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 좀비 면역자 10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10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10
흙과불
서울행 - 좀비 면역자 10권
차례
Chapter 01. 차오른다.
Chapter 02. 여의도 탈환.
Chapter 03. 각성.
Chapter 04. 좀비 로드.
Chapter 05. 서울행.
Chapter 06. 새로운 시작.
서울행 - 좀비 면역자 10권
Chapter 01. 차오른다.
오후 6시.
짧은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
마철용 팀은 의정부의 군부대를, 김태훈 팀은 노들섬 내부 정리를 마치고 이제 막 돌아왔다.
온몸이 땀에 젖고 화약 냄새로 범벅이지만, 곧장 씻을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도착한다는 헨리 소령 때문이었다.
“추운데 고생이 많아들. 조금만 더 수고하자고.”
―예, 선배님.
―괜찮습니다.
혹시나 그럴 일은 없을지라도 경계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마철용의 무전에 대답하는 이들은 적절한 포인트에 자리한 저격수였다.
“땀이 식어서 그런지 쌀쌀하네요.”
3층 컨테이너 꼭대기에 준비된 낚시 의자.
야투경을 들고 앉은 김태훈이 말했다.
“커피 한잔할까?”
“아, 좋죠.”
주섬주섬 배낭을 뒤지며 꺼내는 건 고급 캠핑 브랜드의 보온병이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먼?”
오전에 따랐던 커피인데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온병.
마철용은 따른 커피를 태훈에게 넘겼다.
“감사합니다.”
온기 나는 커피를 천천히 넘기는 김태훈.
불 꺼진 서울의 도시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지금, 묘하게 기분이 좋다.
“나름 운치가 있다. 그쟈?”
“하하. 예, 사장님. 그렇네요.”
“후우… 좋~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의자의 등받이에 털썩 기대는 마철용.
경치 좋고, 공기도 맑으니.
지금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요샌 담배를 안 태우시는 것 같은데. 끊으신 거예요?”
“아… 담배? 꼭 그런 건 아니고. 참는 중이야. 양을 좀 줄였다고 할까? 일전에 자네랑 둘이 팀 이뤄서 뛸 때 꽤 힘들었거든.”
“네….”
말을 흐리며 마철용을 바라보는 김태훈.
바닥에 내려둔 랜턴에 비치는 마철용의 얼굴 주름이 오늘따라 더 깊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지.’
육체적 고생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큰일들을 치러왔나.
평생을 운동만 했던 엘리트 체육인들도 30대 후반, 40대에 들어가면 하루가 다르게 폼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제아무리 왕년에 날고 길었다고 해도 55세가 넘어버린 마철용 아닌가.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여기저기 관절이나 인대 같은 부위도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할 터다.
“사장님.”
“음?”
“곽 대리님하고 강 대리님도 계시니… 앞으로는 제가 더 많이 움직이겠습니다. 이제는 몸 좀 챙기세요.”
“흐흐흐. 벌써 뒷방 신세 지라는 거여?”
“에이… 그런 말이 아닌 거 아시면서. 저도 빨리 배워야죠. 당분간은 탁이도 푹 쉬어야 할 텐데.”
“말이라도 고맙구먼. 근데 아버님, 연곡리는 언제쯤 가려고. 여의도도 여의도인데, 연곡리 공장을 돌리기는 해야 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죠. 앞으로도 사람은 꽤 늘 텐데. 마트만 계속 털어서는 한계가 있으니까. 한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걱정입니다. 아 참, 꼭 연곡리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음?”
“경기도 정도만 해도 연곡리에서 봤던 농산물 공장은 있지 않을까요?”
“……씨벌? 그 생각을 못 했네. 이거 원, 맨날 한 치 앞만 보고 살다 보니까 이렇게 머리가 안 굴러간다야.”
이런 바보를 봤느냐며 제 머리를 찰싹 때리는 마철용.
그 모습에 태훈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저도 방금 생각났는데요, 뭘. 이왕이면 공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래도 고척돔이라도 이렇게 돼서 천만다행이에요.”
뿌듯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는 김태훈. 마철용의 얼굴에도 미소가 머금어진다.
“다들 고생 좀 했제. 이 정도면 웬만한 좀비들은 얼씬도 못 할 것이여.”
고척돔 야구장.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 1만이 넘는 사람이 들어와 소리 지르고 떠들며 지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잠시 왔다가 즐기고 떠나는 거랑 아예 집처럼 들어와 사는 것은 차이가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의 10배 인원은 지낼 수가 있을 터다.
문제는 식량과 물이고, 또 수천 명만으로는 언젠가 시작할 국가 재건에 너무 부족한 인원이다.
하니 고생스럽더라도 여의도를 수복해야만 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도시별 종합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기점으로 안전 캠프를 건설하는 것.
그리하여 여름이 지난 뒤 대한민국을 다시 시작하는 게 최종 목표이다.
양주와 파주 방공호가 무너질 때만 해도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희망일 것 같았는데.
고척돔이 이리도 건재하게 만들어졌으니 마냥 꿈만은 아닌 것 같다.
배가 좀 고프더라도. 잠자리가 불편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희망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큰 동력이 되는 거니까.
“아 참, 자네한텐 말 안 했지? 헨리 소령이 가져온다는 선물.”
“아, 예. 포로를 넘겨주는 대가로 주는가 보죠?”
“크흐흐흐. 총이랑 탄약, C4에다가 안티젠 2.0도 가져온다더만. 박 사장이 부탁을 했대.”
“정말요? 얼마나요?”
“100병.”
“허?! 100병!”
“아주 잘 돼 버렸제. 그쟈?”
안티젠 2.0이 무려 100병이라니.
늦어도 내일모레부터는 100명이 넘는 병력이 청소가 가능하다는 거 아니겠나.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뛴다.
“어이고~ 올해도 거의 지나간다. 며칠 내로 사격 테스트 좀 한 다음에 사람 추려서 이 씨벌 좀비들을 아주 그냥, 응? 다 쓸어불자고.”
“예, 사장님. 아주 그냥 조사버리시죠.”
“크하하핫! 그라지, 그라지.”
피곤한 것도 잠시. 미래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에너지가 넘치는 둘.
그렇게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때였다.
―치이… 철용이. 비상이네! 내려와 봐.
다급한 목소리의 정재호 사장.
두 사람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니 씨… 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또, 뭐여? 뭔 일인데?”
―미국에서 보냈다는 헨리 소령… 그 친구가 탄 헬기가 격추당했네. 우리한테 오는 길에.
* * *
약 30분 전.
“좋아.”
위성사진을 보는 헨리 소령의 표정이 밝다.
인천 공항에 퍼부은 포격은 성공적이었다.
사람을 나타내는 흰 점이나 좀비를 나타내는 검은 점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쓸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공항이 반쯤 박살이 나버렸으나 무슨 상관인가.
이미 제 구실을 못 하는 공항일뿐더러 내 나라도 아닌데.
무엇보다 중국이라는 국가와의 대전이 아닌 여섯 개의 군벌 중 하나에게 감행한 공격이라 크게 부담도 없다.
누가 한 지 알게 뭐며, 혹 들킨다고 하더라도 동맹국에 무턱대고 들어온 적에게 선제 포격을 한 셈이니까.
그리고 까짓거.
‘감히 누가 우릴?’
천조국이라 불리던 세계 최강의 무력을 가진 국가.
평화롭던 시대에도 그리 불렸던 나라였다.
필요한 건 명분일 뿐, 어떤 나라이건 마음만 먹으면 무력으로 못 이길 나라는 없었으니까.
한데 요즘 같은 때에 미군을 건드린다?
세계지도에서 제 국가를 없애달라고 비는 것이리라.
뒷배를 두둑이 둔 만큼 헨리 소령은 자신감이 넘쳤다.
“준비됐습니다.”
헬기 이륙 준비가 끝났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지만, 양양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라고 해 봐야 헬기를 타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어서 가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은 다음에 동해에 대기하는 군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동맹국이라고 해도 장거리 출장은 일찍 끝날수록 좋은 거니까.
헬기가 이륙하기 전 모인 병사들.
헨리 소령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모두 들어! 2시간 안에 작전 마무리하고 돌아간다. 저녁은 군함에서 맥주파티를 할 테니까, 딱 2시간만 집중하도록. 알겠나!”
““예 썰!””
고작 2시간. 이 정도 작전은 일도 아니다.
부대원들의 대답엔 힘이 넘쳤다.
.
.
.
“헨리 소령님! 헨리 소령!!”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 귀를 저리게 하는 이명까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헨리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