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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숨긴 영웅이 사는 법 5권
뉴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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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숨긴 영웅이 사는 법 5권
지은이/ 뉴에이스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드림북스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reambookss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6959-599-5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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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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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카번 백작이 제 귀를 의심했다.
‘주제 파악? 지금, 나한테 한 소리인가?’
난생처음 듣는 폭언이었다.
카번이 혼란에 빠져있던 도중…….
이에로가 입을 열었다.
“공자님, 무례가 지나치시군요.”
하칸의 시선이 천천히 이에로를 향했다.
그러고 입이 열리기 직전, 뒤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한낱 기사 따위가 공자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는 거지?”
신드레였다.
거구에서 나오는 묵직한 음성.
이에로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마스터도 아닌 금빛 따위가 주제도 모르고…….”
“너.”
짧은 하칸의 말.
그것은 이에로를 찍어누르기에 충분했다.
“한 번만 더 지껄이면, 그 오른팔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이에로의 눈에 당혹감이 차올랐다.
위협이 아닌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 탓이다.
이에로가 속으로 생각했다.
‘하이어에서 온 이들 중 마스터는 한 명도 없다. 근데 무슨 생각으로…….’
그 생각을 어렵지 않게 꿰뚫어 본 하칸이 딱 잘라 말했다.
“주인을 닮아 주제를 모르는군. 네까짓 게 뭐라고 하이어의 기사를 무시하는 거지?”
이에로와 카번 백작.
둘을 동시에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에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더 말했다간 정말로 잘린다고…….
저 금빛 눈동자가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마스터 중기 따위의 경지를 믿고 설치는 꼴이란.”
이에로를 보는 건 거기까지였다.
카번 백작으로 시선을 옮긴 하칸은, 한심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베이렌 가문은 기사들 교육 하나 제대로 못 시키는 건가?”
“그런데 보자 보자 하니까……!”
카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처음엔 당황스러워서 말문이 막혔었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노골적으로 선을 넘은 언행이다.
참을 이유가 없었다.
“이게 정녕 하이어를 대표하는 자의 태도인가!? 네놈이 지금…….”
“선을 먼저 넘은 건 당신인데.”
하칸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번 백작을 진심으로 한심해하는 모습이었다.
“상황 파악 좀 하지. 당신, 마물들 막기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한 거잖아? 황족들한테 버려져서.”
“……!”
“그런데 도움을 요청한 상대를 이따위로 대우해?”
“나, 나는 그냥 돈에 맞는…….”
“다른 사람들이 바보로 보이나? 빤히 보이는 알량한 기 싸움을, 정말 모를 거 같아?”
카번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이런 식의 대응은 처음이었기에 당황하는 거였다.
하칸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하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영지전을 걸어서 초토화할 수도 있는 걸 정녕 모르는 건지…….”
“……!”
하칸의 발언은, 매우 무거웠다.
카번 백작은 물론이고, 가문의 기사들 모두 숨을 죽였으니까.
베이렌에게 하이어는 늘 얕잡아보고, 욕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런 그들과 영지전을 치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진 것이다.
말을 고르고 고른 카번 백작이 경고하듯 말했다.
“네놈, 지금 한 말들 전부 책임질 수 있나? 작위도 뭣도 없는…….”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인데.”
하칸은 담담한 사실을 고하듯,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이대로 돌아가면, 베이렌 가문이 하이어를 어떻게 대했는지 가문에 알릴 것이다.”
“……뭐?”
“그리고 아버지께 진지하게 고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만행을 두고 볼 수 없으니, 결단을 내려달라고.”
듣던 기사들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카번 백작은 본능적으로 제국의 황족을 떠올렸으나…….
하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혹여나 제국을 믿는 거라면, 진심으로 딱하다고 말하지. 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잊었나?”
카번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저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하이어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부추기지만…….
정작 그들은 직접 나선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백작.”
하칸은 여전히 담담했다.
하지만, 그 안엔 거역할 수 없는 단호함도 섞여 있었다.
“지금의 무례를 사과해라.”
“자, 잠깐. 조건을 수정하지. 돈은 더 올려 주…….”
“돈은 원래 정한 거로 충분하다.”
돈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였다.
카번의 숨이 턱 막혔다.
“같잖은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하는 거다. 우리가 호구라서 너희를 도우러 온 줄 아나? 천만에.”
차분하기 짝이 없는 어조.
그것은, 마치 어리고 부족한 이들을 타이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너희의 무능과 어리석음의 대가를, 너희만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온 거다.”
“……!”
“그 대가는 하이어. 그리고, 네가 보호하는 양민들도 치르겠지.”
하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베이렌 쪽 사람들 전부를 보는 거였다.
하칸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알량한 마음가짐을 못 버리겠다면…… 그렇게 해라. 그런 족속들을 도와줄 이유 따윈 없으니까.”
싸늘한 통보가 카번의 마음을 후벼 팠다.
* * *
하칸의 경고는 꽤 효과적이었다.
카번 백작이 결국 사죄하며, 잘못을 인정했으니.
다만, 에키드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모면하기 위한 사과인 게 빤히 보이는군. 혐오스러워.>
……에키드나의 감정에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하칸도 그들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 따윈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주제 파악은 하길 바랐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이 피해는 보지 않을 테니까.
신드레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공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