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4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4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4
어로달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4권
차례
Chapter 01. 불을 붙이고
Chapter 02. 알고 싶냐고?
Chapter 03. 미련
Chapter 04. 없어졌구나
Chapter 05. 잘 가요
Chapter 06. 펄럭
Chapter 07. 진짜로?
Chapter 08. 기억하십니까
Chapter 09. 기억과 이성
Chapter 10. 의문점
Chapter 11. 동요
Chapter 12. 겨우 살았어요
Chapter 13. 아는 사람
Chapter 14. 이변
Chapter 15. 많은 사람들
Chapter 16. 이게 끌리니까
Chapter 17. 연기 선생
Chapter 18. 보금자리
Chapter 19. 마음에 없는 소리
Chapter 20. 누군지 모르고
Chapter 21. 쉬는 날
Chapter 22. 하숙집
Chapter 23. 나한텐 없지
Chapter 24. 한 가지 사실
Chapter 25. 식모의 아들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4권
Chapter 01. 불을 붙이고
[한정결, 할리우드 성공 데뷔 이어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애플 앤 페어, 전미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
한국에서는 정결에 관련된 뉴스가 연예계란에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영화의 성공적인 세계 흥행 성적, 그리고 치솟는 한정결의 미국 내 인기.
거기다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그 모든 게 사람들의 관심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 나 미국인데 룸메가 영화 보고 오더니 한정결 광팬 됨
└ 외국 친구랑 같이 애플 앤 페어 보러 간 썰
그래서인지 외국인 반응 글도 인기를 얻을 정도였고.
기사들도 해외 반응을 엮어서 쓰는 게 많아졌다.
[미국 내 평론가와 관객들 ‘애플 앤 페어’ 연기 극찬]
[할리우드에서 몸값 급상승… 한정결 연기 전 세계적 화제]
[한정결, 다니엘 테일러와 함께 미국 유명 토크쇼 출연]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국민들은 자국의 스타가 미국에서, 세계에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외국인들이 오면 “두유노 한정결”을 물어볼 만큼 이제 한정결은 애국심을 자극하는 이름이 되었다.
심지어 영화를 보지도 못한 다섯 살 유치원생들까지 그를 모두 알 정도로 완전한 국민 스타였다.
아직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3월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정결이 상을 타느냐 마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 한정결 과연 아카데미상 탈까요?
└ 타야죠!
└ 당연히 타겠죠
└ 저도 탈 거 같아요
└ 그건 모르죠 아시아인이고 게다가 외국인인데, 안 주려고 할 듯
비록 소수의 다른 의견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정결이 상을 타길 바랐고 또 당연히 탈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가 조연상이 아닌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대중은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정결이 할리우드 갔을 때, 한국에서만큼은 다니엘 테일러와 투톱이라고 이미 기사가 뿌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 폭군 연산 vs 애플 앤 페어, 어느 쪽이 더 좋으신가요?
<폭군 연산> 때와 비교까지 하면서 어느 영화가 더 좋으냐 아니냐 하는 의견이 댓글 풍년이 될 정도로 화제였다.
└ 둘 다 좋죠
└ 이걸 뭘 비교하냐
└ 저는 폭군 연산
└ 난 애플 앤 페어에 한 표
한 영화 평론가는 장문의 배우 평을 쓰기도 했다.
대충 한정결의 연기력은 ‘폭군 연산’ 때보다 ‘애플 앤 페어’에서 더 발전했다는 내용이었다.
[폭군 연산 때는 와, 진짜 연산군 같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애플 앤 페어에서는 그런 생각조차 나지 않았으니까. 아예 연기라는 걸 모르겠을 정도로.]
└ 그러니까 상 탄다는 얘기죠?
결론은 상을 타느냐 마느냐로 흘러가고 말았지만.
└ 아서 퀸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그런 것도 있는 듯
└ 세계적인 감독을 만나니까 새장 속에만 갇혀 있던 새가 완전히 날개를 편 그 느낌
└ 아서 퀸이야 일반 감독은 아니잖아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만 네 번인가 올랐는데 그런 영화에 한정결 같은 배우가 나왔으니 뭐 훨씬 더 잘할 수밖에요
└ 막장 드라마 때랑 비교하면 확실하죠
└ 배우야 언제나 똑같이 연기 잘하지만 작품에서 받쳐주는 것이 다름
└ 그러니까 방송국은 반성해라! 막장 드라마 다신 시키지 마라!
[전문가들 “한정결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 높다”]
[한정결, 다니엘 테일러 제물로 삼고 남우주연상 수상할까?]
한편 언론에서 엄청난 설레발 기사를 뿌렸는데.
“응?”
정결은 우연히 그 마지막 기사의 제목을 보게 되었다.
“참나. 제물은 무슨…… 괜히 봤네.”
오랜만에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숙소에서 컴퓨터 한번 켰다가 미간을 와락 구겼다.
“사람을 두고 무슨 제물이래?”
무려 다니엘 테일러를 두고 제물 운운하는 기자의 화법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다니엘은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데.
“명예 훼손 아냐? 다니엘은 이 일을 모르겠지만…… 어느 신문사야, 도대체.”
정결은 문제의 기사를 낸 언론사를 확인했다.
언론사 이름은 물론이고 기자 이름까지 일부러 외웠다.
“봉구 형! 저 앞으로 여기랑은 인터뷰 안 할게요.”
지나가던 황봉구를 불러 말하자, 그가 바로 다가왔다.
“뭐? 어디?”
기사를 확인한 그가 이내 쯧, 하고 혀를 찼다.
정결이 말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회사에서 잡아줄까 봐 미리 얘기해두는 거예요. 뭐, 저 혼자 인터뷰 안 하는 게 이 사람들한테 무슨 타격을 줄 리는 없겠지만.”
“…….”
황봉구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벌써 타격 있는 거 같은데 왜.”
“……?”
“기사는 제목 바꾸라고 할게.”
황봉구가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나자 정말로 기사의 제목이 바로 바뀌었다.
* * *
정결은 계속 <애플 앤 페어> 홍보 때문에 각종 스크리닝에 참석했고 인터뷰 등으로 다니엘, 소피아랑은 자주 만났다.
“제이,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나는 소피아입니다. 밥 먹었냐?”
“…….”
한데 어느 날 소피아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로 말을 건넸다.
끝에 ‘밥 먹었냐?’는 앞 문장과 다르게 거침이 없는 말투였다.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
“소피아, 한국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요?”
“어? 진짜 방금 한국말 한 거야?”
다니엘도 옆에서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정결로서는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소피아가 한국말로 말을 할 줄이야.
소피아는 씩 웃으며, 짠 하고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거 봐! 기초 한국어 교본이야! 며칠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 씨디도 부록으로 있던데?
[우옹…….]
수링이가 소피아의 머리 위에 둥지를 틀고 있다가 감탄했다.
“제이가 봉구 씨하고 맨날 한국말로 속닥거릴 때마다 나도 알아듣고 싶어서 말이야.”
“와…….”
다니엘이 입을 벌렸다.
“이건 소피아 네가 이겼다. 이렇게 내 허를 찌르다니…….”
“흠흠.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나 발음 어땠어?”
소피아가 정결을 향해 물어봤다.
“훌륭했어요! 역시 배우는 다르네요. 흠잡을 데 없었어요.”
발음은 완벽했지만 ‘밥 먹었냐?’만 좀 고치면 될 거 같다.
정결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괜찮지만, 자칫 초면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으니까.
“으흐흥.”
소피아는 칭찬이 기분 좋았는지 헤실거렸다.
그녀는 정신 차리고 다시 자랑을 했다.
“참, 한글도 익혔는데 금방 다 배웠어. 진짜 하루 만에 다 배울 수 있더라고. 이렇게 쉬운 글자인지 몰랐어. 이거 봐!”
소피아는 또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더니, 삐뚤빼뚤 글자를 적은 노트를 꺼내서 보여줬다.
한글을 연습한 노트였다.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글자들이었다.
“귀엽네요.”
정결이 씩 웃으며 한마디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