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표국-死別後愛 04권
자운표국-死別後愛 04권
자운표국-死別後愛
04
자운
자운표국-死別後愛 04권
차례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자운표국-死別後愛 04권
제16장.
지금의 자운표국은 강동 내에서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름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니 자운표국을 이용해 자기들의 이름을 높이고 싶었으리라.
그렇게 하면 신입 산적들이 자기들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을 터였다.
“공자님, 혼자 오신 것입니까?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쉬십시오. 지친 몸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은 결코 아닙니다.”
석지환은 자기가 혼자 온 게 아니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서두른 것은 표사들이 위험하지는 않은가 해서였다. 그런데 그들의 안전이 확인된 이상 충고를 받아들이고 최상의 상태로 산적들과 일전을 벌이기로 했다.
그때까지 석지환을 태우고 달리느라 모진 고생을 했던 말도 드디어 휴식을 취하며 물과 여물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 자운표국의 사람들이 하나씩 도착했는데 사람들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게 오하란인 것을 알고 상당히 놀랐다.
그들도 오하란이 본격적으로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청난 독종이라 대단한 집념으로 훈련량을 감당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표두와 표사들은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무사하셨군요!”
오하란이 말에서 내리면서 소리치자 표사와 표두들은 감격했다.
오하란이 자기들을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한 것이다.
그들의 감격 어린 상봉을 하는 동안 그들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미 자운표국 사람들은 오하란의 미모에 내성이 생겨서 그저 ‘언제 봐도 아름다운 분’이라는 정도의 감흥만 느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전율을 선사하는 게 오하란이었다.
사람들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도 다 있는 건가 하면서 오하란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녀는 자기를 향한 관심을 한껏 이용했다.
“여기는 처음인데 이곳은 뭘 잘 하나요? 맛있는 요리와 술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그 한마디에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치며 오하란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말해주었다.
음식값을 내주겠다고 하며 함께 먹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하란은 정말 그래주겠냐고 하면서 넙죽 감사하다고 말하더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고는 그때부터 혼자 먹을 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시켰다.
그러자 도저히 그 돈은 감당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듯 사람들이 하나둘 꽁무니를 뺐다. 오하란은 처음부터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웃더니 표두와 표사들을 불렀다.
“어서 드세요. 잘 드셔야 빨리 낫지요.”
“그렇다고 이렇게나 많이 시키시다니요?”
“뒤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은 지금 너무 지쳐서 식탁이라도 먹으려고 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사람들도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며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요리가 거의 나왔을 즈음, 뒤따라오던 표사들이 속속 도착했고 그들은 말을 할 틈도 없이 자리에 앉아 요리를 입에 부어버렸다.
“으어어, 죽을 뻔했네.”
“나는 오늘 염마를 보게 되는 줄 알았어. 나만 힘든 건가 하고 찍 소리도 못 하고 오기는 했지만 정말 힘들었어.”
사람들은 그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했다. 너무 힘이 드는데 석지환은 이미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치고 나가버리고 그나마 눈에 보이기는 하던 오하란마저도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힘들다는 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이 더운 날씨를 생각하면 쓰러지지 않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물에 적신 천을 머리 위에 얹어주며 그들의 열기를 식혀주려 애썼다.
간신히 체력을 회복한 이들은 방으로 기어올라가 운기조식을 했고 그사이에 석지환이 내려왔다.
석지환도 뒤늦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신색이 처음보다 나아보였다.
그사이에 표두들이, 산적들에 대해 자기들이 본 것을 말해주었다.
“저희 앞에 나온 자들은 모두 삼십여 명이었는데 움직임이 엄청나게 절도 있었습니다. 무공을 익히다가 군부에 투신했던 자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사파 고수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생각에는 정파 고수들이 몹쓸 짓을 벌이고 숨어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고수일 거라는 것과, 떳떳하지 못한 이유로 숨어든 것 같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 중 몇이 그랬습니까?”
그런 일이 아주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채주 정도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물었는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전부가 그랬습니다.”
석지환은 깜짝 놀라며 그들을 보았다.
그건 불가능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석지환의 표정을 알아차린 이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부자연스럽지요? 그저 산적 행세를 하는 자들인 것 같지요, 공자님?”
석지환은 이자들이 사자문일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게 맞다면 그곳에는 자기만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막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하란이 내려왔다.
눈이 마주쳤지만 석지환은 일단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로 떼어놓을 것인지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주친 것이다.
오하란이 누구인가. 석지환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을 알아차렸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좀 전에 무슨 말씀 나누셨어요?”
처음에는 석지환을 보고 묻더니 그가 대답해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보았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물은 거라는 듯이.
그들은 석지환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자기들이 말하던 것을 술술 알려주었다.
오하란은 이야기를 전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석지환이 혼자 가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럼 둘이서만 가는 게 낫겠네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석지환은 혼자 가고 싶었지만 그 꿈은 포기하는 게 좋다는 오하란의 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계속 버티다가 다른 분들에게 잡히려고 그러세요? 금방들 내려오실 텐데?”
표두와 표사들은 오하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산적들이 하나같이 고수들인데다 삼십여 명이나 있더라고 말했는데 둘이 간다니?
사람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들을 왜 그냥 놔두고?
석지환이 데려온 사람들은 자운표국에서도 확실히 쓸만한 사람들이었는데 왜 그런다는 건가 하고 있는데 석지환이 일어섰다.
오하란의 말이 통한 것 같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오하란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도망치듯 나가는 석지환은 더 이상했다.
“공자님이 왜 저러시지? 우리가 올라가서 사람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공자님이 아무리 강하시다고 해도 오 소저만 데려가서 그놈들과 싸우실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들이 뒤늦게 허둥대며 서둘렀지만 석지환은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산적들이 나타난 곳이나 표마차를 뺏긴 곳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석지환의 태도가 너무 단호해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위층에 있던 사람들에게 알리면 그들은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석지환을 따라갈 것 같은데 그 일은 자기들이 막아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위층에 있는 표사들의 목숨이 자기들에게 달려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 *
석지환은 희한한 기시감을 느꼈다.
자기가 죽음을 맞이했던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는 길의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많았다.
표행단 대신 오하란 한 사람만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그랬고 자신도 달라졌다.
얼마쯤 가다가 석지환이 멈추고 말했다.
오하란도 확실히 알기는 해야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석지환이 말을 하기 전에 오하란이 먼저 말했다.
“사자문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지금 나타나는 놈들은 사자문의 수뇌부는 아닐 거예요. 운악천 정도는 끼어있을 수 있겠지만 그자는 전에도 사형이 이겼잖아요.”
“모두 고수라고 했어. 그때처럼 간단하지 않을지도 몰라. 간단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절대 간단하지 않을 거야.”
석지환이 말하자 오하란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석지환은 그 후에 다시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으로 끝인 모양이었다. 석지환은 할 말을 잃었다.
“사매는 겁도 안 나?”
“왜 겁을 주려고 하세요? 할 수 있다고 응원해도 부족할 때?”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했다.
석지환이 피식 웃고 다시 말을 달렸다.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여기서 입씨름을 하고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사매를 도와주면서 싸울 여력은 없을지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위험해질 것 같으면 알아서 피해.”
마지막으로 할 말은 그것뿐이었다.
오하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상 한 마디 야무지게 대꾸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 용했다. 오하란도 아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작은 힘도 아껴야 한다는 것을.
석지환과 오하란이 당도했을 때 산적 몇 놈들이 길에 늘어서서 막고 있었다.
이미 산에 오른 것을 알고 그곳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한쪽에는 표행단의 표마차들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까지 갖추어지자 마지막 순간이 좀 더 겹쳐졌다.
석지환은 일찌감치 검을 뽑아들었다.
“자운표국의 석지환이다. 표물을 찾으러 왔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자기가 실수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말하자 앞에 있던 이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표물은 저기에 있으니 원하면 가져가도 좋다.”
말만 그럴 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일단은 표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수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고갯짓을 했고 그 신호에 맞춰 한 놈이 몸을 쏘아날렸다.
그는 자기가 석지환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러나 석지환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검을 휘둘러 그자의 어깨를 깊이 그었다.
먼저 이루어진 공격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고 공격을 한 것인데 석지환의 단호한 움직임에 상대가 놀라며 먼저 자신의 공격을 멈췄다, 그러고 나서 석지환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어깨에서 피분수가 터진 순간을 노려 석지환이 그의 목을 빠르게 찌르고 검을 뽑았다.
* * *
그자를 상대로 두 번의 동작을 펼친 것뿐이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내보냈다는 것에는 그만한 의미가 있었으리라.
석지환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알아보고 싶었을 테니 무리 중에 가장 약한 자를 보낸 것은 아니었을 터였다.
석지환은 더 이상 표마차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들이 정말 자신을 공격할 것인지 알아보고 위한 행동일 뿐이었기에 더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석지환이 그들을 향해 돌아설 때 오하란이 몸을 날려 그의 옆으로 갔다.
석지환이 자기를 걱정하지 않고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석지환은 눈앞에 있는 자들을 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느껴지던 기시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석지환이 마지막 순간에 봤던 이들이 상당수 끼어있었다.
‘운악천도 왔을까?’
그가 왔는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