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쇼호스트 03권
돌아온 쇼호스트 03권
돌아온 쇼호스트
03
정노자
돌아온 쇼호스트 03권
차례
Chapter 01. 상생의 플랫폼
Chapter 02. 오리무중
Chapter 03. 스물아홉의 봄
Chapter 04. 그림자놀이
Chapter 05. 안현옥의 사랑
Chapter 06. 벚꽃 마케팅
Chapter 07. 미진이 있는 풍경
Chapter 08. 쟈니 고의 쟈니쟈니
Chapter 09. 쟈니쟈니 vs 제이룸
Chapter 10.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눈물
Chapter 11. 못난 자식 둔 죄
Chapter 12. 주현의 알리바이
Chapter 13. 종훈의 고백
Chapter 14. 인생은 선택이다
Chapter 15. 밑 빠진 독에 자본 붓기
Chapter 16. 사람이 재산이다
Chapter 17. 다니고 싶은 회사
Chapter 18. 희경의 헛발질
Chapter 19. 시간이 공간을 증명한다
Chapter 20. 증거인멸
Chapter 21. 붉은 노을
Chapter 22. 퀀텀 점프
Chapter 23. 은민의 남자
Chapter 24. 아들 느낌
Chapter 25. 궁지에 빠진 시궁쥐
돌아온 쇼호스트 03권
Chapter 01. 상생의 플랫폼
철훈은 생각에 잠겼다.
지난 생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철훈의 사고 전날 전화를 건 인물은 종진이었다.
그렇다면 주모자는 종진이라는 얘긴가?
그러나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엄마? 아버지가 집에서 보자고 하신다고요? 네, 그럴게요.”
철훈은 퇴근 후 본가로 차를 몰았다.
집에 들어서자, 선형이 철훈을 얼싸안았다.
“우리 아들 왔구나. 얼굴 잊어버리겠다.”
“이틀 전에도 왔어요, 엄마. 제가 자주 오면 귀찮지 않으세요?”
“귀찮긴. 자주 와. 엄마가 맛있는 된장찌개 끓여줄 테니까.”
“네. 엄마가 끓인 된장찌개는 언제나 옳지요. 하하.”
철훈은 선형에게 방긋 웃어주었다.
“철훈이 왔구나.”
진명이 안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진명은 이제 막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듯했다.
“아버지, 왜 갑자기 집에서 보자고 하셨어요?”
철훈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바깥에는 아무래도 눈과 귀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철훈은 진명이 중요한 일로 불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말씀하세요.”
선형이 저녁 준비를 한다며 주방으로 들어가자, 철훈이 말했다.
“내가 오늘 로터리 클럽에 갔다가 서지예 대표에게 이상한 얘길 들었는데 말이다.”
“……?”
“JJ 한종진 회장에게 동생이 있다는구나.”
“네? 동생이 있다는 말씀은 못 들었는데요.”
이전 생에서도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름이 한종훈이라던가? 한종진 회장에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었다는구나.”
“……?”
“더 이상한 건 말이다….”
진명이 철훈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종훈이 한종진일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거야.”
“네? 그게 말이 돼요, 아버지?”
철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기범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라고? 그게 말이 돼?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런데….”
철훈이 코밑을 문지르며 말했다.
“미묘하게 말이 돼. 아주 딱 맞춰지지는 않지만.”
“무슨 소리야?”
“아직은 뇌피셜이라 말하기가 좀 그러니까, 조금만 더 알아보고 얘기해 줄게.”
철훈은 다음날 서지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 좀 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되지. 거래처 대표님이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시간을 내야지.”
지예가 붙임성 좋게 말했다.
아버지의 ‘컨설턴트’였던 지예는 이제 대형 회계법인 부사장직을 내려놓고, 독립회계법인의 대표가 되었다.
5년 전에 그녀가 차린 ‘나라회계법인’은 이제 제법 잘나가는 회계법인이었다.
“도움 요청 좀 드리려구요.”
철훈은 지예를 지예의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지예는 철훈이 영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때는 풀어서 늘어뜨렸던 긴 머리를 지금은 단정히 틀어 올려 기품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대표님이 저희 회사 회계일을 너무 잘 도와주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가 감사해야지. 일 주는 회사 대표님이신데. 호호.”
지예와 가벼운 대화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듣고 싶은 얘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소문의 진위를 알고 싶다고? 그걸 아는 게 윤 대표에게 도움이 될까? 오히려 방해가 되거나 위협이 되진 않을까?”
지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차피 싸울 거면 상대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하긴 유로가 크려면 JJ를 넘어서야 할 테니까. 그 말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긴 하네.”
지예는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철훈에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좀 걸을까?”
지예와 철훈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지예 회사 부근의 공원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카페에는 듣는 귀가 있을 수 있어서 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철훈과 지예는 한적한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지예는 하늘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철훈을 보았다.
“내가 몇 년 전에미국 갔을 때, 유학 가 있는 조카 집에방문한 적이 있었어. 밥이라도 사주려고 말이야. 그런데 조카가 친하다는 선배 얘기를 하더라구. 하루는 선배가 술에 취해서 자기 아버지 얘기를 하더래. 자기는 아버지가 무섭다고.아버지가 쌍둥이인데, 같이 태어난 형제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둬둘 정도로 무서운 인간이라고.”
“혹시 그 선배라는 분이?”
지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조카가 말하는 그 선배가 JJ그룹 한종진의 둘째 아들 한준혁이야.”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한 회장님동생 되시는 분이 국내 감옥 어딘가에 감금돼 있다는 얘기네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아닐 수도 있고.”
“그럼 미국에서 소송을 걸어왔다는 얘기는 뭔가요?”
“변호사를 통해서 낸 소송이겠지. 아니면 한종훈의 가족이 냈을 수도 있고.”
“한준혁이 냈을 수도 있겠네요.”
“거기까지는 자세히 모르겠어. 아무튼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있는 건 확실해.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게 다야.”
“알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윤 대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오지랖이겠지만, 조심해. 섣불리 나서선 안 된다는 뜻이야.”
“잘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해요.”
“커피 잘 마셨어.”
지예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철훈은 지예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그녀와 공원 입구에서 헤어졌다.
철훈은 차를 몰아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인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환아, 오늘 시간 되면, 퇴근 후에 잠깐 볼까?”
철훈은 인환과 상일관의 룸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라 가게가 많이 붐비고 있었다.
“재남아, 인환이랑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만한 룸 좀 잡아줄 수 없을까?”
철훈이 재남에게 전화로 부탁했다.
“그런 건 나한테 맡겨 둬.”
재남이 안내한 방은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여긴 내가 이것저것 사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야. 불편하긴 해도 여기가 제일 조용할 거다. 대신 메뉴는 그냥 갈비탕이다. 다른 건 안 돼.”
“왜?”
“여기까지 가지고 올라오기 힘드니까.”
재남은 갈비탕을 두 그릇 가져오더니 문을 닫았다.
“얘기들 해. 나는 주변 정리 좀 할게.”
재남이 주변을 정리하겠다는 건 망을 보겠다는 얘기였다.
“아니, 형한테 저런 면이 있었어?”
인환이 놀라워했다.
“말도 마. 요새 굉장하다니까. 엊그제는 편의점을 두 바퀴나…. 아니다. 그건 생략하자.”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보자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