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8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8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8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8권
차례
Chapter 01. 괜찮은 광고인으로 느껴졌다
Chapter 02. 또 하나의 개구리처럼
Chapter 03. 광고에 미친 놈과 일하고 싶다
Chapter 04. 담뱃값입니다
Chapter 05. 장군이요! 소리를 들으면
Chapter 06. 월급 값하러 갔다 온다
Chapter 07. 박 팀장…… 오늘은 고마웠다
Chapter 08. 날뛸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
Chapter 09. 이것들아, 나도 형 있어
Chapter 10. 개소리입니다
Chapter 11. 좁스라는 이름을 걸지
Chapter 12. 사장 시키면 잘하겠던데
Chapter 13. 둥지를 떠나야 할지도
Chapter 14. 내가 그에게 준 선물은
Chapter 15.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테니까
Chapter 16. 내 모든 근육을 걸어서라도
Chapter 17. 기획팀장을 물어다 주었다
Chapter 18. 출근하세요, 뽑혔으니까
Chapter 19. 청년 박기영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Chapter 20. 광폭 행보가 시작되는 순간
Chapter 21. 이븐(even)하게 익었으니까
Chapter 22. 광고 얘기를 안주 삼아
Chapter 23. 크랩 버거가 당기는 헤드라인
Chapter 24. 광폭한 승부의 첫 장이 열렸다
Chapter 25. 조폭보다 무서운 건 광폭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8권
Chapter 01. 괜찮은 광고인으로 느껴졌다
박기영은 요즘.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기념일 이후.
남자의 자존심을 한 번도 세우지 못한 그를 아내는 없는 사람 취급했으니까.
회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울려대던 휴대폰은 어느새 알람 시계가 되어 버린 지 오래.
최근 통화 목록을 살펴봤지만.
보름 전에 통화한 어머니가 마지막이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밥 한 번, 술 한 번 먹을 기회를 달라며.
나를 찾는 사람이 줄 설 정도였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세월이 야속하군.’
밥도 혼자 먹은 지 오래다.
팀원들은 이직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언제는.
평생 나만 따르겠다고 하더니…….
가장 존경하는 광고인이 나라고 하더니…….
그들이 존경하고 따랐던 건 인간 박기영이 아니라.
‘기획 1팀장’ 박기영이었나 보구나.
외로움을 달래고자 옥상정원에 올라간 그.
먼 산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냈다.
― 치익. 치익.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담뱃불을 붙일 일이 거의 없던 박기영이었다.
왜냐고?
기획 1팀장이 된 이후로.
누가 붙여주는 담배만 피우곤 했으니까.
기획 팀장부터 시작해.
제작 CD, 인사 팀장, 매체 팀장까지.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하루 종일 찾아오는 사람들이 넘쳐났었으니까.
그런데…….
오늘도 홀로 옥상정원에서 담배를 벗 삼아 연기를 내뱉고 있는 박기영이었다.
“하…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나…….”
기획 15팀에 내려왔을 땐.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화장실 앞으로 쫓겨난 게 아니라.
정혁훈, 그 미친놈의 협박 때문에, 스스로 자청해 내려온 거였으니까.
어떻게든.
미친놈만 해결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줄 알았지.
그런데 웬걸.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팀원들은 이직한다고 다 사표 냈지.
이웅인은 나를 만나주지도 않지.
아니, 그새 어디서 사람을 데려와 내 자리에 앉혀버렸다.
“의리 없는 새끼들.”
이게 모두.
고작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구먼.
항상.
어깨를 당당히 펴고 고개를 빳빳이 들던 박기영.
요즘에는 땅을 보고 다니는 게 더 익숙해질 지경.
이래선 안 돼.
정신 차리자.
초심,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미 한 번 걸었던 길이다.
다시 올라가면 그만이다.
박기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들자.
저 멀리 달이 그를 응원해 주듯 떠오르고 있었다.
아름답네.
나도 곧 저 달처럼 다시 밝게 빛날 수 있겠지.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대를 더 물려는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팀장님.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합시다.”
고개를 돌리자.
정혁훈이 걸어오고 있었다.
박기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일? 갑자기 무슨 일?”
미친놈이 미친놈답게.
한참 선배인 나에게 묻지도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전에 라이터 좀 빌려주세요.”
이 자식이…….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일이라는 게 라이터 배달하라는 거였어?
건방진 놈.
생각과 다르게.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 박기영이 불을 붙여주었다.
정혁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담배를 피웠다.
“서비스가 좋으시네요. 박 팀장님.”
“이거 전에 네가 준 라이터다. 다시 가져가라.”
“네, 알겠습니다.”
그 녀석이 잠시 담배를 피우더니 연기와 함께 말을 내뱉었다.
“요즘 한가하시죠?”
휴…….
오늘도 염장 지르려고 찾아온 건가.
이 녀석은, 야근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시간에 여긴 왜 올라온 거야?
그리고.
젠장!
몰라서 물어?
내가 요즘 일 없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
아니다, 참자, 참아.
지금까지 인내하지 못하고 발끈했다가 손해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쉬어가는 날도 있는 거지. 아무리 명마라 해도 계속 뛸 순 없는 법이야.”
“맞습니다. 느린 호흡으로 달릴 줄도 알아야죠.”
어라?
웬일로 태클을 안 걸고.
내 말에 수긍하네.
“그래서 무슨 일을 하자는 건데…….”
그때 박기영의 머릿속에 뭔가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