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7권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7권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7
별거느릴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7권
차례
Chapter 01. 사도 결투
Chapter 02. 페이디피데스 vs 아레스
Chapter 03. 다이스 텐 vs 라―호라크티
Chapter 04. 한일전
Chapter 05. 규칙 추가
Chapter 06. 여섯 번째 역사 개변
Chapter 07. 괴물들의 대모
Chapter 08. 철인의 무도
Chapter 09. 우로보로스
Chapter 10. 천마강림 만마앙복
Chapter 11. 제국의 유산
Chapter 12. 영원마도
Chapter 13. 혼몽신역
Chapter 14. 불을 선물한 자
Chapter 15. 무한의 신
Chapter 16. 대전쟁의 서막
Chapter 17. re: 대전쟁의 서막
Chapter 18. 훼방
Chapter 19. 꿈속의 전투
Chapter 20. 천사가 수호하는 도시
Chapter 21. 상하이 삼파전
Chapter 22. 티아마트의 마수
Chapter 23. 아담 카드몬
Chapter 24. 외신
Chapter 25. 권능 개화
회귀자는 성좌를 키운다 07권
Chapter 01. 사도 결투
세간에 알려지길, 천궁이 보유한 권능은 대략 팔만사천 종류.
그것을 십이성좌가 비등하게 나눠 가졌으니 한 성좌가 지닌 권능은 평균적으로 칠천 개 정도였다.
당연히 그 안에는 방어 무시나 필중, 필살 등의 효과를 품은 권능들이 포함되기 마련이니.
태양성좌의 일격은 지금의 이한성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버틸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끄으으….’
그러나 이한성은 죽지 않았다.
―괜찮으냐? 정신 차려라!
위기의 순간, 그의 안에 있던 미리내가 인과율의 소모를 감수하고 나선 덕분이었다.
이한성은 금세 미리내가 어떤 식으로 태양성좌의 공격을 버텼는지 알아차렸다.
일렁―
성좌 권능 [혼돈].
그를 통해 미리내가 마야의 [혼몽] 권능을 빌려와 이한성이 태양성좌에게 소멸하는 미래를 꿈결로 흘려보낸 것이다.
물론 단순히 한 번 미래를 꿈결로 흘려보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보그르르―!
태양성좌의 일격에 포함된 7천여 개의 권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7천여 개의 거품이 태양성좌의 권능을 하나씩 일일이 파훼한 거였다.
그렇게 현재의 이한성이 존재하는 분기점으로 다른 거품에 비친 성과들이 모조리 집결하는 식으로 태양성좌의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미리내…?’
아무리 온전한 성좌로 회복한 미리내라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권능의 행사였다.
이런 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회귀 전에 영락하지 않았던 미리내가 영락을 감수하고 회귀를 선택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서, 성좌명이…!’
이번에 되찾은 미리내의 성좌명 일부가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었다.
혼돈성좌….
―걱정하지 말 거라. 이전처럼 이름과 격을 모두 바친 건 아니니까.
이한성을 안심시키려는 듯 미리내가 말을 이었다.
확실히 미리내의 격은 마야의 일면이 깨어나기 이전 수준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도 그녀의 힘을 매개하는 이한성의 격이 6성에서 이미 준신급에 다다른 데다가 초월의 가호와 초월성까지 더해지면 진신급이나 다름없는 덕분이리라.
―그리고, 이러는 편이 집사와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읏……!’
미리내의 말에 정곡을 찔린 이한성이 내심 부끄러움을 느꼈다.
겉으론 미리내의 격이 낮아진 걸 걱정하는 척했지만, 내심 성좌 강림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음을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성좌의 영락에 기뻐하는 신도라니.
이래서야 신도 실격이었다.
하지만 미리내는 그런 이한성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후, 재차 일격을 날리려는 태양성좌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확실해졌군. 네놈이 옛신의 계승자였어.]
태양성왕은 미리내가 발휘한 권능을 알아보고, 더욱 적의를 키운 상태였다.
그가 계약한 선대 태양사도 ‘라―호라크티’의 기억을 통해 미리내가 바로 십이성좌가 배신한 천궁의 옛 주인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이미 옛신의 자리는 사라진 지 오래이니, 네놈과 함께 옛신의 흔적을 지워주마!]
그렇게 태양성좌의 두 번째 일격이 펼쳐지려는 순간.
―웃기는구나. 이미 이몸의 손에 너희의 별이 적지 않게 들어온 사실도 모르는 주제에 어딜 감히!
미리내가 조금 먼저 수를 펼쳤다.
우우우우웅!
[혼원]의 권능이 펼쳐지자, 태양성좌의 강림체를 이루는 별 중 일부가 혼원의 총천연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우뚝.
주먹을 내리치기 위해 거대한 은하수의 팔을 들어 올렸던 태양성좌의 거체가 움직임을 멈춘다.
[뭣…! 벌써 이만큼이나 우리의 별을 오염시켰다고…?!]
총천연색으로 물든 부분이 더 이상 태양성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까닭이다.
태양성좌를 이루는 별들의 집합 속에 미리내를 따르는 새로운 부분 집합이 생겨난 격이었다.
[…이까짓 거 다시 되돌리면 그뿐이다!]
오염을 눈치챈 태양성왕이 다시 미리내의 영향력에 물든 별들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려 했지만.
―할 수 있다면 어디 해보거라.
우우웅!
미리내가 연이어 펼친 [혼연]의 권능이 변화를 거부했다.
순수성을 유지하는 혼연의 특성은 태양성좌 내부에서도 그에 속한 별들이 태양성좌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 전에 먼저 네놈의 사도 자리부터 되찾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도란 성좌를 대표하는 존재이기에, 성좌에 속한 모든 별을 지배해야 하는 법.
지배를 벗어난 별이 생겨난 순간부터 태양성왕 루크 마이어는 더 이상 태양성좌의 사도가 아니었다.
이로써 태양성좌에 속한 모든 진신은 사도에 도전할 자격이 생겼으니.
파앗! 파앗!
근처에 서 있던 박진철과 박성철 쪽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도 의식만은 유지할 수 있는 진신급 신령인 박진철과 그의 영령 환인.
그리고 7성에서 곧바로 진신급으로 완성된 박성철의 영령 다이스 텐까지.
사도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이들이 저마다 한 줄기 빛이 되어 태양성좌의 본체, 그중에서도 총천연색으로 물든 부분을 향해 날아올랐다.
성좌의 본체는 곧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는 법.
아마 저 안에서는 루크 마이어와 라―호라크티, 박진철과 환인, 다이스 텐 등, 태양성좌에 속한 모든 진신급 신령들이 모여 사도를 정하는 결투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웅―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한성의 내면에서 울림이 있었다.
저들과 마찬가지로 태양성좌에 속한 페이디피데스가 사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발하고 있었다.
‘페이디피데스는 아직 반보 9성일 텐데?’
―집사가 가진 힘이라면 충분히 자격을 부여할 수 있지 않더냐?
잠시 의아했지만, 곧 새롭게 얻은 능력들을 떠올리고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초월의 가호가 페이디피데스에게 깃들었다.
파아앗!
그의 격이 반보 10성까지 격상된다.
이전처럼 일시적인 승격이 아닌 영구적인 승격이기에 종족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화아아악!
엔젤프가 되며 얻은 머리 위의 헤일로에서 빛의 기둥이 솟구치며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줄기를 이루고, 땅으로는 뿌리를 하늘에는 가지를 뻗는다.
아르카디아의 엘리시온에서 보았던 태양목과 흡사한 모습.
7성에서 하이엘프, 8성에서 엔젤프를 거쳤던 페이디피데스는 이제 9성에 해당하는 태양 경로의 신화종 ‘태양목’이 되었다.
쑥쑥쑥쑥―
그리고 이미 이한성이 강신하고 있던 듀렌의 정체성, 대일여래가 태양목의 성장을 도왔다.
거기에 편재성으로 나눈 초월성까지 태양목에 깃들이자.
파아앗!
존재 반전을 단번에 건너뛰고, 단숨에 정반합의 과정까지 거침없이 이어졌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태극의 성질이 태양목을 변질시킨다.
차원을 넘나드는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 페이디피데스의 위에 겹친다.
[키워드 ‘세계수’가 개방되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페이디피데스가 권능을 개화합니다.]
[고유 권능, [대천세계수(大天世界樹)]가 세계에 각인됩니다.]
파아아앗!
권능을 완성하며 결국 11성 진신이 된 페이디피데스.
그에게도 사도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지며 거대한 빛으로 이뤄진 세계수가 앞서 올라간 이들처럼 태양성좌의 본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올랐다.
양의신공으로 나눈 이한성의 의식 중 하나와 함께였다.
* * *
깜빡.
다음 순간, 이한성은 페이디피데스에게 빙의했음을 깨달았다.
역사개변 때와 비슷한 감각이지만, 역사개변을 펼친 건 아니었다.
평소에 그가 페이디피데스를 자신에게 강신했다면, 이번엔 역으로 그가 페이디피데스에게 강신한 격이다.
이곳에서의 주체는 이한성이 아닌 페이디피데스라는 뜻.
그가 할 수 있는 건 페이디피데스의 감각을 공유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