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2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2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2
어로달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2권
차례
Chapter 01. 이걸 어떡할 거야
Chapter 02. 소란
Chapter 03. 방긋 웃었다
Chapter 04. 발굴
Chapter 05. 저렇게 칼을 갈았구나
Chapter 06. 무얼 못하리
Chapter 07. 황량한 달나라
Chapter 08. 막을 수 있죠?
Chapter 09. 욕심
Chapter 10. 드실 거죠?
Chapter 11. 누가 나오는 건데
Chapter 12. 너한테 꽂혀서
Chapter 13. 제안
Chapter 14. 상상의 여지
Chapter 15. 돌아가세요
Chapter 16. 후폭풍
Chapter 17. 뭘 해도 잘할 테니까
Chapter 18. 할 말
Chapter 19. 그건 또 뭔가?
Chapter 20. 캐릭터
Chapter 21. 축하합니다
Chapter 22. 기분이 이상했어요
Chapter 23. 형제
Chapter 24. 무슨 일인데요?
Chapter 25. 여파
천재 배우는 인기가 너무 많음 02권
Chapter 01. 이걸 어떡할 거야
조수경도 영화 보는 내내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사실은 부엌칼 가는 장면 찍을 때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놀랐거든요.]
신영진 피디가 수화기 너머에서 말을 이었다.
[글쎄 무슨 말론 브란도가 와서는……, 허술한 세트장에서 부엌칼 갈고 있으니까 이걸 어떡할 거야. 내가 채근호 감독님 같은 거장이 아닌걸.]
신영진 피디는 그러면서도 일말의 자괴감도 느끼지 않는 어조로 말했다.
[하여간에 뭐 이게 우리 실력이니까 그냥 그대로 하는 수밖에요. 그래도 권준우 배우는 죽이지 말고요. 차라리 조연쯤으로 내린다면야 모를까.]
“알겠어요. 정결 씨가 우리 드라마 진짜 하는 거 맞죠? 계약했으니까 무를 순 없는 거잖아요, 그쵸?”
조수경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손에 들어온 보석을 놓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딴 드라마에 저런 배우를 갖다 써도 되는 건가 스스로 의심이 들고…….
사실 어떡해야 좋을지 본인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어어? 가만. 아니, 그게. 사실은 계약을 아직 안 했는데…….]
헉, 조수경이 숨을 들이켰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자잘한 조연들이야 원래 닥쳐서 계약서 쓰는 게 다반사잖아요. 후반부 찍으려면 멀었으니까 아직 안 했죠. 구두로만 약속한 거고…….]
신영진 피디가 약간 변명조로 대답했다.
조수경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엌칼은요? 그건 이미 찍었잖아요?”
[그건 단역 출연 건으로 처리됐었어요. 워낙 촬영 시간이 짧았으니까. 20분도 안 찍었거든요.]
“…….”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그럼 지금 정결 씨가 그만두려고 하면 잡을 방도는 없단 말이네요?”
[아, 너무 걱정 마세요. 제 느낌이지만 정결 씨가 우리 드라마, 하긴 할 거 같아요. 보니깐 별로 욕심도 없는 거 같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찍을 때도 사이좋았으니까 잘 설득하면 아마 계속 나오지 않을까요?]
신영진 피디가 계속 말했다.
[붙잡으려면 출연료는 당연히 톱급으로 올려야죠. 깐느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고, 영화가 아주 제대로 미쳤는데. 몸값이 상상 초월로 올라갈 게 뻔해요. 근데 화제성을 생각하면 국장님도 승낙할 거예요.]
출연료야 조수경이 알 바 아니었다. 어쨌든 저 배우가 출연만 해 준다면.
“휴. 알았어요. 어쨌든 피디님 생각으론 할 거 같다 이거죠?”
[예.]
조수경 작가는 신영진 피디의 감을 믿는 편이었다.
애초에 단역 하러 온 한정결을 낚아채서 조연으로 올리려고 한 거 자체가 감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 경호원1 역은 일단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릴게요. 원톱으로 가는 거죠. 기존의 남주, 여주가 이제 조연이 되어버리겠네요.”
[진짜 그렇게 하실 거예요?]
“물론이죠.”
[……알았어요. 내가 진짜 살다 살다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 받은 배우를 데리고 막장 드라마를 찍을 줄이야…….]
한탄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를 마치고 전화가 끊어졌다.
* * *
정결은 갑자기 상을 타서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우와, 축하해요!”
“으하하! 정결 씨, 한국 가면 한턱 쏘는 거야! 응?”
“정결 씨, 저는 이럴 줄 알았습니다.”
“결아! 나 그거 트로피 한 번만 만져보자.”
<폭군 연산> 팀도 난리가 난 상태였다.
사실 폐막식에서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정결은 벙쪄서 의자에 앉아만 있었더니 다들 주변에서 끌어내고 밀고 난리였다.
수상 소감은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알고 보니 영어로 말해버렸잖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랬는지, 객석을 가득 채운 서양인들을 봐서 그랬는지.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진 상태에서 그만 영어가 나와버렸다.
“정결 씨, 어릴 적에 무슨 외국 살다 왔어?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해? 나중에 할리우드 영화 찍어도 되겠던데!”
아뇨, 외국에 살다 온 적 없습니다. 오해예요…….
제주도 신선은 만나봤어요…….
[으헤헹. 기부니 좋은 수링!]
상을 받고 나니까 특히 수링이가 에너지를 뿜뿜거리면서 좋아했다.
어찌나 기운 좋게 날개를 펄럭거리며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던지.
그렇게 <폭군 연산> 팀은 폐막식이 끝난 다음 날 오후, 무척 행복한 기분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참, 한국에서도 어제부터 우리 영화 개봉했어요!”
강 대표가 비행기 타기 전에 알렸다.
“첫날부터 극장 앞에 관객들이 줄을 쫙 섰대요. 흥행할 조짐이야. 느낌이 아주 좋아요!”
다들 그렇구나 했다.
그렇게 비행기가 뜨고 한참 후 한국에 도착했다.
착륙 후 마침내 출구로 나갔을 때.
“?”
사람이 왜 이렇게 많…….
“꺄아아아아!”
저기서 누군가의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함성이 들리고.
찰칵찰칵찰칵! 파바바박!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어댔다.
“한정결 씨! 칸 영화제 수상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사랑해요, 오빠아아아!!!”
한데 군중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그만 울타리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헉, 다들 기겁했다.
“정결 씨! 연희야! 뛰어!”
황봉구가 소리쳤다.
공항 경찰들이 군중을 막는 사이에 고연희는 허겁지겁 차량을 향해 달려갔다.
“연희 선배! 조심해요!”
정결은 이 군중이 톱스타인 고연희를 쫓는다고 생각했다.
‘오빠’를 찾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워낙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보디가드처럼 고연희를 보호하면서 뛰었다.
헉. 헉.
사실 정결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로, 무작정 고연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채 감독이나 다른 <폭군 연산> 관계자들이야 군중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던 데다, 현 사태에 넋이 빠져서 뒤에 남아 있었다.
한편 황봉구는 배우 둘에게 달려들려는 사람들을 직접 몸으로 막아댔다.
실제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몇 명이 같이 막아줬는데, 그들은 황봉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빨리 차 타요!”
“예!”
숨을 헐떡이며 정결은 고연희부터 얼른 준비된 차에 태웠다.
자신도 뒤따라 타고 보니,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낯이 익었다. 고연희의 로드매니저였다.
곧바로 황봉구가 조수석에 타더니 외쳤다.
“야, 가자!”
“넵. 사장님.”
즉 황봉구 매니지먼트가 고연희를 위해 준비해 둔 차량인 모양이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차가 출발한 후 고연희는 하도 뛰느라 가빠진 숨을 연신 내뱉었다.
“나 혼자 다닐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사람들이 저렇게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건 처음이야!”
“이게 다 정결 씨 때문이죠 뭐.”
고연희의 로드매니저가 말했다. 이미 <폭군 연산> 찍으면서 얼굴을 익혀서 아는 사이다.
“무슨 말이에요? 저 때문이라니? 연희 선배 때문 아니에요?”
정결은 숨을 고르면서도 몹시 어리둥절했다.
톱스타 고연희가 나타나서 이런 거 아냐?
“정결 씨 때문에 지금 뉴스고 신문이고 뭐고 난리 났어요. 깐느에서 남우주연상 타셨잖아요! 축하해요!”
“아…… 예, 고마워요. 근데 진짜로 제가 상 탄 거 때문에 이런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