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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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엄마가 울었다.
“사, 살고 싶어…… 흑…….”
“괜찮아. 살 수 있어, 우리.”
“어떻게! 무슨 수로!”
“어떻게든. 우리가 살아야 수아도 살지. 정신 차려, 당신.”
나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멀뚱히 보았다.
이곳에 들어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놀이공원을 가자고 조르는 게 아니었어.’
같은 반에 자칭 골목대장이 있는데, 그 자식이 하도 자랑을 해서 충동적으로 오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 아빠와 바이킹을 타다가 갑작스레 블랙홀을 맞이하며 던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지금 여긴 절벽 중앙에 움푹 파인 홀 안으로, 다행히 널찍해서 셋이 있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방 안에 간식으로 들고 온 육포나 과자, 음료수가 모두 동이 난 지 2일이 지났다.
언제 구조대가 올지 모른다며 아껴 먹었지만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극심한 갈증에 침조차 삼키기 어려워 그저 엄마 아빠를 가만히 올려다볼 뿐이다.
역시 어른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말할 힘이 남아 있다는 것에 부러워하면서.
“끼긱.”
그때 낯선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엄마 아빠는 대화하느라 못 들은 듯했지만 나는 톡톡히 들었다.
소리를 낸 것의 정체를 알지도 못하면서 두려움부터 올라왔다.
여기 우리 셋 말고도 다른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걸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두려움이었다.
언제부터 있던 걸까, 왜 있는 걸까,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하는─.
삐거덕거리며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봐 버렸다.
두 발로 걷는 곤충, 그건 사마귀의 모습을 하고 엄마 아빠의 뒤에 서 있었다.
“……!”
눈이 마주치곤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나를 본 엄마 아빠가 다툼을 멈추고 말을 걸어왔다.
“수아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 아니야…….”
“어머, 얘 말도 더듬네.”
“열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엄마가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말해야 하는데, 지금 엄마 아빠 뒤에 커다란 사마귀가 있다고 말해야 하는데. 도무지 입이 안 떨어졌다.
엄마가 내게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엉덩이를 떼려던 그 순간.
휘릭-! 하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커억!”
아빠의 목이 잡혀 버렸다. 사마귀의 손 같은 것에 의해서.
“어머, 여보!”
그제야 엄마는 뒤돌아봤고, 사람의 형체를 한 그것을 마주하게 됐다.
“수아야, 도망가! ……컥!!”
아빠는 목을 쥐어짜 내는 소리로 외쳤다.
사마귀에게 붙들린 목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움푹 파였다.
바동바동.
아빠의 발이 허공에서 휘저어졌다.
평소 세상에서 제일 듬직해 보였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빠와 사마귀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였다.
사마귀의 등 뒤로 수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서서히 기척을 낸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벌……레?”
마치 사마귀의 백그라운드를 맡고 있는 것처럼 틈 없이 나열돼 있는 수많은 벌레. 그건 종류도 제각기였다.
바퀴벌레, 지네, 주먹만 한 파리 등.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는지 주저앉은 채로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팔로 감싸 안고 있어서, 나 또한 뒤로 몸이 옮겨졌다.
그동안에도 나는 바동거리는 아빠의 두 다리를 멀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후 아빠의 목이 우두둑─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엄마와 내 몸은 기우뚱 기울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 * *

“……!”
가, 갑자기 이게 뭐지?
급작스레 떠오른 잃었던 기억.
수아는 순간적으로 아찔해진 머리를 짚었다. 속이 뒤집혀 욱욱거렸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아직까지도 살고 싶다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족제비를 향해 절뚝이며 걸었다.
‘하아. 도와줄 생각 전혀 없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기억을 찾아서는.
수아는 망토 모자를 벗으며 절벽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여, 역시 너였구나! 나 좀 구해 줘!”
족제비가 희망이라도 찾은 것처럼 활짝 웃는 낯짝을 보였다.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 나뭇가지 부러진다?”
“아, 응…….”
본인이 불리한 상황이란 걸 정확히 인지하긴 했는지, 요구에 별 구시렁 없이 수긍한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수아는 머리를 굴렸다.
‘흠, 어떡하지.’
여전히 비는 쏟아지고 있었기에 끌어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밧줄 같은 거라도 있어야……. 아, 맞다.’
찰나, 배낭 속에 있던 물건이 떠올랐다.
안에는 이게 필요할까? 싶은 수준의 각종 생존 물품이 들어 있었고, 그중엔 낙하 방지 밧줄도 존재했다.
이후 수아는 다시 절벽 아래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야, 네 손 잡으려고 뻗는 거 아니니까 살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
저 자식이라면 미리 언급해야 했다. 꽤나 경거망동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 그럼……?”
족제비가 뭐 어떻게 하려는 거냐는 얼굴로 물어 왔지만, 구구절절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나뭇가지는 소리 없이 금이 가고 있던 탓이다.
수아는 배낭으로 손을 뻗어서 지퍼부터 열었다. 갑자기 가방 문을 연 수아를 말똥히 보던 족제비가 꽥 소리 질렀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구해 달리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하지만 족제비는 족제비답게 헛다리를 짚으며 성질부터 냈다.
“내, 내 거 다 들고 튀려고 그러는 거지!? 다 알아, 이 나쁜 계집애야!“
“허……?”
어쩌다가 배낭이 ‘내 거’가 됐지?
엄연히 따지면 공동 소유물이고, 마수에게 도망쳐 들고 온 건 저였기에 지분은 족제비 쪽이 모자랐다.
홧김에 정말로 배낭 안에 든 물건만 빼낼까 싶었지만, 순간적으로 발휘된 우주의 힘으로 인류애를 박박 끌어모았다.
“닥치라고 했다? 진짜 놓고 가기 전에 입 다물라고.”
그제야 족제비는 조용해졌다.
널따란 배낭 속에서 손을 휘저으며 집중하고 있자니 이윽고 밧줄 같은 것이 잡혔다.
수아는 그걸 조심스레 꺼내 묶인 줄을 풀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족제비가 있는 쪽에 밧줄을 던졌다.
“악! 얼굴에 맞았잖아!”
여전히 갑이 누군지 깨닫지 못하고 바락대던 족제비를 짜게 식은 눈으로 보고 있자, 뒤늦게 밧줄을 던진 의의를 깨달은 그가 황급히 밧줄을 잡았다.
그 반동으로 나뭇가지는 우둑- 하는 소리를 내며 운명을 다했다.
쓸모 있는 게 잔뜩 들어 있던 배낭이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수아는 순식간에 짧아지는 밧줄을 다급히 낚아챘다.
갈고리를 근처에 보이는 아무 나뭇가지에나 걸고 잡아당겼다.
밧줄이 팽팽해지며 한동안 들썩거리더니, 이내 인형이 절벽 아래에서 올라왔다.
“허윽, 허억…….”
족제비는 바닥에 손을 짚으며 엎드린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몸을 써서인지 목이 마르다 생각한 수아는 고개를 쳐들어 입을 벌려 비를 마셨다.
그 모습을 힐끔거리던 족제비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고, 고마워.”
그에 수아는 치켜들었던 턱을 내리며 기진맥진한 얼굴로 대꾸했다.
“알면 나중에 다 갚아.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천만다행이었다. 배낭은 잃었지만 지도는 족제비의 주머니 속에 있었다.
야비한 족제비라며 한바탕 나무라고 있자니, 어쩐지 힘없는 쭈구리를 타박하는 몹쓸 인간이 된 것 같아 관뒀다.
“일단은 보물함 쪽으로 다시 가 보자.”
“왜, 왜? 이젠 그냥 스, 스급 있는 데로 가면 되는 거 아니야?”
“흠, 왜 그러냐면…….”
“그, 근데 그 촌스러운 안경은 뭐야…?”
지금 수아는 두 번째 보물함에서 발견한 상세 정보 안경을 쓴 상태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동그라미 설명서
- 빨간색: 안전지대(상세 보기)
- 분홍색: 마수 서식지(상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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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보스 마수(상세 보기)
- 노란색: 보물함(상세 보기)】

‘무슨, 틀린 그림 찾기인가.’
안전지대 색상쪽에서 오류가 났지만, 그 옆에 붙은 상세 보기를 누르니 또 다른 설명이 생겨났다.

【- 보스 마수: 아나콘다 외형의 D급 보스 마수가 있다.】
【- 마수 서식지: 고블린 마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