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4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4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4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4권
차례
Chapter 01. 미친놈에게 베팅 한번 해보겠습니다
Chapter 02. 당신 두피에서 가출하게 될 테니까
Chapter 03. 가는 길이 그리 외롭지는 않을 거야
Chapter 04. 엄마의 얼굴에 꽃이 활짝 피었다
Chapter 05. 호의를 100배로 돌려줘야 하니까
Chapter 06. 진혼곡의 공동 작곡가
Chapter 07. 나의 타잔이 되어주겠어요
Chapter 08. 세상이 뒤집어졌다
Chapter 09. 세상이 미친 게 분명해
Chapter 10. 정 카피를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Chapter 11. 이 차는 이제 손님 겁니다
Chapter 12. 인간의 꼬리는 왜 사라졌을까
Chapter 13. 미국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만
Chapter 14. 사람 냄새 나는 사람
Chapter 15. 누구보다 먼저 당신을 태워드리고 싶었습니다
Chapter 16. Are you crazy?
Chapter 17.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Chapter 18. 스릴러라고 느낄 거다
Chapter 19. 미친놈이 미국에 쳐들어왔어
Chapter 20. 미친놈을 가져오면 어떻게 합니까
Chapter 21.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합니다
Chapter 22. 나야? 미친 옐로 몽키야?
Chapter 23. 오프너는 미국에서도 통할 테니까
Chapter 24. 무서운 사람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
Chapter 25.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4권
Chapter 01. 미친놈에게 베팅 한번 해보겠습니다
나는 이근호 대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의 몇 가지 선택에 따라 오늘 우리가 가져온 아이디어는 좋은 광고가 될 수도, 쓰레기 광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형 스크린에 첫 번째 제안을 띄웠다.
―첫 번째 제안.
<광고 예산 50억에서 20억으로.>
“1999년 하반기 DC 카드의 광고 예산 50억을 20억으로 줄일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광고주들이 두 눈을 비비며 대형 스크린을 거듭 확인했다.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럴만했다.
대한민국 광고 역사상 광고비를 줄이자고 제안하는 광고 대행사는 처음이었으니까.
광고주 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광고 예산을 50억에서 200억으로 늘려달라는 겁니까?”
옆에 앉아 있던 마케팅팀 대리가 정정했다.
“팀장님. 200억이 아니라 20억입니다.”
광고주 팀장의 단추만 한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뭐라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받을 돈을 줄여달라는 대행사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그게 말이 돼?”
그는 PT 중인 걸 잠시 까먹었는지 대표가 있음에도 속마음을 겉으로 내뱉는 듯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에 돈 벌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20억이 맞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20억이 맞습니다.”
“허허. 지금 우릴 우롱하는 겁니까?”
그가 옆에 앉아 있던 대표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대표님. 굳이 더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조금만 더 들어보지.”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의구심을 품고 욕을 하고 싶겠지만.
PT가 끝나면 당신들은 모두 나의 응원단장이 될 겁니다.
나는 그들에게 최고의 응원가를 불러줄 생각이었으니까.
구시렁대는 광고주들을 보며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겼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PT에서 다들 이 카피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스토리보드 발표가 끝났을 때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바뀐 광고주.
오겡끼데스까를 외친 광고주와 강철인의 영상을 보고 흐뭇해하던 자녀를 둔 과장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국민 아닙니까?”
“소비자겠죠.”
나는 ‘여러분’에 레이저 포인터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물었다.
“그게 전부입니까?”
마케팅 팀장 옆에 앉아 있던 대리가 되물었다.
“뭐가 또 있겠습니까?”
나는 광고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첫 번째 ‘여러분’은 이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버튼을 누르자 글씨가 옆으로 밀리며 앞쪽에 네 글자가 추가됐다.
‘DC 카드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나는 단상 앞으로 걸어가 광고주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국민보다 소비자보다 먼저 부자가 돼야 하는 건 여기에 계신 여러분 아닙니까?”
광고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우리, 우리라고요?”
“DC 카드가 먼저라…….”
“그러면 좋겠지만…….”
흔히들 경영진이나 사장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직원들은 왜 주인 의식이 없을까.’
왜겠는가?
그들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악덕 기업이 아니더라도 회사 대부분은 사장과 임원진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주체이며,
직원들은 일을 해주는 부품 취급을 한다.
그런 곳에서 어느 누가 주인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는가.
그저 월급날을 기다리며 참고 일할 뿐.
이 당시 해외 유수 기업들이 적용하기 시작한 마케팅 기법이 있었다.
내부 마케팅.
이 기법의 핵심은 주인 의식 부재는 경영진의 탓이며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군량이 모자란 군대라도 전투를 앞두고는 배를 든든히 채워야 한다.
사기가 바닥인 군대는 100번 싸워 100번 지게 되는 법.
아이젠하워가 말했지.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몸집이 아니라 투쟁심의 크기라고.’
이미 패잔병의 얼굴을 하고 있는 DC 카드 내부의 사기를 올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광고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제안을 한 것이다.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기자.
‘첫 번째 여러분은 DC 카드가 되어야만 합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30억을 DC 카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및 복지 예산으로 쓸 것을 제안합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상상도 못 했겠지.
광고주에게 10원 한 푼이라도 더 쓰게 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광고 대행사의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대행사의 이익 대신 광고주의 수익부터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마케팅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현재 DC 카드 임직원은 총 500명. 30억을 나누면 600만 원. 광고 캠페인이 진행되기 전에 300만 원을 지급하고 성공적인 광고 결과가 나올 경우 300만 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제안합니다.”
“지금 경쟁사는 매해 400억을 쓰고 있는데 20분의 1밖에 안 되는 20억으로 상대가 되겠습니까?”
어려운 상황에도 나름 주인 의식을 갖고 있는 팀장을 보며 페이지 한 장을 더 넘겼다.
‘30배.’
“첫 번째 제안을 받아 주신다면 약속하겠습니다. 경쟁사 광고 대비 30배의 효과를 달성하겠습니다.”
광고주들은 이제 더 놀라기도 지쳤는지 벌린 턱을 다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기세를 몰아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기자.
‘600억.’
“20억으로 600억의 광고 효과를 만들겠습니다.”
쾅!!
말없이 듣고 있던 이근호 대표가 의자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대행사 따위가 광고주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 30배 광고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책임질 건가?”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30배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광고 예산 20억을 받지 않겠습니다. DC 카드는 그럼 손해 볼 일이 없지 않습니까?”
강철인과 예동현이 동시에 일어나 눈빛으로 나에게 쌍욕을 보냈다.
걱정하지 마십쇼.
강철인 CD님. 예동현 팀장님.
30배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그리고 DC 카드가 부도가 나면 20억이 아니라 50억을 못 받을 겁니다.
마케팅 팀장이 이미 벌린 턱을 한 번 더 벌리며 물었다.
“광고 대행사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