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3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3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3
악질러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3권
차례
Chapter 01. 전천후
Chapter 02. 진흙 속 보석은 제가 빛나는 줄 모르고
Chapter 03. 털고, 닦고, 광내고
Chapter 04. 애들 싸움은 애들 싸움으로
Chapter 05. 도미노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Chapter 06. 영감 제조기 - 1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3권
Chapter 01. 전천후
“……뭐야, 이건.”
도가민이 내게 평가해달라며 곡을 몇 개 보내왔다.
어디 보자… 네 곡?
그러고는 갑자기 순위를 매겨달라고 한다. 기준은 빌보드 차트에 어떤 곡이 가장 높게 올라갈 것 같은지. 그걸 순서대로 적어달라고 한다.
…갑자기 뭐야?
그러다가 불현듯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아.’
도가민 이 양반 빌보드에서 노는 사람이었지.
곡을 재생해보니 확실히 미국에서 유행하는 느낌의 팝 음악이다. 확실히 한국 1티어 작곡가는 다르구나.
해외 아티스트와 같이 작업하면서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나를 시험해보려고?
뭐…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달갑지도 않다.
도가민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근데… 이거 순위 맞히면 제가 얻는 게 뭔가요?]
그러자, 도가민은 아까부터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지 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달아두세요.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해결해드릴 테니까.]
“오.”
이건 좀 흥미롭다.
한국에서 1티어 작곡가, 해외에서도 꽤 잘나가는 양반이 빚 달아두라는 말을 하다니. 게다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해결해준다고?
꿀도 이런 개꿀이 없다.
근데… 문제는, 나 이거 다 맞힐 수 있는 건가? 그것도 네 곡의 흥행 순위를 전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한번 들어보자.
그런 생각으로 곡을 재생했다. 로맨틱한 느낌의 느끼한 영어 발음이 나온다. 이건 드레이크라는 사람의 곡이었나?
음악을 다 듣고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 불현듯 창이 떠올랐다.
[완성도 높은 미발표 곡을 들었습니다!]
[가수와 작곡가의 합을 계산합니다.]
[음악의 퀄리티 계산 중…….]
[결과: B등급]
“…뭐, 무슨.”
이거, 다른 사람 미발표 곡 들으면 이런 것도 되는 거였어?
일단 내 곡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게 확실하다. 그동안 내가 내 곡을 들었을 때는, 미발표인지 발표인지 상관없이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앞에 붙은 완성도 '높은'이라는 말도 신경 쓰인다.
아마 마스터링까지 끝난…… 정말 발표만 앞두고 있는 곡에 한해서 가능한 건가?
그런 생각으로 다음 곡도 재생해보니, 역시나 이번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말이 나왔다.
[결과: B+등급]
이번에는 B+구나.
첫 번째로 들었던 곡보다는 조금 더 높다.
나는 서랍에서 노트를 꺼내 순서와 등급을 매칭하듯 표기했다.
이번에는 세 번째 곡을 듣는데…… 어라? 이거 되게 좋은데? 통통 튀는 느낌이다. 약간 미래적인 느낌의 도시가 생각나는 것 같은 멜로디 진행 방식. 약간 사이버 펑크 느낌도 있다.
약간 마이너한 장르의 음악인 것 같긴 한데… 난 왜 이게 좋지?
그렇게 곡을 다 듣자, 다시 등급 계산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등급: S+]
“……대박인데?”
이건 아마 대박곡인가 보다.
S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에서 대박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네 개의 곡을 전부 듣고, 등급별로 나눈 결과…… 'B, B+, A, S+'로 등급이 나뉘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있다.
이 등급이라는 거…… 곡의 퀄리티를 말하는 건가? 근데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퀄리티에 따라서 곡의 흥행이 칼같이 나뉘지 않으니까.
특히 빌보드 같은 경우에는 작곡가가 누구인지, 부른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 그 외 마케팅도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도 마찬가지인가?
아무튼, 신기하게도 저 등급들은 내가 좋다고 생각한 순서와 동일했다.
내 생각과 등급이 일치하면… 이건 뭐, 생각할 게 없지. 당연히 저 순서대로 보내야 한다.
나는 곡을 다 듣자마자 바로 도가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기다리자, 도가민에게 시크한 답장이 왔다.
[땡큐.]
“…….”
별로 안 고마워 보이는데요?
뭐, 고맙다는 얘기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도가민에게 빚 한번 달아두려고 한 거니까.
…혹시, 정말 설마 혹시라도, 내가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때 연줄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하하. 하하하.
……이건 내가 너무 앞서갔나?
괜히 민망해서 뒤통수를 긁고 있는데, 휴대폰이 다시 한번 길게 진동을 뱉어냈다. 이번에는 전화인가?
확인해보니 하파랑 실장에게 온 전화다.
아까 문자 엄청 허둥지둥 보내던데… 말로 하는 게 더 편할 것 같긴 하네.
전화를 받자, 하파랑 실장의 흥분한 목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터져나왔다.
― 아니! 작곡가님! 이거, 문자,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희 애들이 환캐 무대요? 음악 창고는 또 뭐고요!
“아, 환캐는 확정인데 음악 창고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아니 그래도 이게… 아니…….
하파랑 실장은 계속 아니, 대체, 어떻게,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많이 놀랄 일인가?
그래도 요즘 애들 인지도도 생기고, 무대 뛰느라 꽤 바쁘다고 들었는데. 아직 이런 거에 좋아할 정도긴 한가 보네.
나중에 더 높이 올라가면 다른 방송사에서 모셔가려고 다투겠지만.
지금은 영업 뛰어야 하는 시기가 맞긴 하니까. 하 실장이 좋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서 흐뭇하네. 하 실장 반응이 맛집이라 그런가?
뭐라 말하려 입을 떼려고 했는데, 귓볼을 타고 진동이 느껴졌다. 전화 중에 문자가 온 것. 발신인은 MBS의 박익조 PD였다.
잠깐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문자를 확인했다.
[하… 제 동기한테 말했습니다.]
[음악창고 페이트 출연 확정이에요.]
[날짜는 추후 스케줄 조정 후 말씀드릴게요.]
[진짜 계약서 쓰면서 딴 얘기 하면 안 됩니다?]
“…타이밍 죽이네.”
내가 하 실장이랑 전화하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다시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자, 하 실장의 흥분한 콧김 소리 외에 다른 목소리도 섞여 들렸다.
― 후욱, 후욱…(오빠 왜 저래? 몰라. 청율 오빠랑 통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엥 진짜?)
“…설마 지금 페이트와 같이 있는 겁니까?”
― 아, 예! 마, 맞습니다! 그래서 아까 하던 얘기는….
“아, 죄송합니다. 바뀌었어요.”
― 아… 여, 역시 그렇죠? 그래도 저희 애들 위해서 힘 써주신 건 정말 감사―
“음악 창고 출연도 확정으로요.”
― …….
갑자기 졸도한 사람처럼 말이 없어졌다.
설마 운전 중은 아니겠지? 무섭네, 이거.
그러다가, 하파랑 실장이 확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작곡가님. 제가 얘기드렸던가요?
“무슨 얘기요?”
― 사랑한다는 얘기.
…넣어둬. 그냥 마음속으로 넣어둬.
어차피 내 곡 홍보하는 거라 생색내기도 좀 부끄럽긴 한데… 하파랑 실장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가 보다.
휴대폰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좀 더 가까이서 들린다.
― 파랑 오빠 왜 저래?
― 몰라. 청율 오빠한테 막 사랑한다는데?
― 아… 취, 취향은 존중해드려야―
― 아니야 이 녀석들아!! 우리 환캐 공연이랑 음악 창고 무대 잡혔다고!!
― …….
하파랑 실장이 악 지르자, 갑자기 또 조용해졌다.
그리고 2차 난리가 시작됐다.
― 지, 진짜?! 갑자기 그런 일정… 어, 왜?!
― 정청율 작곡가님이 잡아주셨어!
― 꺅!!
“……여보세요?”
― 어떡해, 어떡해…….
― 거기 출연 조건 안 맞는다고 퇴짜맞은 뒤로 연락 없지 않았어?
― 몰라, 정청율 작곡가님이―
뚝.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어질어질할 정도로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피터팬에서 직접 만나 얘기하든 해야지 원.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