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2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2권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2
악질러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2권
차례
Chapter 01. 곡만 좋다고 뜨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 2
Chapter 02. 눈덩이는 복리로 불어난다
Chapter 03. 이카루스의 밀랍 날개가 녹아버려도
Chapter 04. 재비행
Chapter 05. 잘 하는 것과 잘 듣는 것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 02권
Chapter 01. 곡만 좋다고 뜨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 2
뮤직 스테이지가 끝난 뒤.
굿윌 엔터테인먼트의 핑크 사이드는 추가 인터뷰까지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차에 탔다.
오늘 무대가 만족스러웠는지 표정은 기세등등했다. 분위기도 좋겠다, 운전대를 잡은 공지환 매니저가 등 뒤로 슬쩍 말을 건넸다.
“오늘 무대 진짜 좋더라. 너희 나올 때 함성 제일 크던데?”
“그치? 우리가 제일 함성 컸지? 봐봐, 내가 착각한 거 아니라니까.”
한 멤버가 호들갑을 떨며 카시트를 팡팡 두드렸다.
하지만, 뒷좌석에 있던 다른 멤버는 들은 체 만 체하며 다리를 꼰 채 불만스럽게 매니저를 불렀다.
“아, 근데 오빠. 아까 그 기자 좀 그렇더라. 계속 다리 위아래로 훑어보고 존나 변태같애. 우리 이제 이런 데서 갑자기 기자한테 얼굴 비춰야 하고, 그런 급 아니잖아.”
“아하하…… 그래도 그 기자가 연예부 마당발이거든. 얼굴 한번 비추면 도움 좀 될까 해서. 원래 뮤스 같은 데는 잘 오지도 않는 양반인데…….”
“어쨌든! 내가 기분 나쁘다니까?! 하… 진짜…….”
“알았어, 알았어. 앞으로는 예정된 것만 하자. 갑자기 그런 일 없도록 할게.”
“후…….”
아이 달래듯 말해도 왠지 불만이 풀리지 않는 눈치였다.
공지환은 속으로 끙 앓았다. 저거, 저거…… 삐지면 또 한참 가는데. 그럼 괜히 기분 나쁘다고 연습 재끼고 그런다고. 몸 아프다고 핑계대면서.
막 팬덤이 생기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러주니까 어깨가 너무 올라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 정도면 연예인 병 심하게 걸린 건 아니니까 뭐…….’
공지환은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을 땐 또 특효약이 있지.
그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근데… 페이트 걔들은 뭐, 너네랑 비슷하게 데뷔해놓고 관객 반응이 그렇게 없냐?”
“페이트? 아아―”
운전석 뒷자리에 있던 하윤선은 매니저가 던진 떡밥을 덥석 물었다.
핸들을 잡고 있던 공지환이 옅게 웃었다. 분위기 안 좋아지기 전에 페이트라는 장난감을 던진 게 통했으니까.
이제 저들끼리 페이트를 씹고 뜯고 맛보다가 뱉기까지… 아주 발골 해체쇼를 할 거다. 원래 내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건 매번 효과가 좋으니까.
마침 대기실에서 페이트의 막내 민지율과 얘기했던 멤버가 히죽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야 뭐… 페이트에 모인 애들이 좀, 뭐랄까, 불량품 같은 거니까 그렇지. 민지율 걔도 데뷔조까지 올라왔다가 나한테 밀려서 피터팬으로 도망친 거잖아.”
“하하.”
그 말을 들은 공지환은 사람 좋게 웃으며 호응했다.
핑크 사이드 멤버들은 기세를 몰아, 마치 탁구라도 하는 것처럼 페이트라는 공을 이리저리 튀겼다.
“대기실에 VJ 들어왔을 때 표정 봤어?”
“어어, 봤어. 페이트 보고 표정 확 썩더니, 그나마 우리 보고 좀 폈잖아.”
“아. 근데 그 작곡가는 뭐야? 정청율? 걔는 뭔데 대기실까지 와서 우리 분량 잡아먹고 난리야. 걔 없었으면 멘트 두 번은 더 쳤겠다.”
“몰라. 난 질문에 대답한 게 더 웃겨. 뭐랬더라? 곡만 좋은 게 아니라고? 그러면서 은근히 우리 쳐다보더라. 경쟁할 깜냥도 안 되면서 은근히 라이벌 관계 가지려는 거 같잖아서 진짜… 큭큭.”
그러다가, 한 멤버가 공지환 매니저에게 불쑥 물었다.
“오빠. 우리 저번에 여기 예능 출연 얘기 나왔잖아.”
“어? 어어, 그치.”
“그거 확실하게 픽스 된 거야?”
“일단 거기 피디님이랑 얘기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 나중에 방송국 가서 얼굴이나 한번 비추자. 너희는 실물이 훨씬 나아서 프로필 보여주는 것보단 그냥 직접 가는 게 나아.”
KBC의 인기 예능인 「연예 썰다방」에 대한 얘기였다.
슬슬 핑크 사이드도 덩치가 커졌겠다, 이런 예능에 얼굴 한번 비추면서 아이돌 팬들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까지 품을 때가 됐으니까.
공지환은 앞이 탁 트인 도로를 보며 생각했다. 이게 꼭 핑크 사이드의 미래 같다고.
꾸욱―
그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자동차 엑셀을 꾹 밟고 도로를 달렸다.
* * *
꾸욱, 꾸욱―
피터팬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룸.
총괄 프로듀서 이공배는 피곤한지 집게손가락으로 눈 앞쪽을 꾹꾹 눌렀다. 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아까까지 보고 있던 건 페이트의 컴백 관련 기사였다. 홍보팀에서 언론사에 부탁해, 페이트의 복귀와 관련된 기사를 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반응.
연예인에게 있어선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다.
‘……젠장.’
이공배는 페이트의 뮤스 무대 영상을 살펴봤다. 분명히 좋다. 포지션을 바꾸기 전보다 애들 실력도 더 올라왔고, 특히 정청율이 작곡한 타이틀곡도 귀에 쏙쏙 박힌다.
안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없는데….
“왜 안 뜨는 거냐고!!”
이공배는 답답한 듯 손목에 찬 금팔찌를 풀러 책상 위에 툭 올려놨다.
그리고, 유튜브에 들어가 페이트를 검색해봤다. 뭐 제대로 뜨는 게 없네 싶었는데, 마침 어제 올라온 영상이 있었다.
‘뭐야, 이거.’
바로 어제 있었던 뮤직 스테이지 영상이잖아?
아무래도 찍덕이 올린 것 같았다. 그래. 홍보팀에서 아무리 지랄을 해도, 이런 찍덕이 한번 올려주는 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지. 근데 어제 찍은 걸 바로 편집해서 올리다니, 참 근면성실한 찍덕이다.
카메라도 좋은 걸 쓰는지 화면 때깔도 곱다.
“음, 음.”
이공배는 홀린 듯 영상을 계속 시청하며 중얼거렸다.
‘음, 역시 지율이를 메인댄서로 보낸 건 신의 한 수야.', '보윤이가 이렇게 랩을 잘 했었나?' 하고 혼잣말을 뱉었다.
정말 정청율이 제안한 대로 포지션을 변경하니까, 처음에는 좀 주춤하는 듯하다가 실력이 확 늘어난 게 보였다.
게다가 이번 타이틀 곡까지 좋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곡만 좋다고 아이돌이 뜨진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페이트 망해서 내 회사 차리면…….’
정청율 걔 진짜 어떻게 못 빼오나?
자기 회사에 들여오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아이돌 메이킹 잘 하는 프로듀서야 꽤 있지만 작곡 능력까지 갖춘 녀석은 드무니까.
페이트의 늘어난 실력을 볼수록, 점점 정청율이 탐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영상이 끝났다. 이공배는 입맛을 쩝 다시며 휴대폰을 끄려고 했다. 끄고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라? 이거 뭐야.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걸 발견한 것처럼, 이공배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공배의 눈알이 좌우로 움직인다. 업로드 날짜, 분명 어제가 맞다. 근데 조회수가…….
‘하나, 둘, 셋, 넷…….”
이공배가 눈으로 조회수를 헤아렸다.
올린 지 겨우 하루. 하루만에 조회수가…….
“이, 이십 오만?!”
뭐야. 이거 왜 이래.
채널 주인의 구독자 수는 삼만 명 정도 된다. 이미 구독자 수보다 조회수가 훨씬 높은 것. 그렇다고 페이트 이름값 덕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야, 페이트는 인지도가 거의 0에 수렴하는 아이돌이니까.
그럼 이건….
‘알고리즘…인가?’
영상 알고리즘에 우연히 걸려서 대박난 건가?
아니지, 아니야. 요즘은 SNS나 커뮤니티 인기글에 박제되면 입소문 나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쪽에서 생긴 일일 수도 있겠다.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숫자.
갑자기 페이트 영상의 조회수가 팝콘처럼 부풀고 있었다.
아래에는 아까 본 기사와는 달리, 댓글 반응이 실시간으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 와 노래 개좋다… 뭐임 이거?
― 얘들 근데 누구예요? 근데 예쁘다. 근데 누구지? 근데 예쁘다….
― 센터 키 좀 큰 여자 개예쁜데? 얘들 대체 왜 아직도 안 뜸? 그룹 이름 아는 사람 있나요?
└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을 듯.
└ 미친놈들아… 영상 제목에 페이트라고 써 있잖아….
― 이거 립싱크인가?
└ 딱 봐도 아닌 것 같은데요?
└ 아니, 무대 왜케 잘함 얘들….
― 아. 얘들 틱앤톡이랑 소속사 같은데?
― 노래 중독성 돌았다….
└ 작곡 정청율이라더라.
└ 어쩐지. 믿고 듣는다 이제 그냥.
“이거…….”
느낌이 왔다.
아주 강한 역주행의 느낌이.
* * *
“어우, 느낌 없어. 진짜 쓸만한 소스 졸라 없구나, 없어. 누굴까? 이런 쓸데없는 영상 찍은 사람은.”
“…….”
KBC의 회의실에서 누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무테안경을 끼고 목에는 헤드셋을 걸친 남자, 우준찬 PD가 영상을 보며 다른 사람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VJ들에게 대기실에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영상을 찍어오라고 시켰는데, 본인의 마음에 드는 영상이 없는 것 같은 눈치.
그중에서 한 영상을 콕 집어 말했다.
“어이쿠. 이거 찍은 사람은 또 누굴까?”
“…….”
회의실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우준찬 PD의 지랄이 또 시작될 것 같은 직감. 이번 희생양은 누구일까? 다들 바쁘게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우준찬 PD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웃으며 말했다.
“하, 영상 찍은 사람 어딨나요오오― 없나요오오? 그럼 내가 보고 있는 이 개쓰레기 같은 건 뭐지? 누군가의 다잉 메시지, 뭐 그런 건가?
“저, 저…….”
그때, 한 남자가 쭈뼛쭈뼛 손을 들고 일어난다.
페이트와 핑크 사이드 대기실을 촬영했던 VJ, 한도겸이었다.
우 PD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한도겸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응. 너구나?”
“예, 제가 찍―”
“야 이 정신 나간 새끼야―!!”
이 바닥에서 성깔 더럽기로 유명한 우준찬의 지랄이 시작됐다.
그는 침까지 튀겨가며 말을 우다다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