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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 유비 11권
조조의 결단
조조는 하북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순욱이 임의로 대응하여 조인에게 회군을 요청한 것도 알았다.
“장안성을 결국 얻지 못하고 물러나야 하는가?”
치명적이다.
대규모로 군을 일으켜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면 뒤에 따르는 문제가 너무나도 커진다.
그러나 조인까지 물러났다면, 현재 조조군의 힘만으로는 장안성을 함락시킨다 해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 사이 유비는 하북을 완전히 손에 넣고, 조비 또한 생사를 장담할 수 없게 되리라.
“그래, 실패했다. 실패를 받아들인다.”
어느 순간 조조는 마음을 비웠다.
계획이 완전히 실패했다.
노렸던 모든 것이 오히려 반대의 결과로 나왔다.
자신이 친정을 나온 사이, 사례는 마초군에게 털리고, 이제 하북은 유비군에게 털리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위기상황이 오니 갑자기 두통도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 지금 나에게는 곽봉효도 없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그 누구도 군략에 대해 나에게 간책하지 않는다.”
조조는 항상 자신에게 인재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군사들만 해도 두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곽가가 죽은 후 조조에게 이렇다 할 군략을 논한 군사는 없었다.
순욱, 순유, 정욱이 비록 뛰어나긴 하지만 그들은 군략보다는 내정이나 첩보 쪽에 재간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조비의 군사인 가후가 있으리라.
그러나 가후도 변방 출신이어서 그런지 아직 중원 전체를 놓고 대세를 논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성 하나를 쳐서 빼앗거나, 도리에 따라 처세하는 것은 훌륭하다.
하지만 천하를 놓고 크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눈앞에 작은 부분을 세밀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는 쪽이다.
“나 밖에 없다. 천하를 모두 보고, 모든 세력을 머릿속에 담고, 아군의 갈 길을 정할 사람은...”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실패했다.
그러니 이제 다음 일을 생각하자.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북은, 아니지, 병주를 포기하면 기주는 보존할 수 있겠군.”
지금 조조 자신이 하북으로 가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장안을 통해 가는 것도 아니고, 중원을 빙 돌아서 가야 한다.
병력이나 물자도 문제지만, 조조 자신의 체력도 문제다.
피곤한 상태로 급하게 가서 유현덕과 싸운다?
패배하러 가는 것과 같다.
조조는 고민 끝에 병주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는 장자인 조비도 포기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조는 그 부분은 오히려 냉정하게 생각했다.
“나 조조의 자식이라면 그 정도 위기는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조조는 우선 사자를 보내 조비에게 기주로 회군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 명이 조비에게 닿을지, 그리고 조비가 기주로 회군할 수 있을지는 오직 조비에게 달렸다.
“문제는 눈앞의 장안이다.”
조인에게 다시 장안으로 진격하라고 할까?
시간에 맞지 않는다.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이 조인에게 닿으려면 한두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조인군은 그냥 사례 전역을 방어하게 하자.
마초군이 휩쓸고 간 지역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장안은 아직 얻지 못했지만, 기성은 함락시켰다.
기성의 방비를 철저히 하면 서량과 장안의 발호를 모두 견제할 수 있다.
“손권군은 서량을 마초군에게 빼앗겼고, 기성도 나에게 잃었다. 옹주도 손권군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손권군이 가진 것은 장안성 하나뿐이다.
세수를 걷을 지역이 없고, 병사를 충당할 수도 없다.
손권군은 이제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곧 조조군을 위협할 수 없는 군소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다.
“아니지, 아직 손권군에게는 병력이 있군.”
머리가 맑아져서 그런지 잊고 있었던 것이 하나 생각났다.
익주를 치러 간다고 동잔도로 들어갔던 주유군,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그자들이 익주로 진격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빠졌을까? 아니다.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수가 오만이나 되는 병력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 신병이라 큰 전력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이 동잔도 안으로 들어간 지 일 년이나 되었다.
일 년 전 신병은 지금은 신병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동잔도로 연병을 하러 들어간 것일 수도 있겠군.”
적어도 주유군이 출병했을 당시, 조조군은 아직 장안성으로 진격하지 않았다.
마초군과 유비군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미래를 위해 수만의 정병을 빠른 시일 내에 키우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병사들의 창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유비군이나 마초군쪽이 아니다.
바로 조조군, 자신들 쪽이다.
“크크큿, 좋아. 모두가 나 조조를 노리는구나.”
투지가 끌어오른다.
주유군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드디어 천하가 움직이는 게 모두 보였다.
보이면 대응할 수 있다.
조조는 하나씩 처리하기로 했다.
조조는 먼저 유비군에게 황명으로 사자를 보내기로 했다.
병주의 흑산적을 토벌한 공을 치하한다. 동시에 장안과 서량까지 정벌할 것을 명한다.
마초군은 반역의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처음 벼슬을 주면 손권군과 싸우고 서량으로 가겠다는 말은 거짓임이 판명 났다.
여기서 유비군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
마초군을 천거한 것이 바로 유비군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
조조는 유비군이 손권군과 마초군을 정벌해야 도리에 맞는다고 황명으로 명을 내리기로 했다.
“유현덕이 받을까? 받을 리 없겠지.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무시하면 더 좋다.
황명을 무시하면 역적이다.
즉시 서주로 진군하여 유비군과 자웅을 겨루리라.
“그래, 싸우려면 병주가 아닌 서주에서 싸워야지. 서주로 진군하면 유비군의 세력을 모두 흔들 수 있다.”
싸우려면 적의 땅에서, 그것도 가능하면 적의 중심지에서.
따지고 보면 변두리는 신경 쓸 것도 없다.
유비군이 허도를 함락시키면 조조군이 멸망할 것이고, 반대로 조조군이 서주를 점령하면 유비군이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근본이 되는 땅을 잃은 세력은 뿌리를 잃은 나무와도 같으니까.
당장 손권군만 봐도 안다.
그들이 익주를 잃은 시점에서, 그리고 나라를 세운 손책이 죽은 시점에서, 손권군의 미래는 닫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아직까지 손권군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조조군을 위협하면, 유비군과 자웅을 겨룰 수 없다.
“장안이 문제가 아니다. 주유군을 처리해야 한다. 주유군만 처리하면, 손권군은 더 이상 다른 지역을 넘볼 수 있는 군세를 가지지 못한다.”
조조는 이제 땅을 보지 않기로 했다.
적을, 적의 병력을 보기로 했다.
먼저 손권군의 병력을 모두 제거한다.
그 뒤 모든 힘을 모아, 유비군을 상대한다.
“주유군을 끌어내야겠군.”
현재 위급한 것은 유비군이다.
그러나 조조는 냉정히 따져본 결과 유비군은 그다지 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병주만 포기하면, 조비만 포기하면 유비군은 더 이상 발호를 하지 못할 것이다.
끝까지 명분을 챙기는 유비군의 속성을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단, 그래도 모르니 방비는 해야 한다.
“낙양의 치안을 책임지는 것은 만백녕이지. 그는 뛰어난 인재다. 조자효와 함께라면 능히 유비군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조조는 만총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는 조조가 비장의 한 수로 숨기고 있는 문무겸전의 장수다.
즉시 순욱에게 사람을 보내 순욱이 모았을 병력에 대한 지휘권을 만총에게 맡겼다.
순욱은 자신에게 돌아오라 말하지만, 조조는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장안성이 아닌, 손권군을 끝장낸 후에야 다음 일을 정할 것이다.
*
“조조군은 기성을 얻었으나, 장안성은 포기하고 물러났습니다. 그들은 기성에 상당한 수의 병력을 남겼고, 방비를 더욱 두텁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본대는? 본대는 회군했나?”
“그렇습니다. 기성과 양평관에 병사를 남기고, 나머지는 상용으로 회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노자간이 잘 버텨 주었군.”
주유는 노숙이 보낸 밀정의 보고를 받고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다.
서량이 마초군에게 넘어갔고, 기성까지 조조군에게 빼앗겨 옹주도 잃었다.
그래도 장안은 지켜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키운 병사들이 남았다.
그동안 몇 번이나 회군하고 싶었다.
조조군이 그토록 노골적으로 배신하여 장안성을 공격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만약 그때 연병이 끝났다면 출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전력이 부족했다.
조인군은커녕, 양평관을 공격하는 유비군과 싸우기에도 부족했다.
어차피 그 시점에서 전력이 되는 정예병들은 대부분 장안에 놓고 왔다.
노숙의 분전을 믿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것을 잃었지만, 오만의 정예병은 남았다.
“식량도 이제는 거의 다 떨어졌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주유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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