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3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3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3
어로달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3권
차례
Chapter 01. 약속이 없었다면
Chapter 02.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아
Chapter 03. 만나자
Chapter 04. 꼭 진짜 같아서
Chapter 05. 액션
Chapter 06. 차기작
Chapter 07. 그렇게 갑시다
Chapter 08. 타령
Chapter 09. 관심이 많다
Chapter 10. 같이 가요
Chapter 11. 촬영했어요?
Chapter 12. 착각
Chapter 13. 언제 봤다고
Chapter 14. 시시각각
Chapter 15. 별일이네
Chapter 16. 진짜 처음 들었다
Chapter 17. 보시면 알 거예요
Chapter 18. 무릎
Chapter 19. 놀랄 거 없어요
Chapter 20. 마지막 날
Chapter 21. 대대적으로
Chapter 22. 솔깃
Chapter 23. 끌고 갑니다
Chapter 24. 이게 어떻게 된 거지?
Chapter 25. 축하한다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3권
Chapter 01. 약속이 없었다면
정결은 화들짝 놀라 황봉구를 바라봤다.
“하지 말자고요?”
“응.”
사실 정결은 황봉구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아까 그 자리에서 출연을 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왜요? 이 영화 괜찮잖아요.”
정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폴 캐시디 감독님도 영화 엄청 잘 찍으시잖아요. 다니엘이랑 영화에 또 같이 나오면 더 좋고.”
“…….”
그러나 황봉구는 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었다.
숙소에 다 도착한 다음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너 말고, 그냥 어딘가에 한 배우가 있다고 쳐 보자고.”
“갑자기요?”
“그래. 그 배우는 동양인이고, 막 할리우드에 온 거지. 그리고 다니엘 테일러 영화에서 그를 보조해 주는 조연을 맡았어.”
“저군요.”
황봉구가 면박을 주었다.
“야 이 새끼야. 너 말고, 다른 배우라니까. 가정을 해 보라고. 가정.”
“알았어요.”
정결은 피식 웃었다. 왜 눈 가리고 아웅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
“그런데 그 배우가 다른 작품에 출연 요청을 받은 거야. 이번에도 다니엘 테일러를 보조해 주는 조연 역이지.”
“예.”
“그럼 넌 그 배우가 그 영화를 찍는 게 좋을 거 같냐?”
뭐라고 막 대답하려 했지만, 황봉구는 틈조차 주지 않고 바로 말했다.
“장담하는데 그걸 수락하면, 앞으로도 계속 다니엘 테일러의 따까리만 하게 될 거야.”
“…….”
정결은 말문이 막혔다.
“두 영화 연속으로 다니엘 테일러 옆에 붙어서 서브로 나와버렸으니, 그 이미지가 굳어버렸겠지. 특히 동양인 배우니까 더더욱.”
황봉구가 진지하게 말을 뱉었다.
“이미지란 처음에 한번 고정되면 깨기가 힘들어. 이미 맨 처음에 두 번이나 그랬으니까 사람들은 나중에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거든.”
“…….”
“다니엘은 그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자꾸 같이 찍자고 해. 괜찮은 친구지? 정말로 좋은 의도로 하는 행동이야. 악의는 일절 없어. 한마디로 착한데 아무 생각도 없는 그런 친구라고.”
황봉구의 얼굴엔 웃음기가 한 점도 없었다.
“근데 다니엘은 자기 입으로 말했거든. 그 배우랑 같이 있으면 연기 더 잘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배우랑 같이하려는 거지.”
“…….”
“그런데 말이야, 그 영화 말고도 그 배우는 원래 출연 섭외가 줄을 섰어. 굳이 위험 부담을 질 필요가 전혀 없지.”
현재 <애플 앤 페어>를 찍느라 자세히 검토하지는 않고 있지만, 다른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들도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에 그 배우가 다니엘 테일러 영화에 다시 나오고 싶으면, 적어도 몇 년 뒤에나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중간에 다른 작품들이 있으면 상관없으니까.”
황봉구는 거기까지 말을 하고는 빤히 정결을 쳐다봤다.
“이미 알겠지만 출연 결정은 너한테 달렸어. 내가 말려도 네가 정 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지.”
“에이, 무슨 말이에요. 형님 의견도 중요하죠.”
매니저인데.
특히 출연 결정에서 그의 의견을 어떻게 무시하리.
“그런데 형. 예전에 나더러 액션 영화 찍으랄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반대를 해요?”
“아. 그러네?”
황봉구가 씩 웃었다.
“참. 오해할까 봐 하는 얘긴데,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한 그 동양인 배우는 다니엘의 따까리가 되겠지만. 사실 넌 달라.”
“네?”
“넌 연기력으로 보나 장악력으로 보나 다니엘 테일러를 압도하잖아. 영화를 보고 나면 당연히 관객은 너밖에 생각이 안 날걸. 그러니까 네가 다니엘의 따까리가 될 일은 없다고.”
“…….”
그럼 지금까지 한 얘긴 뭐야, 도대체.
“내 말은, 그래도 위험 부담을 질 필요는 없단 이야기였지. 그리고 그 영화를 정 하고 싶으면, 미리 알아두고 가긴 해야 할 거 아냐.”
“알았어요. 근데 형님 말대로 이번 건 안 할게요.”
정결은 결정했다. 안 하는 걸로.
“정말이야?”
“네. 저는 연기력으로 보나 장악력으로 보나 다니엘 테일러를 압도하진 않으니까요.”
“…….”
사실 다니엘이랑 같이 찍는 건 별로 상관없다.
이미지가 조연으로 고착되든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회사 일까지 죄다 내팽개치고 미국까지 와서 일부러 정결의 말동무를 해 주고 있는 황봉구다.
웬만하면 그의 의견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 영화, 찍고 싶었지?”
물끄러미 정결의 얼굴을 보던 황봉구가 물었다.
“그럼요. 폴 캐시디 감독 영화잖아요.”
* * *
다음 날, 폴 캐시디 감독은 한정결의 매니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예.]
“정결 씨가 오실 건가요?”
[아니오.]
정결 본인이 아니라 매니저만 나온다는 말.
폴 캐시디는 미팅 자리에서 말 한마디 없던 그 차가운 인상의 한국인을 떠올렸다.
“정결 씨가 제 영화를 거절했습니까?”
출연 수락이든 거절이든 전화로 해도 되는데.
다시 만나자는 건 뭘까?
[글쎄요.]
“음…… 지금 바로 영화사 사무실까지 오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 * *
폴 캐시디는 골드라이언사의 어느 회의실 안에서 황봉구를 만났다.
황봉구가 데려온 통역을 거쳐 대화가 시작됐다.
“정결 씨가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발 가타부타 뭐라고 대답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하며 폴 캐시디가 물었다.
“캐시디 감독님, 그전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그럼요.”
특별히 출연 조건이라도 있나?
“주연 역할도 비어있지 않나요? 그 역할은 어떻죠?”
“네?”
폴 캐시디가 흠칫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정결 씨한테 주연 역할을 제안해 달라는 말인가요?”
“예.”
황봉구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쳐다본다.
폴 캐시디는 그 눈이 맹수 같다고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 역할은 액션이 수반되어야 해서 힘들죠. 정결 씨는 액션 배우도 아니구요.”
이유는 더 있었다.
“폭군 연산에서 제가 봤던 이미지하고도 안 맞습니다. 정결 씨는 워낙 카리스마가 있잖아요! 이 영화의 주연은 부드러우면서도 좀 코믹한 그런 역할이거든요. 정결 씨는 오히려 메인 빌런 역이 더 잘 어울리죠.”
그러자 황봉구가 물었다.
“액션을 확인해 보신 적은 있구요?”
“?”
캐시디 감독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황봉구가 다시 물었다.
“한정결 배우의 액션을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처음부터 메인 빌런 역으로 정해놓으셔서 안 보신 거 아니구요?”
“……맞습니다. 안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