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5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5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5
악질러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5권
차례
Chapter 01. 대마불사 - 2
Chapter 02. 늦게 피운 꽃의 아름다움
Chapter 03.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건 다를 수 있다
Chapter 04. 양가 감정
Chapter 05. 결국, 하고 싶은 것
Chapter 06. 은퇴했는데 거물들이 자꾸 찾아온다
Chapter 07. 데칼코마니
Chapter 08.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5권
Chapter 01. 대마불사 - 2
“많이 올랐네…….”
틱앤톡 앨범 수록곡인 『사랑하는 마음만큼』의 조회수가 많이 올랐다.
벌써 댓글이 만 개 가까이 달린 것만 봐도 알 만하지.
더 특이한 점은, 외국인의 댓글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
‘외국에서 잘 먹힐 만한 스타일이었나?’
그렇게는 생각 못 했는데, 하여튼 이 바닥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만약 미국 무대에 서게 된다면, 이 곡은 무대 소화 정말 잘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슥― 내렸다.
그때, 올라온 지 20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영상이 하나 눈에 띈다.
【아이돌 파는 남자】
[틱앤톡 일본 도쿄돔 공연? 이건 못 참지 ㅋㅋ]
다소 경박스러운 제목.
유튜브는 어그로가 중요하기 때문일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유행어 같은 게 썸네일에도 마구마구 섞여있다.
……아, 나도 요즘 사람이지. 아직 20대잖아.
아무튼, 거기에는 틱앤톡 멤버들의 사진과, 왜인지 모르게 로즈골드 멤버들 사진까지 같이 붙어있다.
뭐지? 이거 홍보팀한테 연락이라도 해야 하나? 사진 막 갖다 쓴다고?
‘유튜버들한테 그런 경고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특히, 가면 같은 걸 쓰고 개인 정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사람에겐 더더욱.
내가 볼 때 이 사람도 그런 부류인 것 같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할 말 못할말 다 하는, 그런 부류.
어찌 됐든, 틱앤톡 멤버들이 나오는 영상이기에 안 눌러볼 수가 없었다.
영상을 누르자, 이상한 토끼 모양 가면을 쓴 남자 두 명이 손바닥을 짝! 하고 치며 얘기를 시작한다.
― 안녕하세요! 아이돌 파는 남자, 아파남입니다!
― 아파남이에요!
두 사람은 미리 준비된 코멘트를 치며 얘기를 시작했다.
― 이번에 틱앤톡이 도쿄돔에서 공연을 한다고요?
― 네에~ 맞습니다. 참 이례적인 일이죠?
― 아니, 왜요? 도쿄돔에서 공연한 아이돌, 그래도 꽤 있지 않나요?
― 아뇨, 아뇨. 이렇게 살짝… 좀, 뭐랄까, 까놓고 얘기해서 틱앤톡은 이제 전성기를 지났잖아?
……이것봐라?
틱앤톡에게 우호적인 입장은 아닌 듯했다.
나는 잠자코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점점 브레이크가 없어졌다.
― 솔직히 도쿄돔 공연? 뭐, 할 수 있지. 할 수야 있는데, 1층이나 다 채울 수 있냐 이 말이야.
― 에이, 1층은 채우겠죠 그래도. 이번에 오리콘 1등도 하고, 잘나가잖아요. 예전에 활동했던 것 덕분에 팬층도 있고.
― 그래도 도쿄돔은 에바야.
그렇게 틱앤톡을 슬쩍슬쩍 까내리던 두 사람은, 마침내 로즈골드 이야기까지 꺼내기 시작했다.
― 근데 작년에 로즈골드 보세요. 어땠죠?
― 이야…… 장난 아니었죠. 국위선양도 그런 국위선양이 없어. 도쿄돔 3층 꽉 채웠잖아요.
― 그치. 난 피터팬엔터테인먼트가 이해가 안 가, 이해가. 늙다리 아이돌이 한국에서 기사회생 했으면 만족을 할 줄 알아야지, 애들만 쪽팔리게 왜 이런 무리수를 지르냐고.
보자보자하니까.
이게 무리수인지 아닌지, 그걸 티켓팅 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고 이렇게 나불대는 거지?
거기까지 보고 영상을 끄려다가 손가락이 멈칫했다.
― 내 생각엔, 정청율 작곡가가 무리하는 것 같아.
― 엥? 왜요?
― 이번에 아카데미 상 받았다 그거거든. 그러니까 이런 무리수 두는 거야. 자기 커리어 하이 계속, 계속 경신하려고. 괜히 애들만 쪽 파는 거야.
“허.”
이쯤 되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다 보니, 어느덧 영상 길이가 1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암튼, 로즈골드랑 틱앤톡이 지금 오묘한 경쟁 관계에 있는 것 같은데…… 후배들한테 쪽 안 팔려면 틱앤톡 긴장해야 돼요~ 안녕!
― 빠잉!
휴대폰이 점점 새카맣게 변한다. 영상이 종료됐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엄지로 휴대폰을 슥슥 내려보니, 댓글창은 이미 전쟁터가 다 돼 있다.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섞여 싸워대는 통에 피아식별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싸움터는 역시―
― 그래도 틱앤톡이 선배인데 긴장하라고 하는 건 무슨…?
└ 이 판에 선후배가 어딨나요? 잘나가면 그게 선배지 ㅋㅋㅋ
└ 퇴물 돼서 내세울 게 활동 더 오래 했다는 것 밖에 없쥬?
└ 아니, 그래도 선배가 길을 터줬으니까 그것보다 더 높이 간 거죠.
└ 긁? 이 새끼 긁혔네 ㅋㅋ
└ 긁어놓고 긁혔다 이 지랄.
― 정청율 작곡가 얘긴 왜 나오는지…?
└ 냅둬요. 어차피 이렇게 어그로 끌어서 조회수 장사 하는 애들임 ㅇㅇ
└ 정청율이 무슨 프로듀서도 아니고… 프로듀서 일 하고 있다 쳐도, 그게 왜 정청율 책임이야.
― 괜히 아카데미 가서 국위선양 한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맙시다.
― 볼 가치도 없는 영상. 수고.
└ 긁힌 틱앤톡 팬 한 명 추가요.
└ 지랄.
어그로에 끌리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끌려서 팬들끼리 싸우는 참사도 일어났다.
이런 난리통을 벌여놓고, 영상을 찍은 '아파남'이라는 사람들은 조회수 장사로 돈을 벌고 있겠지.
‘홍보팀은 뭐…….’
이미 나보다 먼저 눈치 채고 영상 내리라고 했겠지만, 이런 거 귓등으로도 안 들을 놈들일 것 같고.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보여줘야 한다.’
틱앤톡이 뭘 준비했는지를.
* * *
일본으로 출장을 가기 전.
공항에 진입하는 차에서 이공배 총괄 프로듀서와 작전 회의를 했다.
물론, 틱앤톡이 같이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녀들은 밴을 타고 가는 중이고, 우리는 우리끼리만의 비밀 작전 회의.
“릴레이 공연이요?”
“응. 이건 이미 확정이야.”
일본에 가서 거의 세 달을 머무르며, 공연을 여러 차례 하고 오는 계획.
물론, 도쿄돔이 마지막 공연이었다.
가장 큰 공연이니만큼, 최대한 일본 현지에서의 인지도를 높인 뒤 하겠다는 계획.
그런 계획이긴 한데…….
“하아…… 미치겠다, 증말루.”
뒷좌석에 함께 앉아있는 이공배 총괄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 애들이 활동 기간이 긴만큼, 일본 현지 팬들도 꽤 많아. 이번에 공연 뛰면서 최대한 더 끌어 모을 거고. 근데… 솔직히 도쿄돔 다 채울 정도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란 말이지.”
“…….”
들으면서도 공감했다.
우리, 그 정도는 아니라고.
그런데, 그 정도를 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이 총괄 프로듀서의 표정에서도 만연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왜, 왜! 갑자기 왜 로즈골드랑 경쟁 구도가 되냐고!”
“…….”
이전에 봤던 아파남 유튜브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도쿄돔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내가 공항에서 염희윤 프로듀서를 만났을 때부터, 어쩌면 그 이전에 리빌딩을 하고, 로즈골드와 국내에서 비교됐을 때부터.
그때부터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을 수도 있다.
그게 이번에 도쿄돔이라는 같은 장소 공연에서 폭발한 거고.
아무튼, 우리도 도쿄돔 3층을 꽉 채워야 한다는…… 말하자면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로부터?
대중들로부터.
만약 이번 일로 로즈골드와 비교되며, 더 밑으로 인식되는 순간―
‘끝이다.’
그땐 돌이킬 수 없다.
일본에 가서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하는 동안, '어떤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인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도쿄돔을 채워야 하는 게 관건.
문제는…….
“말이 쉽지, 말이!”
옆에서 이공배 총괄이 얼마 없는 머리숱을 쥐어뜯으며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치, 말이 쉽지.
아무리 연차 지긋한 아이돌이고, 일본에서도 한때 잘나갔다지만… 솔직히 얼마 전까지 은퇴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던 아이돌이잖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틱앤톡만 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총괄님.”
“응? 어어, 왜. 혹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