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5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5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5
어로달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5권
차례
Chapter 01. 한창 이야기를 듣다
Chapter 02. 틈
Chapter 03. 호기심
Chapter 04. 미련
Chapter 05. 안 가면 안 돼?
Chapter 06. 무시해라
Chapter 07. 저 자리에 있었다면
Chapter 08. 뭔가 달랐던 걸까
Chapter 09. 갑시다
Chapter 10. 침착
Chapter 11. 혹시 모르니
Chapter 12. 대체 어떤 식으로?
Chapter 13. 왜 그런 짓을
Chapter 14. 여행
Chapter 15. 무척 오래된 듯한
Chapter 16. 효과가 엄청났다
Chapter 17. 드물기 때문에
Chapter 18. 초기 단계
Chapter 19. 뭐가 있겠느냐
Chapter 20. 눈 가리고 아웅
Chapter 21. 요청
Chapter 22. 인정사정이 없었다
Chapter 23. 쪽문
Chapter 24. 속세
Chapter 25. 선물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5권
Chapter 01. 한창 이야기를 듣다
“어…….”
정결은 한창 이야기를 듣다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자기랑 상관없는 그냥 송 회장의 과거 이야긴 줄 알았는데.
그 ‘주인집 막내딸’도 그냥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듣다 보니까 익숙한 얘기가 나온 것이다.
바로 송 회장이 그녀 때문에 영화사를 파산까지 몰아붙이고 깡패들의 다리를 부러뜨려 감옥에 보냈다는 거였다.
“???”
‘어머니 얘기 아냐?’
거기다, 한참 듣고 있으려니까 송 회장이 확인 사살을 했다.
마지막에 자기 집 별채에 사는 정결을 ‘막내 여동생의 아들’이라며 언급한 것이다.
“…….”
한편 송 회장은 모든 이야기를 다 마치고 이제 자기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듯이 그냥 정결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
정결은 한참이나 말문이 막혀 있었다.
그는 송 회장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말이야 정결더러 방금 ‘막내 여동생의 아들’이라고 표현했지만, 송 회장의 표정만 봐서는 별로 그리 대단한 감정이 엿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송 회장네 집에 있으면서도 딱히 어떤 대단한 관심을 느낀 적도 없었다.
물론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저 그런 편이었다.
뭐, 어머니한테야 있었을지 몰라도 그 자식에게까지 그런 게 있는 것도 이상하고.
물론 이 집에 있으면서 친해져서 어느 정도 정이 붙은 건 있겠지만.
사실 어머니가 정말 그 집안에 주워온 고아였다면 송 회장이랑은 혈연도 아니다.
‘막내 여동생’의 아들이 아니라, ‘한때 잠깐 알던 여동생’의 아들, 그 정도의 느낌이랄까.
“민수가 하도 말하라고 해서 말하는 거야. 자네는 꼭 알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말도 안 돼. 언제 아들들 말을 들었다고.
게다가 방금 폭탄을 던져놓고 너무 무덤덤하신 거 아닙니까.
‘송민수도 알고 있었구나.’
요즘 송 회장하고 둘이 사이가 좀 별로이던 게 자기 때문이었다니.
“별로 화가 나진 않는 모양이지?”
송 회장은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자네 외가를 풍비박산 낸 사람인데.”
“글쎄…….”
정결은 사실 그 부분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만큼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화도 안 나고, 마치 남의 얘기처럼 들렸다.
실제로도 남의 얘기는 맞았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정말로 버려진 갓난아기였고 그 집안의 주워온 자식이었다면 말이다.
그 ‘외가’와 자신은 사실 전혀 핏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집안인 것이다.
또한 정결은 그 ‘외가’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다고 했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정결은 송 회장이 그 집안을 풍비박산 낸 부분에 대해선 뭐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송 회장은 어릴 때부터 학대를 받았고 그의 어머니는 한쪽 귀도 잃었다.
송 회장이 그 집안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것에 대해서, 무려 몇십 년이 지난 후에 그 집안 핏줄도 아닌 정결이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적어도 회장님은 어머니를 도와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어머니도 외가를 좋게 말씀하신 적이 없으셔서요.”
“…….”
결정적으로 송 회장은 어머니만큼은 도와줬다.
지금도 어머니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드러났다.
또 생전에 정결의 어머니는 외가 얘길 거의 하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는.
사이가 데면데면했고 별 추억이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어쩌면 어머니도 그 집안의 친자식이 아니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마님이라는 분이 아예 기르기조차 싫어해서, 식모에게 떠맡겼다고 했지 않나.
비록 송 회장처럼 대놓고 학대를 당한 건 아닐지라도, 그 후로도 그리 살가운 가족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정결은 마치 남의 얘기를 들은 양 말했다.
송 회장이 그런 그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자네 어머니가 배우 생활도 그만두고 조용히 산 것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송 회장의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는 그를 두려워한 것처럼 묘사됐다.
마지막에 헤어질 때도 앞으로 조용히 살겠다며, 다신 만나지 말자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그럼 송 회장이 어머니가 배우 생활을 그만둔 원인이었을까?
사실 이제까지는 어머니가 일을 그만둔 게 유병태 감독과 깡패들이 와서 행패 부린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잘 해결하고 나서도 어머니는 배우를 그만뒀다.
원래 황봉구에게 매니저 해 달라고 전화했을 때까지만 해도 다시 연기 활동을 할 의사가 충분했는데.
하지만 그러기엔 한 가지가 걸렸다.
“회장님이 기꺼이 도와줄 것 같으니까, 저희 어머니도 가서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닐까요?”
진짜로 송 회장이 무서웠다면, 가서 도와달라고 안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머니는 제게 ‘연예계는 더럽고 추잡한 곳이라서’ 배우를 하지 말라고 말리신 거였어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요.”
어머니가 생전에 보인 태도로 봐서는 그녀가 일을 그만둔 건 연예계에 신물이 나서였다.
깡패 일을 비록 잘 처리했지만, 한번 그런 일을 겪으면 진절머리가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보다 궁금하긴 하네요.”
정결은 정말 궁금했다.
“어머니가 정말 고아가 맞았는지요.”
송 회장의 의문도 그거 아니었던가.
그녀는 정말 고아였을까? 사실은 주인집 나리가 밖에서 낳고서 고아인 양 집에 들인 자식은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고아가 아니었다면, 회장님하고는 진짜 남매 사이인 거잖아요. 그럼 제가 회장님의 진짜 조카가 맞을 수도 있겠죠.”
그 주인집 나리라는 사람이, 그러니까 정결의 외할아버지가.
어머니는 주워온 애고 자기 핏줄이 아니라고 송 회장에게 남기긴 했지만, 그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었다.
“자네가 알고 싶다면 유전자 검사는 해볼 수 있겠지.”
말은 그렇게 해도, 송 회장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만일 정말 알고 싶었다면 유전자 검사 같은 건 진작에 해봤을 것이다.
“자네 어머니는 전혀 내 아버지를 닮지 않았었어. 그래서 난 자네 어머니가 그 집안 핏줄이라고 믿지는 않고 살아왔지.”
이제 와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송 회장의 기분이 어떨지.
닥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검사를 해 보고 싶다면 의뢰 맡기겠네. 어떡하겠나?”
정결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죠.”
모르는 채로 묻어두는 것보단, 아는 게 나았다.
“…….”
송 회장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검사는 비밀로 맡길 테니 당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게.”
“물론입니다.”
사실은 ‘당분간’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아무에게도 말 안 할 것 같다.
검사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설령 자신이 정말 송 회장의 조카라고 해도, 외숙부님이라고 부를 자신이 없다.
그냥 회장님이지.
달라지는 건 없다. 유전자 검사는 그저 호기심 충족일 뿐이다.
정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탁, 정결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고.
“흠……. 꼬박꼬박 회장님이라고 부르는군.”
송 회장이 중얼거렸다.
방금 대화에서 정결은 평소 하던 대로 그에게 살갑게 ‘큰형님’이라고 한 번도 부르질 않았다.
정결도 진지할 때는 꼭 ‘회장님’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