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 좀비 면역자 07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7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7
흙과불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7권
차례
Chapter 01. 안티젠. - 2
Chapter 02. 정리.
Chapter 03. 협상.
Chapter 04. 탈출.
Chapter 05. 자기반성.
Chapter 06. 고척돔 생존 캠프. - 1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7권
Chapter 01. 안티젠. - 2
으적!
망설이는 것은 찰나였다.
달려드는 놈의 머리가 수박보다 크게 보였으나 김태훈은 격발이 아닌 타격으로 대응했다.
개머리판으로 정확히 턱을 맞은 변종.
그대로 땅바닥에 구른다.
‘1조?’
랜턴으로 쓰러진 놈을 비췄다.
아래턱이 기이하게 떨어진 채 몸을 일으키는 변종.
핏물을 뒤집어쓰고 얼굴과 목에 물어뜯긴 자국이 선명한데 아무리 봐도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됐다.
‘벌써 변종이 됐다니.’
구룡의 용병 복장이 분명하다. 소총은 보이지 않으나 권총 홀더에 권총도 그대로 있고, 전투 조끼엔 탄알집도 가득이다.
하면 이들을 단숨에 변종으로 전염시킨 우두머리가 있다는 것일 터.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 느껴지는 건 함정 좀비 포함 4마리가 전부인데.
넓은 마트인 만큼 저 멀리 구석에 좀비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생포하고 싶지만, 그것은 욕심.
저를 알아보는 놈들이 셋이나 되는 만큼 무리해선 안 된다.
‘미안합니다.’
탁!
김태훈은 비틀거리며 다시 제게 덤비려는 변종의 머리통을 날렸다.
―끄와악!!
이윽고 나머지 둘이 일제히 달려온다.
타타탁!
가장 가까운 변종의 머리통을 날렸다.
그러자 뒤따르던 변종이 냉큼 몸을 숙이더니 라면 진열대 쪽으로 도망쳤다.
일반 좀비들은 무지성으로 덤비는 데 반해 확실히 검은 눈부터는 까다롭다.
하지만 그래봐야 마트 안.
태훈의 레이더를 벗어날 수 없다.
변종이라서 조금 까다로울 뿐이지, 사냥개처럼 날랜 것은 아니니.
탁! 탁! 탁! 탁!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와 무릎에 납탄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끄왁! 끄오와악!!
억울해 미치겠다는 듯 괴음을 내지르는 변종.
가까이 다가간 태훈은 저도 모르게 쓴 숨이 나왔다.
낯이 익은 중년인.
악에 받친 검은 눈동자가 무섭다기보다 슬프게 느껴졌다.
최근 양주 방공호에서 오며 가며 스치듯 봤던 남자였다.
오늘 아침에 1조에 자원한 민간인 중 하나이리라.
이대로 머리를 날려버리는 게 맞는 걸까.
가슴은 그러라고 시킨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정말… 미안합니다.”
탁! 탁!
김태훈은 그의 척추에 두 발을 더 맞췄다.
―끄으윽! 끄억!
거칠게 버둥대던 행동이 잠잠해지더니 이내 입만 뻥긋거린다.
“후우우….”
이제 남은 건 이제껏 얌전히 있던 함정 좀비.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좀비가 된 지 오래된 녀석이었다.
쩌억!
냅다 개머리판으로 놈의 뒤통수를 찍었다.
즉사하면 안 되니 나름 힘 조절을 했는데 벌떡 일어난다.
―끄와악!!
다행히 공격하진 않는다. 그저 짜증스럽게 괴음을 지르는 게 전부였다.
거기까지 확인한 김태훈은 즉시 놈의 사지를 겨눈다.
탁! 탁! 탁! 탁!
마찬가지로 4발을 날려 사지를 끊은 뒤에야 무전기를 들었다.
“끝났습니다. 함정 좀비 한 마리와 검은 눈을 가진 변종 한 마리 팔다리만 끊어뒀으니 바디 백 들고 와주세요.”
―고생했다. 지금 가마.
“1조 인원을 다 확인은 못 했어요. 저는 좀 더 살펴볼 테니 조심히 오세요.”
―알았다.
무전이 끝나는 즉시 주르륵 흐르는 코피.
이번엔 약간의 두통과 구역질까지 동반된다.
“하아… 퉤!”
피 섞인 침을 뱉어내는 김태훈. 티슈로 코피를 닦은 뒤 고개를 강하게 젓고 다시 움직인다.
기절하면 안 되니 능력을 잠재우는 대신 두 눈을 부릅떴다.
부스럭―
과자 조각을 밟으며 나아가는 김태훈.
목적지는 마트의 가장 구석이었다.
이동하는 중에 뒤쪽이 부산스럽다.
마철용과 원탁, 덕산 무역의 직원들이 마트로 들어오고 있었다.
“태훈아!”
“형님!”
“예, 여기예요.”
김태훈이 손을 흔들었다. 마철용과 원탁, 정재호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나머지는 꿈틀거리는 두 마리의 좀비를 구속하고 바디백에 담고 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태훈이 돌아서 움직였다.
말투가 워낙 차가웠던 탓일까.
마철용도 원탁도, 정재호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마트의 가장 끝, 사건의 발단지로 보이는 냉동창고 입구에 도착했다.
“……피 돼지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열린 창고 문.
모두를 반기는 건 두 개의 다리뿐이었다.
정확히는 무릎 위가 사라진 채 짝다리 짚듯 서 있는 두꺼운 다리.
아무래도 문이 열리는 순간 자폭하듯 터졌거나 총알을 맞고 이 사달이 났으리라.
“빌어먹을….”
정재호는 차마 못 보겠는지 얼굴을 쓸어내린다. 김태훈과 마철용만이 굳은 얼굴로 내부에 진입했다.
“……전기가 끊겨서 안이 더웠구먼. 난리가 난 뒤에 단체로 이 안에 숨었다가… 좀비가 된 것이려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아… 저기.”
대답하며 움직이던 태훈의 랜턴에 시신으로 추정되는 것이 하나 보였다.
얼굴과 상체를 거칠게 물어뜯긴 남자.
워커와 바지를 보니 마지막 1조 원, 덕산 무역의 직원이었다.
미동이 없는 걸 보니 죽은 것 같다.
“쯧….”
마철용도 결국 쓴 숨을 쉬며 얼굴을 감쌌다.
그때였다.
“……스으….”
나직이 들리는 숨소리. 너무 작은 소리였으나 김태훈은 분명히 들었다.
“잠깐만요?!”
퍼뜩 랜턴을 비추고 다가가는 김태훈.
얼굴에 피칠갑을 한 남자의 코에 귀를 대더니 눈이 소처럼 커진다.
“사… 살았어요. 아직 살아있어요!!”
.
.
.
“더는 없습니다.”
“그만 돌아갑시다. 헬기도 마침 왔네요.”
처음 타고 왔던 헬기는 한 대. 조금 전 마트에서 구조한 부상자를 태워 용산으로 급히 보낸 뒤 헬기는 다시 돌아왔다.
뜻밖의 부상자는 남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눈앞의 할 일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당장 떠난다면 동료들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나.
해서 김태훈과 덕산 무역의 직원들은 극장과 관리실, 그 외의 상가들을 전부 뒤졌다.
기가 막히는 건 그 과정에서 두 마리의 함정 좀비를 더 발견했다는 것.
물론 김태훈이 먼저 발견해 처리했으나 모두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변종이 계속 늘어난다. 그것도 인간의 약점을 찌르듯 지독하게.’
무사히 돌아가는 중이건만. 비행하는 헬기 안 모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 * *
3시간 후.
양주 방공호의 회의장.
용산에 부상자와 변종을 내려주었고 양주 방공호의 외곽에 동료들의 시신을 묻어준 후였다.
회의장엔 이태호 회장과 정재호 사장, 기상태 부장과 마철용, 김태훈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