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2권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2권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2
릴리프현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2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방출 후 AI로 천재 타자 02권
Chapter 01.
‘이런, 도루를 하다니.’
돌핀스의 데이먼 감독은 당황했다.
방금 고의사구로 1루에 내보낸 정재현.
저 선수가 올 시즌 눈에 띄게 도루 시도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도루 성공률이 100%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경기 전에 저 선수에 관한 리포트를 보고 왔으니까.’
하지만, 도루에 관한 데이터를 애써 무시했다.
최근 홈런이 너무 많았으니까.
홈런을 맞을 바에는 차라리 볼넷으로 거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재현이 도루하는 것을 보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승부하게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데이먼 감독은 고뇌에 빠졌다.
‘저 친구의 타율이 5할이 넘었지, 아마.’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고타율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떤가.
저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않고 승부를 하게 되면, 거의 절반의 확률로 잡아낼 수 있다는 뜻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군. 고의사구는 그만해야겠어.’
재현의 도루로 인해 결국 생각을 고쳐먹은 데이먼 감독이었다.
4회 초가 진행되는 지금, 점수는 아직 0 대 0.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1회에 내가 도루에 성공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고.
4회에도 마찬가지. 2루타를 때려냈지만, 후속타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고 해도 결국은 3할 아닌가.
10번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잘 치는 타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라이언도, 장혁이 형도 언제나 잘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나는 5할이 넘지만.’
― 아니, 여기서 또 자기 자랑을 합니까.
‘뭐 어때. 팩트잖아.’
― 재현도 못 말리는군요.
하여튼간.
지금은 2사 1루.
오늘의 선발인 드레이크 주니어가 강속구를 뻥뻥 던지며 타자들을 제압해 나가고 있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되지.’
저러다가 언제 홈런을 맞을지 모르는 투수다.
갑자기 직구가 한가운데 몰린다거나,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간다거나 하면….
여지없이 홈런을 맞….
따아아아악―!
‘어라, 진짜 맞을 줄은 몰랐는데.’
돌핀스의 5번 타자 로버트가 친 타구.
이 타구는 훨훨 날아갔다.
‘진짜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구장의 정중앙으로 향하는 타구.
중앙 펜스는 좌·우측 펜스보다 훨씬 뒤쪽에 있었기에 넘기기 힘들었지만.
― 비거리는 123m로 예상됩니다. 펜스가 122m니까… 아마 넘어가겠군요.
이런 팽팽한 투수전에 선제 투런 홈런을 맞는다면.
오늘 타격감이 영 좋지 않은 우리 타선으로는 분위기를 뒤집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하지만….
“중견수 뒤로! 중견수 뒤로! 가운데 담장을….”
타구가 가운데 담장을….
톡.
넘어가지 않았다.
공이 떨어진 곳은 펜스 뒤쪽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
“라이언! 라이언!”
펜스 뒤쪽에 있어야 할 공이, 라이언의 글러브 안에 들어가 있었다.
“잡아냈습니다! 이 타구를 잡아내는 중견수 라이언! 아, 지금은 분명 넘어가는 타구 아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라이언 선수가 잡지 않았더라면 홈런이 될 수밖에 없는 타구였거든요. 그런데 라이언 선수가 펜스 앞까지 쫓아가서, 높게 뛰어올라 펜스 뒤로 넘어가는 공을 잡아버렸습니다. 이야… 이거 슈퍼 세이브인데요?”
“놀랍습니다. 이렇게 이닝이 마무리됩니다. 4회 초 인천 돌핀스의 공격, 주자가 출루했지만 결국 득점 없이 마무리됩니다. 5회 초에 돌아오겠습니다. 여기는 강릉 돔입니다.”
라이언이 호수비를 해낸 후, 스왈로즈 더그아웃.
동욱이가 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쟤는 뭐 무릎 꿇는 게 일상이냐?’
나한테 무릎 꿇으면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갑자기 라이언한테 무릎을 꿇고 있다.
‘줏대가 없네, 줏대가 없어.’
― 그렇지만 프러포즈는 굉장히 잘할 것 같군요.
‘프러포즈…….’
― 앗차차, 재현은 여자친구가 없었죠. 그것도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쭉. 제가 괜한 소리를 했군요.
‘와, 진짜… 또 나 못살게 구네.’
― 에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재현. 제가 그럴 AI로 보이십니까?
‘어, 완전. 그렇게 보이는데?’
― 흠… 이제 재현은 저를 너무 잘 아는군요.
존슨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아, 됐고. 너 때문에 방금 그 장면 놓쳤잖아. 책임져.’
― 그럴 줄 알고 제가 녹화를 해놨습니다.
‘뭐야,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였어?’
― 재현의 시야가 계속 그쪽을 응시하고 있었으니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존슨은 말을 마치자마자 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영상을 띄웠다.
곧이어 영상이 재생되었다.
“라이언 형님! 제게 외야 수비를 가르쳐 주십시오! 형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왓? 웨하스? 웨하스를 사달라고?”
아무래도 라이언은 외야 수비를 웨하스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 아, 웨하스 참 맛있는데요. 사 주십시오.
‘과자는 뭔 과자야. 오늘은 고기 먹을 거야.’
― 고기…? 당연히 소고기겠죠?
‘내 연봉으로 그게 가당키나 하냐. 삼겹살 먹을 거거든.’
― 음… 삼겹살이라. 삼겹살도 맛있죠. 좋습니다.
‘그런데 내 저녁 메뉴에 왜 네가 참견하냐…….’
― 그야, 저는 재현의 모든 감각을 공유하니까요. 미각도 공유되는데 맛있는 걸 먹으면 좋지 않습니까.
‘욕심만 많아가지고, 참.’
― 이어서 보시죠.
라이언이 동욱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통역이 급히 달려와서 동욱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아, 외야 수비를 가르쳐 달라는 말이지.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형님!”
“너는 이제부터 엔디스의 팬이 되어야 한다. 가능하겠나?”
― 엔디스라면 라이언이 좋아하는 걸그룹 아닙니까?
‘아, 그때 시구했던…….’
드래곤즈와의 3연전에서 시구를 했던 엔디스의 진솔.
라이언이 아마 그때 첫 타석부터 홈런 치고 진솔이 있는 드래곤즈 관중석으로 하트를 날렸었지, 아마.
“당연히 하겠습니다. 진솔! 진솔!”
“어허, 한 명만 좋아하는 건 안 돼. 멤버 여섯 명 모두를 좋아해야 한다. 알겠나?”
이렇게 동욱이 라이언의 제자가 되어가고 있을 때.
“동욱이 형! 지금 재현교를 배신하는 건가요?”
민석이 달려와 동욱을 제지했다.
“나는 이제 재현교를 탈퇴한다. 그리고… 라이언교의 신자로 완전히 거듭난다.”
“안 돼! 이단이다! 이단이야!”
― …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진짜 골 때리네.’
날이 갈수록 애들이 미쳐가는 것 같았다.
라이언의 호수비로 인해 유지되었던 0 대 0의 균형은 7회 말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점수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투구수를 아낀 클레이는 아직도 돌핀스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선두 타자로 나왔던 2번 타자 우경훈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1사 주자 없는 상황. 내 타석이 돌아왔다.
‘여기서 또 고의사구로 거르진 않을 거고.’
― 4회부터는 재현과 승부했으니 이번에도 승부할 겁니다.
첫 번째 타석에서는 고의사구로 거르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나와 승부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 아마 도루하는 걸 보고 꼬리를 내린 것 같네요.
지금 클레이의 투구 수는 90개 남짓.
아마 경기 초반과는 달리 힘이 꽤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구속만 봐도 알 수 있지.’
대기 타석에서 살펴본 결과, 지금 투수의 구속은 경기 초반보다 2km/h가량 떨어져 있었다.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
장타를 만들 절호의 기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