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여름. 길거리에는 여름에 걸 맞는 음악들이 울려 퍼진다. 살갗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민소매 티셔츠와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이 즐비하고, 남성들도 여름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선글라스나 캡 모자가 필수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앞이 트인 신발들이 길거리에 자국을 만든다. 더위를 즐기는 사람들과 더위를 피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모인 유흥가의 중심에 아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 간판의 불이 꺼져있는 룸살롱이 있다. ‘선샤인’ 이 바로 그곳이다. 퇴폐적인 술 가게의 이름 치고 왠지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단어가 간판에 새겨진 그곳에 선혜가 있었다. 거리는 이미 토요일 밤을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지만 선혜는 아직도 작은 방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저녁쯤에 일어나서 일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작은 옷장 하나,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한 대, 사용한 지 몇 년이 되었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서리가 둥글게 패인 아담한 화장대 하나. 그리고 그녀가 누워 있는 자리 옆에 놓여져 있는 담배 한 갑과 일회용 라이터 하나. 집이 없는 그녀가 지내고 있는 작은 방에는 그 물건들이 전부였다. 그 적은 수의 물건들조차 그녀의 소유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옷장 안의 옷들은 마담이 입으라고 사준 것이었지만 그녀가 일을 그만 두게 된다면 다른 이가 입게 될 옷이었고, 화장대와 화장품들은 예전에 그 방을 쓰던 사람이 남겨두고 간 것이었다. 딱 하나 그녀의 것이 있다면 담배와 라이터. 그것뿐이다. ' 몸을 있는 대로 구부린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있던 선혜의 눈꺼풀이 힘겹게 들어올려졌다. 무전기를 생각하게 만드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큰 고물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작은 방 안에서 메아리를 만들며 그녀를 깨우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네.”'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뱉는 선혜는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가족도, 형제도, 친구도 없는 그녀에게 전화를 할 사람은 그 사람뿐이니까.'[아직 자나?]'“일어났어요.”'[오늘 갈 거야.]'“네.”'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그녀가 순순히 대답하자 별다른 말없이 전화를 끊었고, 전화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선혜는 몸을 일으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도톰한 입술 사이로 뽀얀 연기가 새어나왔고, 벽에 걸려있는 동그란 시계를 쳐다본 그녀는 이제 슬슬 일을 나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급하게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가 온다고 했으니까. 그가 기다리라고 했으니 다른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는 거니까. ' 일주일에 한번. 아니, 이 주일에 한번이었던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는 아무 때나 그가 원할 때 그녀를 찾아왔고, 그가 원할 때 그녀를 취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오면 만나고, 그가 안기라 하면 안겼다. 그런 관계였다. 일종의 주인과 몸종 같은 그런 관계. 누구든 돈만 있으면 그녀를 가질 수 있었다. 마음을 가지려 하는 것은 욕심이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몸만은, 그녀의 몸을 가지는 것만은 가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