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뛰어났고, 몸이 날렵했다.'3년 전, 진혜선이 처음 미술품 절도에 가담할 것을 제안했을 때, 한주는 금전적인 이득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한주의 마음을 움직인 건 웬만한 실력으론 끼어들 생각을 말라는 진혜선의 말이었다.'아무도 할 수 없는 일,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을 성공했을 때의 짜릿한 쾌감에 한주는 저도 모르게 점점 조직에 깊숙이 가담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