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4권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4권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4
릴리프현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4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4권
Chapter 01.
굳게 쳐놓은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 빛이 어두웠던 방 안을 조그맣게 밝혀주고 있었다.
째깍.
초침이 흘러가며 정각을 가리켰다.
♪♬―!
스마트폰에서 큰 소리로 알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으으음…….”
나는 그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응원가가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진짜 명곡이네…….’
언제 들어도 기분이 한껏 좋아지는 노래였다.
매일 아침 내 잠을 강제로 깨우는 이 알람이라는 녀석은 보통 모름지기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
하지만 내 응원가를 들으며 잠에서 깨니 기분이 참 좋았다.
‘어, 근데 잠시만.’
뭔가 이상했다.
― 어라, 알람이 왜…?
내 알람은 존슨이 매일 아침 울려주는 사이렌 소리인데…….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에 알람을 설정해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민영 누나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으음… 재현아, 잘 잤어?”
자다 일어나서 약간 잠긴 목소리, 하지만 말투에는 애교가 섞여 있었다.
미치도록 귀여웠다.
그리고, 또 사랑스러웠다.
‘천사가 강림하는 것 같달까.’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더 그래 보였는지도 모른다.
― 우욱.
존슨이 역겹다는 듯 헛구역질을 해댔다. 나는 그런 존슨을 개무시했다.
내 생각, 시선, 신경… 모든 것들은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냅다 키스를 갈겼다.
“으읍…….”
그러자 민영 누나는 처음엔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내 몸을 끌어안았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어슴푸레 들어오는 방 안에서, 서로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 …전원을 종료합니다.
존슨은 도저히 이 장면을 보기 힘들었는지 알아서 전원을 꺼버렸다.
드디어 방해꾼이 사라졌다.
더 즐겨볼까.
민영 누나는 출근을 위해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막상 없어지니 옆자리가 너무 허전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 정재현 : 누나 보고 싶어
― 민영 누나 : 유턴할까?
― 정재현 :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 ㅋㅋㅋ
― 민영 누나 : 마음 같아서는 다시 강릉으로 돌아가고 싶다
― 정재현 : 나도 서울 가고 싶어
― 민영 누나 : 그래도 담주 잠실 원정이자나
― 정재현 : 맞아 그때만 기다리는 중
― 민영 누나 : 월요일에 우리 집 올래?
― 정재현 : 갈래 갈래
― 민영 누나 : 아이구 귀여워라
그 와중에 존슨은 메시지 내용을 보더니 다시 스스로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10분쯤 지나서야 다시 전원을 켰다.
― 휴, 다 끝났군요.
‘음, 다시 보내볼까나.’
― …미친 사람이네, 이거.
‘미친 사람… 맞긴 해. 나는 민영 누나한테 미친 사람이니까.’
― …전원을 종료할까요?
‘크큭, 어딜 도망가려고.’
― 에휴. 내 인생.
스왈로즈는 올 시즌 여태까지 다른 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연승이 길게 이어진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호크스전에서 스윕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미라클스전 마저 스윕한 스왈로즈는 이번 마린스 3연전에서 2승을 확보한 터였다.
스윕, 스윕, 위닝시리즈. 도합 8연승.
창단한 이래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었던 스왈로즈인 만큼, 하루하루 창단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 스왈로즈는 9연승에 도전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늘 승리를 거두면 또 한 번 팀의 역사를 갱신하게 된다.
양 팀의 3선발 간의 맞대결. 스왈로즈는 서호영을 내세우고, 마린스는 송진으로 맞수를 놓았다.
내 입장에서도 송진 선배는 꽤 까다로운 상대다.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투수인데, 서호영만큼은 아니지만 스플리터가 정말 좋다.
“무! 적! 스왈로즈!”
“최! 강! 마린스!”
경기가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음에도 양 팀 팬들 간의 응원 대결이 뜨거웠다.
일요일 낮 경기여서 그런지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이렇게 팬분들이 많이 들어오면 나에 대한 응원 열기도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힘찬 응원을 받으면 나도 힘을 받아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또 팬분들이 좋아한다.
그야말로 선순환 구조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모두가 나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부담스러워.”
오늘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서호영은 확실히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멘탈만 좋았다면 국내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멘탈 문제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호영 군! 뭘 망설이는가!”
옆에 있는 곽대강이 서호영의 등을 팍팍 두드리며 긴장을 가라앉혀 주고 있긴 했지만.
“서… 선배님, 아픕니다…….”
딱히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보통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이런 성향을 보이는 편이긴 하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이 정도로 많은 관중이 있는 경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2군에서도 마찬가지고.
1군에 와서야 이 정도 규모의 관중이 들어온 경기를 하곤 하는데, 끝까지 적응 못 하는 선수도 있지만.
금세 적응하는 선수도 있었다.
저 녀석처럼.
강민석이 타석으로 향하다 말고, 1루 측 관중석을 쳐다보더니 윙크와 손 인사를 했다.
“어휴,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강민석을 지켜보던 서장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캡틴! 캡틴도 정말 잘생기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우주선이 서장혁에게 아첨했다.
“주선아, 그건 좀 아니다.”
“주선 군! 거짓말은 나쁜걸세!”
그러자 서장혁의 동갑 친구 두 명, 마태평과 곽대강이 우주선의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야, 이것들아…….”
“어이쿠, 우리 주장님 화나셨다.”
“크하하, 나는 호영 군과 볼 배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가야겠군.”
서장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둘을 바라보았고, 마태평과 곽대강은 후다닥 흩어졌다.
그사이, 강민석이 쏟아지는 팬들의 응원에 싱글벙글 웃으며 안타로 출루한 후 도루까지 성공했다.
오늘 경기가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 양정철 감독은 초반부터 번트 지시를 내렸고, 주자는 1사 3루.
나는 팬들의 큰 환호를 받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외야 플라이만 노려도 충분한 상황이다. 3루 주자인 강민석의 주력이 정말 빠른 것을 감안하면 심지어 그리 깊게 치지 않아도 된다.
“재현이 어서 오고.”
윤호 형은 오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왠지 멘트가 어제랑 똑같은 것 같다.
“형, 멘트 돌려막기 하지 마요.”
“요즘은 이게 유행 아니냐? 누구 어서 오고… 뭐 이런 거.”
“…그거 유행 한참 지났을걸요.”
“그래?”
왜 계속 저 말투만 쓰나 했더니.
― 재현보다 유행에 뒤처진 모양입니다.
‘하이루, 방가방가 안 하는 게 어디야.’
설윤호는 머쓱해졌는지 대화가 끊겼다.
원래 타석에서 방해받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워낙 말이 많은 이 형이 말을 안 하니까 뭔가 허전했다.
“형, 다음 구종 뭐에요?”
나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어차피 제대로 안 알려줄 테니 상관없었다.
“어? 너클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