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 좀비 면역자 05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5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5
흙과불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5권
차례
Chapter 01. 고척돔. - 2
Chapter 02. 트로이 목마.
Chapter 03. 아수라장.
Chapter 04. 슈퍼맨. - 1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5권
Chapter 01. 고척돔. - 2
그롸아아악―
따다닥! 땅! 땅!
고척돔 앞의 도로엔 또다시 지옥이 펼쳐지고 있건만.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이 사달을 만든 헬기는 진즉에 사라져 버렸고 고척돔의 생존자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좀비의 접근을 막느라 애를 쓴다.
“아으씨…! 코치님! 드론이 떨어졌어요! 밖에 이제 못 봅니다!”
“뭐?! 이런 병신 새끼가…! 됐어! 총알! 서둘러!!”
지하 주차장 입구엔 벌써 좀비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덕분에 뒤에서 달려오는 놈들이 그것을 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철제 셔터 안의 사람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끄오오오오!!
“변종! 점사 날려!!”
이따금 시체 산을 뛰어넘는 검은 눈의 변종들이 포효하면 뒤따르는 놈들의 규모가 확 늘어났다.
그것도 모자라 몸을 바싹 낮추거나 벽을 타고 뛰는 등 갖은 곡예를 부리니 방어하는 쪽에서는 부담을 갖는 게 당연했다.
“씨발! 언제까지 오는 거야!!”
시체는 계속 쌓이고, 뒤에서 몰려오는 놈들이 재빠르게 그것을 뛰어넘고.
어느덧 뒤에서 밀어내는 시체 산은 우르르 무너져 철제 셔터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다.
―끄오오오오!
다시 변종이 포효하니 이번엔 1백 마리가 넘게 한 번에 몰려온다.
철컹― 철컹!!
몇 마리는 철제 셔터를 잡고 흔드는 데 성공했다.
“야이 씨! 여기 뚫리면 뒈져! 갈겨! 갈기라고!!”
“정문! 정문 뚫립니다!! 정문 바리케이트 다 부서졌데요!!”
“지원 못 보내! 여기 막아!”
고척돔의 출입구가 어디 한둘인가.
나름 집기들로 튼튼히 막기는 했다만.
집요하게 손을 쓰는 좀비들 덕에 상황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이 중사….’
채 준은 밖에 있을 이 중사 팀과 트럭 팀의 부재가 아쉬웠다.
어떻게 됐을까. 솔직히 말해 그들이 그냥 도망쳐도 할 말이 없는데.
아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남겠나. 진즉 도망치고도 남았겠지.
‘트럭이 추가되는 놈들만 끊어 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 준은 한 박자 늦게 무전기를 들었다.
* * *
부르르르릉―!
먼저 달려 나갔던 김태훈.
가는 길목에 있던 좀비들이 수십이었으나 김태훈은 놈들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려 나갔다.
“사장님! 어떻게 해요?!”
트럭을 운전하던 원탁이 소리쳤다.
마철용은 지붕 위에서 달려가는 김태훈과 트럭으로 달려드는 좀비들을 보는 중.
“태훈이 쫓아가! 일단 계속 달려가!”
“네!”
콰직! 콰자작!
막아서는 좀비들을 때려 박으니 놈들의 살점과 핏물, 뇌수가 사정없이 뿌려진다.
그것들은 지붕 위의 마철용에게까지 튀었다.
“에이 씨벌!”
하마터면 입이나 눈에 들어갈 뻔했으니 마철용이 냉큼 지붕에서 내려온다.
그러자 안에서 긴장한 이 중사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마철용은 재빨리 고글형 방독면을 쓰면서 이 중사에게 말했다.
“뭐해! 네 식구들 안 구할 거여?!”
“예? 아, 예!!”
모두가 기합이 잔뜩 들었다. 안도하며 소총을 들고는 마철용에게 집중한다.
“잘 들어! 저기 총구멍 보이지! 총 네 개니까 한 명씩 붙어서 트럭에 달라붙는 좀비 새끼들 대가리를 쏘라고! 손 발발 떨다가 트럭 안에서 쏘면 다 뒈져버리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써! 알았어?!”
“어… 예! 예!”
“좋아. 그럼 나머지는 뭐 해야겠어?!”
“주, 준비요! 장전해서 소총 넘기면 됩니다! 끊기지 않게요!”
“그렇지! 이 중사! 자네가 잘 쏘는 친구들로 배치해! 한 명은 나한테 붙이고! 내가 쏘라고 하기 전엔 아무도 쏘면 안 돼! 밖에 태훈이 있는 거 잊지 말라고. 오케이!?”
아까의 살벌했던 분위기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금은 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
이 중사가 힘차게 소리쳤다.
“예! 마 사장님! 창수 씨! 연서! 대형이!”
“예!”
이 중사가 명확하게 지휘하자 지목받은 남자들은 각각 구멍 하나씩을 맡았다.
마철용은 그들을 훑어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명심해! 내가 명령하기 전엔 누구도 쏘지 마! 쏠 때는 트럭에 붙는 놈만 쏘고! 총알 많으니까 결국엔 우리가 이겨! 이 개쩌는 트럭 믿고!”
““예에!!””
트럭 안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남자들. 기합이 잔뜩 든 그들을 보며 그제야 마철용이 고개를 주억이며 송 상병에게 시선을 옮긴다.
이미 무기는 없고, 겁먹은 얼굴로 구석에 앉아있는 송 상병.
“살고 싶으면 얌전히 있어. 때 되면 방공호로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예.”
잔뜩 겁먹은 채 단단히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장전 후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 무렵 트럭은 이미 우글대는 좀비들 밭에 도착.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놈들의 압도적인 모습에 전부가 침을 삼켰지만, 튼튼한 장갑 트럭과 두둑한 총알 덕에 잔뜩 기대하는 중이다.
“모두 대기! 트럭 흔들리니까 조정간 안전하고, 다들 총구 바닥으로 내려!!”
마철용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콰직! 콰자자작! 콰앙!
트럭은 부지런히 좀비들을 때려 박으며 나아가고 마철용은 눈을 부릅뜬 채 김태훈의 위치를 찾는다.
“후우… 후우….”
‘미치겠구먼.’
김태훈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아지경.
도끼 한 자루를 양손으로 들고 정말이지 한 마리의 야수처럼 나아가는 사내.
가는 족족 머리통을 터뜨리고 픽픽 쓰러지는 좀비들.
하지만 주변의 놈들이 어느새 빈자리를 채워버린다.
그만큼 놈들은 징그럽게 서로 달라붙고 있었다.
김태훈은 그 좁은 틈을 무식하게 파고들더니 밀치고 휘두르며 쪼개기를 반복한다.
조준경에 보이는 부릅뜬 김태훈의 붉은 눈.
‘태훈이….’
광인이 된 듯한 그의 모습이 무섭다기보다 마음이 아픈 건 왜일까.
어쩌겠나. 내려서 도와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트럭을 타고 가서 엄호하려다가 엄한 총알에 그가 맞을지 겁이 난다.
그럼 어떻게 도와야 할까. 내릴 수는 없고. 그냥 트럭으로 냅다 박아서 길을 터줘야 하나?
‘변종을 찾아서… 젠장. 변종이 어딨는 거야?’
그때였다.
―치이… 치직…! 이 중사님. 이 중사님! 고척돔입니다!
이 중사의 무전기가 울었다. 고척돔에서 들리는 총소리 덕에 그곳 역시 상황이 나쁜지는 알고 있었는데.
“마 사장님!”
길게 말하지 않아도 도움을 원하는 걸 아니 마철용부터 부르는 이 중사다.
이 트럭의 지휘관은 그이니 시간을 줄여야 할 것 아닌가.
“이리 줘!”
마철용이 무전기를 받았다. 지붕 위에서 김태훈과 좀비들을 살피며 송신 버튼을 눌렀다.
“나 마철용이요! 고척돔입니까!”
―하아… 씨… 아직 안 가셨군요? 트럭 그대로 있는 겁니까?
“씨벌. 갈라고 했지! 근데 이 중사네가 의리가 좋더라고! 그래서 뭐! 밖에도 상황이 좆같아!”
―따악! 따다닥!
무전기에선 쉬지 않고 총소리가 들렸다. 한 박자 뒤에 채 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추가되는 놈들! 그놈들만 어떻게든 해주십쇼! 트럭으로 놈들만 좀 끌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상황을 끝낼 거라면 전장을 크게 봤을 땐 그게 맞다.
엿 같은 헬기가 나타난 덕에 가둬둔 철문이 열리고 놈들이 쏟아졌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언뜻 봐도 2천 마리 정도만 온 것 같다.
하면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그리고 아직 그 공사 현장의 모래 바닥 위에 놈들이 남아있다는 이야기.
계속 총소리로 놈들을 차례대로 끌어모았다간 날이 저물어도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마철용은 금세 계산을 끝냈다.
다만 걸리는 것은 김태훈 아닌가.
‘젠장… 내려서 도와줄 수도 없고.’
저 혼자 계속 한발씩 쏴서 어느 세월에 이놈들을 처리하나.
그나마 다행인 건 김태훈은 미친 듯한 속도로 좀비들을 때려죽이는 중이라는 거.
‘태훈이….’
“버텨! 밖은 우리가 알아서 할란게! 송신 끝!”
무전을 마친 마철용.
“탁아!! 저 씨벌놈들 박아버리고 직선으로 가자! 태훈이 앞에 한번 뚫음서 가! 지금 여기서 2시 방향!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밟어!”
“어제 아파트 쪽으로!”
찰떡같이 알아먹은 원탁이었다.
부르르릉! 콰지직! 콰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