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사냥능력으로 캠핑합니다. 0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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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자동사냥능력으로 캠핑합니다.
03
팔전구기
EX급 자동사냥능력으로 캠핑합니다. 03권
차례
Chapter 01. 깨끗한 물의 정령
Chapter 02. 뚠뚠과 함마
Chapter 03. 내가 한국의 유일한 정령술사?
Chapter 04. 1억이란 고작
Chapter 05. 파티 해체
Chapter 06. 뚱뚱한 고양이가 헤엄을 잘 침;;
Chapter 07. 수수께끼의 생선회와 회덮밥
Chapter 08. 함마 The 캠핑의 혁신
Chapter 09. 알부자 친구들
Chapter 10. 개꿀잼 아이템
Chapter 11. 감사합니다, 고객님!
Chapter 12. 소인배적인 제안
Chapter 13. 장기라도 팔았소?
Chapter 14. 사냥을 나선 호랑이와도 같이
Chapter 15. 갑작스러운 팬미팅
Chapter 16. 뚠뚠 왕팬 설가희
Chapter 17. 지리셨습니다.
Chapter 18. 그림이 되는 남자와 뚱냥이
Chapter 19. 은근히 관종
Chapter 20. 솔로 플레이어
Chapter 21. 탄환압축
Chapter 22. 휴양지의 함박스테이크
Chapter 23. 저주를 해제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왜……?
Chapter 24.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Chapter 25.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
EX급 자동사냥능력으로 캠핑합니다. 03권
Chapter 01. 깨끗한 물의 정령
물로 이루어진 유선형의 몸체.
동그란 눈과 멍하니 벌어진 입.
물결무늬가 있는 비늘과 지느러미까지.
함마는 깨끗한 물의 정령이다.
깨끗한 물.
즉,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힘을 지녔다.
버어어어엉.
함마는 정령마법사 라르하트와 계약했다.
함마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다.
라르하트는 좋은 인간이었다.
함마의 재능을 칭찬해 주었으며 함마가 만들어내는 깨끗한 물을 기쁘게 마셨다.
라르하트는 정령을 키우는 재능이 뛰어났는데, 라르하트와 계약한 다른 정령은 모두 최상위 정령이 되어 있었다.
함마도 언젠가는 그 정령들처럼 성장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르하트는 팔레르 산이라는 장소로 향했다.
왕국의 강물이 오염된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라르하트는 물의 최상급 정령과 함께 오염된 물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온천 동굴.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에 저주가 들러붙어 있었다.
당장 저주를 해제할 수 없었던 라르하트는 함마에게 부탁한다.
―함마. 잠시 이곳에 머물러서 오염된 물을 정화해 줄 수 있겠느냐? 저주의 근원을 물리치고 금방 돌아오겠다.
―버어어어엉.
함마는 그렇게 오염된 온천수를 정화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렇지만 라르하트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시간이 지나도.
온천 동굴을 방문하는 사람조차 없다.
이유는 짐작했다.
함마의 안에 있던 정령 계약이 끊어졌으니까.
라르하트는 아마도 사망했을 것이다.
심지어 세계가 무언가에 삼켜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라르하트가 처치했던 악마가 부활하고 동굴 입구를 지키기 시작했다.
동굴 밖에서는 밤마다 불온한 존재들이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함마는 계속해서 동굴을 지켰다.
라르하트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딱히 다른 할 일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정령은 시간에 민감한 종족이 아니다.
무덤덤한 성격의 함마는 더더욱 그랬다.
영겁의 흐름.
시간이 흐르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깨끗한 물의 정령은 그렇게 시간 속에 영원히 갇혀 있을 듯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영겁의 감옥이 깨졌다.
한 남자가 뚱뚱한 고양이와 함께 동굴을 방문했다.
남자는 라르하트의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부서진 지팡이를.
남자는 라르하트의 사망 사실을 알려주었다.
슬펐다.
그렇지만 남자는 함마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함마가 만든 물을 맛있다며 칭찬해 주었고, 그 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함마가 정화한 물로 기분 좋게 목욕하기도 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영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다시 떠올렸다.
남자가 동굴을 떠나기 전, 정령 계약을 제안했다.
함마는 한참 망설였다.
온천 동굴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 맞다.
남자와 같이 나가서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아무리 정령이라 해도 영원의 감옥은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라르하트와의 약속이 남아있다.
함마는 오염된 온천수를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거절했다.
버어어어엉.
함마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는 영겁은 찾아오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라르하트처럼 남자도 약속을 못 지킬 수 있다.
함마는 온천 속을 이리저리 헤엄쳤다.
흐르는 온천수를 따라 동굴의 통로를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강을 오르는 연어처럼 펄떡거리며 동굴 속 온천 웅덩이로 돌아간다.
그리고 온천 웅덩이 깊은 곳,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용출구를 가만히 응시한다.
저 구멍 안에 물을 오염시키는 저주가 있다.
함마는 오랜만에 용출구에 들어가 보았다.
지하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온천수를 거슬러 올라가자, 곧 답답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악마가 남겨놓은 저주 때문이다.
더럽고 진득진득한 저주.
하수구의 기름때처럼 온천수가 흐르는 통로에 들러붙어 있다.
그 저주가 온천수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버어어어엉!
함마가 기합을 넣었다.
더러움을 정화하는 힘을 최대한으로 내뿜는다.
그러자 악마의 저주가 민달팽이처럼 움츠러들었다.
함마의 힘을 꺼리는 것처럼.
그러다가 진득한 촉수를 뻗어 함마를 후려쳤다.
패앵!
함마는 버텼다.
최대한 인내하여 악마의 저주를 정화해 본다.
그러자 꾸물꾸물 응축하는 저주의 표면이 살짝 녹아내린다.
하지만 그 많은 저주를 다 정화하기에는 함마의 힘이 모자랐다.
파파파파팍!
분노한 저주가 수십 가닥의 촉수를 뻗어 함마를 후려쳤다.
저주는 아예 함마를 붙잡아 온천 용출구 밖으로 던져버렸다.
함마는 정신없이 튀어 나가 동굴 천장에 부딪쳤다.
어질어질하여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그러는 와중, 함마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그 남자, 유찬과 뚱뚱한 고양이였다.
* * *
“물의 정령아? 괜찮아?”
유찬이 물의 정령을 향해 달려갔다.
물의 정령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팔랑거리고 있었다.
버, 버어엉.
유찬이 물의 정령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