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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 유비 7권
영안 공략전-2
 
장강 상류 남쪽의 산악지대는 경사가 무척 급하고, 돌과 나무가 많아 대군이 주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공병은 원래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유비군 본대가 상륙한 지 3개월,
이제는 산을 계단처럼 깎아서 층층이 건물을 지은 게 백여 채가 넘었다.
처음에는 3만이 겨우 주둔했지만, 이제는 10만이 너끈히 주둔하고, 군비물자를 비축할 창고도 꽤 지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마의가 육성한 공병대의 상당수가 현장에 투입되어 주둔지를 넓히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중생유.
대군의 주둔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둔지를 넓힌 만큼 군을 더 데려와서 배치시킬 수 있다.
유비는 앞으로 삼 개월이 지나면 이곳에 이십만의 병사를 주둔시킬 수 있으리라 계산했다.
혼자 계산한 게 아니라, 남태학 학자들에게 시켰다.
면적 대비 주둔가능한 병사수를 산출해 내는 것은 산학의 기본이다.
공사진척도에 따른 주둔가능 병사수를 꽤 자세하게 뽑아낼 수 있었다.
항구도 두 개나 지었다.
큰 항구를 지을 지리적 여건은 안 되지만, 강에 둑을 만들어 이제는 꽤 그럴듯한 항구가 되었다.
이는 지금이 건조기라 장강의 물이 줄어서 가능했다.
여름이 되어 물이 불어가면, 혹은 호우로 인해 홍수라도 나면 항구는 그날로 사라질 것이다.
항구 자체가 배와 함께 한 번에 쓸려나가 유비군 본대가 고립될 수 있다.
그때에는 강 건너에서 구조선단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상관없다.
홍수는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난다.
겨울에는 물이 줄어 건조해지니 홍수가 날 걱정은 없다.
유비는 앞으로 삼 개월 동안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왔나!”
투석기가 도착했다.
무려 100기다.
운반은 분리해서 했다. 
재조립 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리지만, 완성된 것을 옮기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쉽다.
“이제 남서쪽에 조운군이 도착하면 모든 것이 시작되겠군.”
건곤일척의 승부다.
시작과 동시에 끝난 것과 같다.
유비는 준비가 되었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
“협곡을 벗어났습니다. 반나절쯤 더 나아가면 건녕성이 있습니다.”
척후가 와서 보고했다.
조운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꽤 기쁜 표정을 지었다.
“겨우 벗어났군.”
“크크크, 이제 싸울 수 있는 건가?”
산월족 수장 황란도 같이 기뻐했다.
그러나 태사자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조운에게 물었다.
그는 조운과는 꽤 허물없는 사이라 형뻘인 태사자가 하대를 하고, 주장인 조운이 오히려 말을 높인다.
다들 그러려니 한다.
정작 전투가 벌어지면 태사자는 조운의 명을 받아 두 말 없이 수행하니 큰 문제는 없다.
“우리의 목표는 건녕성인건가?”
“그렇습니다.”
“공성병기가 없다. 건녕성에 수성에 능한 자가 있다면 단기간 내에 공략이 힘들 수 있다.”
“그 부분은 따로 안배된 바가 있습니다. 건녕성 앞에 도착하면 성문을 열어줄 자가 있을 것입니다.”
“허, 이미 첩자를 심어 놓았다고?”
“아군이 아닌, 교주목께서 그동안 지원한 옹개라는 자가 있습니다. 교주목의 소개로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좋군. 이미 내통하는 자가 있다면 급습하여 순식간에 성을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선봉을 명해주게.”
“어허, 태사장군. 선봉은 나 황란이오.”
“황족장, 나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험한 일을 맡아 하기로 스스로 결심했소. 공격할 때는 선봉을, 후퇴할 때는 후군이 될 거요. 그러니 선봉은 내가 맡겠소.”
“끄응, 후퇴할 때 후군이 된다는 말에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군.”
태사자의 각오에 황란이 한 발 물러났다.
그러자 조운이 말했다.
“두 분 다 선봉을 하시면 됩니다. 건녕성의 북문과 남문을 동시에 열어준다고 했으니 한 쪽씩 맡으시지요.”
“크하하핫, 문 두 개를 다 연다고? 그럼 내가 남문을 맡지.”
“좋군. 나는 북문을 맡겠소.”
“방군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이 다 짜여 있는데 내가 뭔 할 말이 있겠습니까? 단지 북쪽으로 도망가는 자들을 잡아야 하니 미리 병사들을 매복시켜 놓는 게 좋겠습니다.”
건녕이 공격당하면 당연히 강주나 성도로 구원요청을 할 것이다.
방통은 최대한 그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건녕이 함락당한 것을 하루라도 늦게 손책군이 알게 되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건 제가 맡지요.”
조운이 직접 전령과 도망병을 막기로 했다.
별군에는 지금 기마병이 적다.
오는 동안 워낙 험지를 거쳐서 와야 했기에 말을 많이 끌고 올 수 없었다.
대신 최고로 좋은 말만을 삼천 필 끌고 왔다.
삼천의 오환돌기병은 조운과 여영기가 지휘한다.
이들이 북쪽에 진을 치고 도망병을 잡기로 했다.
또한 고순의 강노병도 요소요소에 진을 치고 접근하는 자들을 다 사살하기로 했다.
비정한 작전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조운군은 새벽이 되어 앞을 분간할 수 있게 되자마자 진군을 시작했다.
아침 무렵이 되니 건녕성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건녕성 내부에서는 이미 싸움이 벌어져 있었다.
옹개가 수하들과 함께 때를 맞추어 난을 일으킨 것이다.
그 때문에 조운군을 발견하고도 성문을 닫을 수 없었다.
“이때다! 돌격!”
“나 황란을 따르라! 우리 산월의 힘을 천하에 보여준다!”
남과 북으로부터 각각 일만의 병사들이 성 안으로 돌격해 진입했다.
그 뒤로는 난전이다.
하지만 옹개의 반군의 수도 적지 않았기에 건녕 수비군은 얼마 못가 사기가 확 떨어져 버렸다.
“이, 이런, 성을 빠져나가 성도에 이 일을 알려야 한다!”
건녕 태수 여개는 이미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성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건녕은 지난해 손책이 일차남만정벌 때 얻은 성으로 아직 손책군에게 민심이 종속되지 않았다.
조운군이 오지 않았더라도 옹개 힘만으로도 뒤집어엎을 수 있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조운군까지 왔다.
여개가 보기에 조운군의 출현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어디서 저런 대군이 나타난 것일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깃발도 그저 ‘무자백기’로 소속이 쓰여 있지 않다.
하지만 싸우는 모습을 보니 보통 정예가 아니다.
“저건 남만의 병사들이 아니다. 어쩌면 유비군일 수도 있겠구나.”
여개는 설마 하면서도 유비군이 우회하여 이곳까지 왔을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그걸 깨닫는 순간, 성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남은 병력을 모아 북쪽으로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방통이 북쪽에 방어망을 짜고, 조운과 고순이 지킨다.
이건 철벽이다.
여개가 이끄는 탈출병은 대부분 사살당하거나 땅에 엎드려 포로가 되었다.
여개 역시 마찬가지.
여영기가 여개가 수장임을 매의 눈으로 알아차리고는 바람처럼 달려와 여개를 방천화극으로 낚아챘다.
“수장 포획, 나 여영기가 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이 크게 일어나니 여개의 부하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모두 항복했다.
전투가 끝나고, 조운은 임시로 논공행상을 했다.
일등공신은 당연히 옹개다.
그는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지역 내에서는 무력이 꽤 알려진 유명인사다.
“그대가 없었다면, 오늘의 승리는 없었다. 주군께서 이미 약조하신 대로, 앞으로 건녕의 태수는 바로 옹개, 그대다.”
“영광입니다.”
옹개의 고개 숙인 얼굴에서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야망이 큰 옹개는 이번에 제대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를 키워준 교주목 사섭이 유비군에게 협력하라고 했을 때, 옹개는 자신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도박적인 반란은 성공했고, 그는 젊은 나이에 한 지역의 패자가 되었다.
이등공신은 당연히 태사자와 황란이다.
하지만 둘은 돌아갈 때까지 상을 받지 못한다.
단지 이등공신이라는 타이틀과 이에 따른 보상 수표를 받을 뿐이다.
“흐흐흐, 이 표가 곡량 이만석이란 말이지?”
황란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아침에 치우부 몇 번 휘둘렀더니 곡량 이만 석을 비롯해 재화가 두루두루 쏟아진다.
역시 전쟁용병이 돈 되는 사업이다.
황란은 이참에 한 몫 크게 벌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처리할 것은 건녕태수 여개의 처리다.
여개는 몸에 포승을 당한 채 끌려 나왔다.
“큭, 죽여라!”
“잠시 대기.”
방통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대는 손책군이 아닌 익주 출신인 것 같은데 맞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