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6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6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6
어로달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6권
차례
Chapter 01. 용광로
Chapter 02. 일련의 과정
Chapter 03. 눈을 부릅떴다
Chapter 04. 기대하고 있어요
Chapter 05. 내가 왜 가?
Chapter 06.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Chapter 07. 초대
Chapter 08. 편한 날짜
Chapter 09. 두 토끼
Chapter 10. 공고
Chapter 11. 상황이 달라졌다
Chapter 12. 답을 모르고
Chapter 13. 최선을 다해야지
Chapter 14. 멈출 수가 없었다
Chapter 15. 내가 출연한 영화
Chapter 16. 시나리오 한 편
Chapter 17. 성의는 고맙게
Chapter 18. 돌이켜보면
Chapter 19. 뭔지 알겠는데
Chapter 20. 상당한 관심사
Chapter 21. 언제 그랬지
Chapter 22. 드문 일
Chapter 23. 잘 지내고 있어요
Chapter 24. 액션
Chapter 25. 마지막 여정 (완)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6권
Chapter 01. 용광로
송진수는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마치 칼과 도끼가 몸을 가르고 피부를 저미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온몸의 피가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으며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
아, 이대로 죽는 건가?
차라리 정신을 놓고 싶지만 고통이 극심한 탓에 오히려 각성이 되어 그러지도 못했다.
“세상에, 대체 이게…….”
황급히 달려온 송 회장의 놀란 음성이 귓가에 들렸다.
“안 되겠다! 진수 내가 업을게!”
송민수는 누군가가 데리러 간 김 비서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직접 동생을 업으려고 했다.
셋째 송연수가 그걸 도와주었다.
“예,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더니 쓰러졌어요. 피까지 토하고……. 의식은 있습니다.”
근처에선 병원장에게 전화로 설명하고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
피를 왈칵 토한 송진수를 손주들이 넋이 빠져서 바라보자 누군가 뒤늦게 아이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모두 방에 들어가 있어! 빨리!”
누군가 아이들을 잡아끌거나 밀어내고, 마지못해 아이들이 움직이는 소리.
“지아야! 이리 와!”
또한 송 회장과 같이 서재에서 나온 송지아가 험한 광경을 보지 못하도록, 송지아의 모친이 얼른 달려가 아이의 시야를 가린 후 데려갔다.
벌컥―
멀리서 김 비서는 현관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주변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막 송민수의 등에 업힌 송진수는.
오로지 한 군데만을 보고 있었다.
바로 그놈.
한정결 그놈은 마치 이 모든 소란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사람 같았다.
홀로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저 자식, 인간이 맞긴 한 건가?
왈칵―
송진수가 숨을 헐떡거리다가 다시 한번 토혈했다.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등에 업고 있던 송민수의 어깨가 붉은 핏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제발 좀 끝내줬으면.’
송진수는 본능적으로 이 극심한 고통이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깨닫고 있었다.
한정결, 바로 저놈이었다.
저 인간 같지 않은 놈.
그의 두 눈을 바라보자마자 이 모든 게 시작됐다.
너무 고통스럽다. 빨리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무려 살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안 들었다.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았다.
혈류가 뒤집히며 활활 타오르는 몸뚱이였다.
고통 속에 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언제쯤 끝날까?
그 순간에 한정결의 두 눈이 묻고 있었다.
[할 말 없습니까.]
할 말?
뭘 말하길 원하나. 무슨 말이든지 다 뱉을 수 있었다.
이 고통만 끝내준다면.
[……진실을.]
저놈이 진실을 원한단다. 선택지는 없다.
그러고 보니, 송진수 자신도 진실밖엔 말할 수가 없었다.
거짓된 생각은 전혀 머릿속에 없다. 그런 것 따위는 이미 고통으로 하얗게 증발했으니까.
당장, 지금, 빨리, 여기서 진실을 말해야겠다.
그 일념밖에는 생기지 않았다.
송민수의 등에 업힌 채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던 송진수가 격통을 견디며 벌벌 떨리는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내가 그랬…어…….”
억눌린 신음과 함께 간신히 뱉은 말.
거의 애걸복걸하며 비는 것에 가까운 애원이었다.
진실이었다.
이 고통을 끝내려면 진실을 말해야 한다.
저놈이 원하는 진실을.
이 자리에서, 진실을 그대로 실토해야만 이 고통이 멈출 것이다.
송진수에겐 그런 확신밖엔 없었다.
“차에 태워라, 어서!”
하지만 송 회장의 목소리가 오버랩됐다.
아무도 제대로 들은 것 같지 않았다.
둘째 형인 송민수가 막 그를 업고서 넓은 거실 안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그는 신발 신는 것조차 생략하고 바로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허둥지둥 마당으로 따라 나오는 다른 사람들.
송진수는 뒤돌아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한정결이 느릿하게 천천히 뒤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는 걸.
온몸이 타버리고 뒤집히고 살이 저미는 듯한 고통 속에 송진수는 절박했다.
빨리 끝까지 말해야 한다.
그놈이 원하는 진실을.
“내가…… 죽…였…….”
헐떡거리며 남은 말을 간신히 뱉을 수 있었다.
“…죽였……어……, 김혜인을…….”
그를 업고 있던 송민수가 막 마당을 다 가로질렀던 순간이었다.
“!”
뚝, 하고 송민수가 그 말을 듣고 놀라 발을 멈췄다.
송진수가 뱉은 진실을 제일 가까이에서, 그러니까 바로 귓가에서 들은 사람은.
바로 그를 업고 있었던 둘째 형, 송민수였다.
그리고.
“…….”
그들 바로 옆에서 쫓아오던 송형수.
“…….”
마찬가지로 함께 나오던 송 회장까지.
적어도 김혜인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던 세 사람은 모두 똑똑히 들었다.
송진수가 김혜인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것을.
셋이 발을 멈추자 뒤에서 허둥지둥 쫓아 나오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며 같이 멈췄다.
“민수 형, 뭐해? 왜 이러고 있어?! 빨리 진수 차에 태워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셋째 송연수만이 달려와서 재촉했다.
“……어. 응.”
송민수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다급히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 자기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집 앞에서 운전기사는 이미 차에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였다.
송민수가 어깨를 핏물로 적신 채 송진수를 업고 다가오자, 김 비서가 서둘러 차 문을 열었다.
“…….”
송진수의 발작하는 몸뚱이가 차 안에 놓였다.
뒤이어 송민수도 함께 차에 올랐다.
집 앞까지 나오는 동안 송진수는 뱃속에서 핏물이 올라오는 기분만큼은 잦아든 상태였다.
그나마 약간의 진실을 뱉어서였다.
그놈이 원하는 진실을.
‘내가 김혜인을 죽였다’, 그 한 문장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