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쇼호스트 04권
돌아온 쇼호스트 04권
돌아온 쇼호스트
04
정노자
돌아온 쇼호스트 04권
차례
Chapter 01. 오생원의 아들
Chapter 02. 마법의 성
Chapter 03. 24시간 드리겠습니다
Chapter 04. 그놈이 있는 풍경
Chapter 05. 현실 인식
Chapter 06. 보석(寶石)? 보석(保釋)!
Chapter 07. 태세 전환
Chapter 08. 의문의 1패
Chapter 09. 적반하장
Chapter 10. 중꺾마의 비밀
Chapter 11. 계룡 선녀의 말
Chapter 12. 두 회사의 차이
Chapter 13. 어이가 없네
Chapter 14. 종진의 후회
Chapter 15. 3 in 1
Chapter 16. 왕자의 난
Chapter 17. 엄마 찬스
Chapter 18. 중요하고 사소한 곳
Chapter 19. 마케팅 3부 꼬맹이
Chapter 20. 약한 고리
Chapter 21. 꼬리 자르기
Chapter 22. 마지막 퍼즐
Chapter 23. 콩가루 집안
Chapter 24. 악인의 말로
Chapter 25. 마흔에 대학생
Chapter 26. 에필로그: 몇 개의 엔딩
돌아온 쇼호스트 04권
Chapter 01. 오생원의 아들
“그 수행비서인 현수현의 오빠가 그 경호원이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모두 쉬쉬하는 상태라 거기까지는 확인이 안 됐습니다. 경호원 흔적을 모두 지웠더라고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데요?”
“한 달쯤 전에 경비인력으로 취업해서 무역선을 탔다고 합니다. 지금쯤 인도양을 건너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그쪽은 완전히 끝났다는 얘기네요.”
“왜 그러시는데요?”
“글쎄요. 인간적인 호기심이랄까?”
“혹시 이나현 씨랑 문제 있으신 건 아니시죠?”
명석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
“전혀요. 제 인생에 여자는 이나현 하나뿐입니다. 다만….”
“다만?”
“최은민 주변에 너무 위험인물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모처럼 좋은 라이벌을 만난 것 같은데, 트랙에 서서 같이 뛰어볼 기회도 없으면 너무 섭섭할 것 같은데요. 경기는 공평해야 하니까.”
“한규혁 본부장 말씀이신가요?”
“그 사람만이 아닐 수도 있구요.”
철훈 역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철훈은 오히려 종진을 의심하고 있었다.
한종진 회장이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린다고 가정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최은민이 가진 돈 때문일까? 아니면 JJ그룹과 한규혁의 명예?
한규혁이라면 아마도 나미진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 됐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단하기는 어려웠다.
“수고스러우시지만, 최은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해서 팔로우업해 주세요. 유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명석이 대답했다.
철훈은 명석과 함께 마케팅 1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철훈은 가전 쪽에서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앞으로는 엘니뇨, 라니냐 현상이 심해질 겁니다. 따라서 에어컨과 같은 냉방 용품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요. 선제적으로 수요를 예측해서 공급이 잘 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협력사들에게 연락해서 공급량 조달되도록 하겠습니다.”
명석이 대답했다.
“기존 에어컨 제품 말고도 이동이 자유로운 창문형이나 바퀴형 냉풍기 제품을 런칭했으면 하는데, 의견들이 어떠신가요?”
“너무 좋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 중에 입소문이 난 것들로 알아보겠습니다.”
희민도 대답했다.
“계절 가전이나 생활 가전 관련 아이템들 있으시면 제안해 주세요.”
“최근에 가습기와 제습기 제품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특히 국내 중소기업인 K사가 개발한 제습기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던데요.”
“공기청청기도 좋을 것 같아요. 대기업 제품이 좋겠지만 가격이 비싸니까, 가성비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자동차 환기구에 끼우는 필터형 제품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믹서기와 녹즙기 제품도 추천드립니다.”
“집에서 직접 인삼을 내려 먹는 약탕기 비슷한 제품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50~60대 고객들에게 수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계절 가전으로 온수매트도 인기가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1차 제안서 통과된 제품들은 구체적으로 기획안 작성으로 넘어갑시다. 시간 편성은 이 이사님과 양 이사님 두 분이 결정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로홈쇼핑의 회의 시간은 독특했다.
긴 테이블에 자유롭게 앉아 커피나 좋아하는 차를 한 잔 앞에 놓고 자기 생각을 기탄없이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011년에 이런 풍경은 일반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철훈은 모름지기 회의는 이래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윗사람의 담화를 듣는 회의는 사실상 필요 없다.
그건 몇 줄 공문이나 이메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어차피 듣기 싫은 말은 귀에서 휘발될 것이고, 합의된 의견도 아닐 것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회의는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의 담화가 돼야 한다.
의견을 들으려는 게 회의의 본질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회의야말로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갖게 한다는 걸 철훈은 잘 알고 있었다.
“양 이사님, 곧 디지털 서비스가 시작될 텐데, 앱은 잘 돌아가나요?”
“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고객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홈쇼핑에 접속하시는 시대가 될 겁니다. TV 보면서 주문하던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어요. 그 중간 단계로서 고객분들이 TV를 보시면서 모바일로 주문하시게 유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혼선 없이 시차 적응을 하실 거예요.”
철훈은 키오스크가 보급되던 시기의 혼란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키오스트는 본래 편리함과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설치한 사람이나 주문하는 사람 모두에게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무리 그것이 쓸모 있고 유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적응에 걸리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면, 최선의 모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철훈은 알고 있었다.
“고객분들께서 유로홈쇼핑 앱을 제일 먼저 스마트폰에 깔게 만들어야 합니다. 큐트하고 친숙한 디자인의 아이콘을 만들어 주세요.”
희민이 개발자들과 함께 내놓은 아이콘은 U자 모양 안에서 웃고 있는 얼굴 아이콘이었다.
“U는 유로홈쇼핑의 이니셜로서 직관적으로 유로홈쇼핑을 알아보게 만든 것입니다. 안에 웃고 있는 얼굴은 고객과 납품업체의 만족스런 만남, 곧 서로 윈윈한다는 상생의 플랫폼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희민은 아이콘 발표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너무 좋은데요. 그런데….”
철훈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앱 바탕을 보라색으로 하고 이니셜을 화이트로 넣도록 조정해 보시죠. 보통은 파란색이나 하늘색 화면을 쓰니 훨씬 가시도가 높을 겁니다.”
“아, 그렇겠군요. 색감 조정해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희민이 대답했다.
JJ도 은민의 주도하에 모바일 앱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종진은 모처럼 JJ홈쇼핑에 방문하여 규혁과 은민 두 사람의 보고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규혁과 은민은 모바일 사업을 두고 의견 충돌을 벌이고 있었다.
“TV 앞에서 주문하던 사람들에게 모바일로 주문하라고 하면 좋아할까? 모바일만 10% 할인을 건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아요.”
규혁이 말했다.
“생활 습관이 바뀌면 쇼핑 습관도 달라지게 돼 있어요. 벌써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통합되어 사라지고 있잖아요? 필름 카메라만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도 스마트폰으로 통합돼 가고 있는 시점이에요. 지갑까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간다면 문제가 달라지게 될 겁니다.”
“끙.”
종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멍청한 규혁이 놈을 혼내주고 싶지만, 며느리 앞에서 자식놈을 혼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좀 더 생각해 보자. 일단 나가 보거라.”
종진은 이렇게 말하고 은민을 내보냈다.
“네.”
은민이 공손히 고개를 숙인 다음 본부장실 바깥으로 나갔다.
은민이 나간 다음, 종진은 규혁 앞에 A4용지로 된 보고서 뭉치를 집어 던졌다.
“너는 이걸 읽어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읽어본 거냐, 안 읽어본 거냐?”
사실 규혁은 지루하고 긴 보고서 파일을 읽지 않았다.
동호가 요약해 준 것을 보고, 동호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을 따름이었다.
사실 동호는 고시 공부만 했던지라 디지털 쪽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동호는 본래 인문학 전공이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극히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동호는 사업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말했을 따름이었다.
“아무래도 저는 아날로그적인 것이 좋더라고요.”
이렇게 덧붙였던 것이다.
그 말까지 오롯이 따라 한판단 미스는 오로지 규혁의 것이었다.
“일반인의 생각과 경영자의 생각이 같아? 넌 경영자가 아니냐? 니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혁신 없이 무슨 경영을 하겠다는 거야?”
“그렇지만 해 오던 것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쯤 되면 규혁도 자존심을 세워야 했다.
그러나 종진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미친놈.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시끄럽다. 은민이 말대로 해. 니가 은민이 반만, 아니 삼분의 일만 따라가도 내가 걱정을 안 하겠다.”
“씨이.”
거의 욕이 나올 뻔한 것을 참으며 규혁은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종진은 사사건건 규혁을 은민과 비교하고 있었다.
종진이 가버린 후, 규혁은 책상 위에 있던 서류 파일을 집어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