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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광마 8권
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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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광마 8권
지은이/ 자망
발행인/ (주) 삼양씨앤씨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114길 28, 광성빌딩 7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reambookss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7306-319-0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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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第一章
第二章
第三章
第四章
第五章
第六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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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章
백천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은조각(銀照閣).
넓게 울담이 쳐진 장원은 이곳 하남의 정주에서도 후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아무래도 산서의 유화원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월광을 받은 전각의 외벽이 은빛 가루를 흩뿌리며 잘 가꿔진 정원을 한층 돋보이게 해 주었다.
한마디로 운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가 만연했다.
후원을 가득 채웠던 수십 명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부하들을 돌려보낸 백천은 주위의 풍광에 홀린 듯 우수가 서린 낯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윽.
그런 그의 목전에서 왕용명이 품속을 뒤적거렸다.
“한잔할래?”
그러곤 보란 듯이 꺼낸 술병을 짤랑 흔들어 보였다.
“이럴 줄 알고, 미리 한 병 챙겨 뒀지.”
그의 말에 백천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걸개에서 신투로 전향한 거지?”
“신투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좀 하지 마.”
“오해가 아닌 거 같으니까 하는 말이지.”
“연회장에서 가져온 거야! 나 역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 은조각에 묵는 사람이라고!”
이 정도도 못 하냐며, 왕용명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목소리를 높였다.
“대금은 무림맹에서 지불한 걸로 아는데, 생색은…….”
“쳇! 암튼, 마실 거야? 말 거야?”
입이 댓 발 나온 왕용명이 후원 한편의 바윗돌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난 됐어.”
그러자 백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응?”
왕용명은 어리둥절하게 두 눈을 깜박거렸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백천인지라, 그의 거절을 전혀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다.
“웬일이야?”
자그마한 술잔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개방의 후개가 어색한 손을 도로 수거했다.
“우리 천 아우가 술을 다 마다하고.”
이어진 그의 말에 백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본론이나 얘기해.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무게를 잡는 거야?”
“거, 성격도 참 급하셔.”
“뜸까지 들이네. 무림맹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건가?”
“맹은 조용해.”
“그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과 변함없는 상태야. 본 개방도, 무당도 마찬가지지.”
왕용명은 길게 서론을 끌며 중품(中品)의 백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꿀꺽.
“크으!”
세상 시원스러운 그의 모습에 백천은 괜히 한차례 입맛을 다셨다.
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예나 지금이나 몸은 솔직했다.
“그러고 보니, 천 아우는 부하들과 회포를 다 풀었나?”
“그냥, 뭐…….”
“생각보다 대화가 없는 거 같아서 말이야.”
“그거야 상황이 상황이니까. 율하 쪽 인원이 빠져 있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한 건 아니고?”
“어색하긴 누가…… 아니, 쓸데없는 참견 말고, 남의 집 사정에 신경 끄셔.”
살짝 눈살을 찌푸린 백천이 별안간 형님 행세를 하는 왕용명을 마주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더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왕 형의 일이나 똑바로 해.”
“내 일?”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라는 거다.”
“내가 언제 제대로 안 했던가?”
“천강단의 동향을 감추었지 않나?”
“그건…… 하하하! 아직도 그걸 마음에 두고 있었어?”
“…….”
“살짝 놀래 주려고 한 거야. 천 아우도 직접 한번 당해 봐야 알 거 아냐?”
“뭘?”
“매번 천 아우에게 휘둘리는 사람들이 옆에서 얼마나 심장을 졸이는지 말이야.”
“보복도 참 시시하게 하는구만.”
백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렴! 그렇다고 천 아우에게 힘을 쓸 수는 없잖아? 못 당할 게 뻔한데!”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백주를 벌컥 들이킨 왕용명은 뜨거운 날숨과 함께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사실은 내 천 아우에게 전부터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뒤이어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백이라면, 사양하지.”
“물론, 묻고 싶은 것도 있지만.”
“당장 연인은 없지만, 그래도 난 남색에 빠질 만큼 굶주리지 않았어.”
“제발 좀 진중하게 들어, 이 자식아!”
백천의 너스레에 기어이 점잖은 허물을 벗은 왕용명이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그러게 왜 이상한 분위기를 잡고 그래. 안 어울리게.”
“후우…….”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매번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같이 의논하자고.”
“엥?”
“예전부터 느낀 건데, 천 아우는 항상 모든 것을 홀로 떠안는 버릇이 있어.”
“그랬던가?”
“좋게 말해서 그렇고, 나쁘게 말하자면, 주변인을 믿지 못하는 게 보인다는 거지.”
왕용명은 재차 진지한 가면을 뒤집어쓰며 나직이 설명을 이었다.
“천 아우는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아. 개방의 후개인 내가 천 아우의 생각을 모를 정도로.”
“…….”
“이번 용봉지회만 해도 천 아우는 혼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그는 왠지 모르게 백천이 불안정해 보였다.
마치 어디론가 떠날 사람처럼, 거리감이 느껴진 것이다.
“천 아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백천은 눈앞의 현실을 넘어서 천중문에 관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의식 한편에서 그들의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주위의 일행들이 기이함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분명 같은 길을 나아가고 있었지만, 엄연히 보는 곳이 달랐으니까.
그가 언제 방향을 틀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일행의 곁을 떠날 것만 같았다.
실제로 오랜만에 천강단의 단원들과 재회한 백천이 부하들과 다소 거리를 둔 이유였다.
물론, 그들이 먼저 다가갈 수도 있었다.
백천은 가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 대신 오는 사람을 막지도 않았으니까.
대체로 말이다.
일행으로 합류한 예하린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천강단의 단원들은 굳이 백천의 시간을 빼앗지 않았고, 대화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와 함께 있는 은소설을 배려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딱히 회포를 풀 필요도 없었다.
백천이 단주로 있는 천강단.
서로를 굳게 신뢰하는 그들은 말로 전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