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8권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8권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8
파머킴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8권
차례
Chapter 01. 도박수 - 2
Chapter 02. 베르티아와 향수
Chapter 03. 얼어붙은 심장
Chapter 04. 예언의 종
Chapter 05. 용사의 시험
Chapter 06. 다녀왔습니다
Chapter 07. 클라이맥스
Chapter 08. 북부의 비밀
Chapter 09. 악! 각개전투
Chapter 10. 최후의 전장
Chapter 11. 북부는 오늘도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8권
Chapter 01. 도박수 - 2
그렇게 지하수로의 끝자락.
방금 전까지 길을 막고 있던 수하들은 이미 물살에 휩쓸려 기절한 지 오래.
“무, 무슨……!”
이에 케일론이 미간을 좁히며 주춤거렸다.
그 역시 조직에서 간부를 칭하며, 왕도의 기사급에 다다르는 검사들을 부하로 부릴 정도의 실력 있는 검사였다.
그런 만큼 방금 전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제 뜻대로 물살을 조종한 것부터.
눈앞의 북부대공의 무위가 자신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놀라움을 표한 건 비단 케일론 뿐만이 아니었으니.
“발터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에드윈과 레닌이 발터를 향해 달려오며 물었다.
그러자 그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다시피 아무 문제 없다.”
단순히 그녀의 걱정을 덜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어깨는 물론이며, 복부 역시 말끔하기 그지없었다.
그대로 발터가 가볍게 검을 고쳐 잡았다.
그와 함께 그의 주의를 따라 서리가 흩날리며, 진한 푸른색의 오러가 일렁였으니.
―츠츠츳….
마치 푸른 스파크를 연상케 할 만큼.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진한 오러의 흔적이었다.
이에 에드윈이 감탄하며 입을 떼었다.
“발터님. 설마…….”
과거 데미안 전하가 육체의 전성기를 찍었을 당시.
에드윈, 그가 눈앞에서 목도한 무위가 같은 경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동시에 별다른 대답 대신.
발터가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이에 레닌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새로운 경지에 이르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레닌, 그녀 역시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뛰어난 검사.
그만큼 구태여 발터가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인 기감으로 그의 상태를 눈치챌 수 있었다.
“……어찌 그 짧은 사이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신 겁니까.”
그와 함께 에드윈이 발터와 레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리 묻는 그의 눈동자에는 의문, 감탄, 경외 온갖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발터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은 운이 좋았다고 해두지.”
그대로 발터가 가슴팍을 흘깃 바라보았다.
조금 전, 지하수로에 투신하며 제 스스로 검을 박아 넣은 부위였다.
당시 그의 검은 분명히 심장을 꿰뚫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쿵쿵, 발터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 전보다 더욱 격동하며 온몸으로 혈류와 오러를 보내고 있었으니.
그 이유는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 *
그렇게 지하수로의 공동.
―콰직!
발터의 검이 정확히 제 심장을 갈랐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며.
쿵쿵, 심장박동 소리가 옅어지며, 점차 눈앞의 시야가 흐려졌다.
하나 그 사이, 발터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으며 마나하트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우우웅…!
이에 그의 마나하트가 격렬하게 반응하며, 주변의 기운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응당 생명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생(生)의 의지였다.
그리고 그 의지만큼은 지독할 정도로 질기고 표독스러워 극한의 상황에서도 제 나름대로 활로를 찾으려 들기 마련.
당장 육체를 수복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주변의 기운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게 그 증거였다.
하나 주변에 있는 것은 그저 지하수로에 흐르는 물뿐.
망가진 심장을 고치고, 상처를 수복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모자랐다.
아니 모자라야 하는 것이맞았다.
그러나 그의 마나하트는 기어코 물속에 담긴 ‘어떠한 기운’을 찾아내고, 이를 빨아들였으니.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성수와 노스큐어였다.
그와 함께 쓸려나가는 물살 사이.
발터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히죽 웃었다.
‘됐다……!’
일전에 에녹이 왕도에 역병을 퍼트리기 위해 지하수로에 설치한 기계장치.
하지만 발터는 한발 먼저 기계장치 안의 물건을 바꿔치기 해두었다.
그게 바로 성수와 노스큐어를 적정비율로 블렌딩한 일종의 치료제.
그리고 그 치료제가 지금, 발터의 육체를 수복하고 있었으니.
치료제에 포함된 성수.
그러니까 성력(聖力)의 효과였다.
무엇보다 치료제에 쓰인 성수의 출처는 무려 성녀의 재림이라 불리는 세레나가 아닌가.
당장 그 효과는 뿌리기만 해도 언데드를 정화시키고도 남을 정도.
그만큼 그녀의 성력이 담긴 성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신의 축복에 버금가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나 발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그가 노리는 것은 육체의 수복을 넘어선 또 다른 경지.
즉 소드마스터로서의 도약을 노리고 있었다.
그대로 우우웅, 발터가 제 마나하트를 점점 더 강하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선 통상적으로 소드마스터라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두 가지 요소’
첫 번째, 검에 대한 깨달음.
흔히 무아(無我)의 경지라고 부르는 깨달음을 얻는 게 필요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그에 걸맞은 육체.
그러니까 즉 심(心)과 체(體)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발터의 경우.
첫 번째, 무아의 경지는 진즉에 갖추고 있었다.
당장 발터가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유물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그 증거.
하나 익히 알고 있듯.
그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는 있었으나, 그 시간에 한계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을 경우.
그림애쉬 가에서 악몽의 재림을 막아낼 때와 같이 적지 않은 후유증이 남고는 했다.
‘……그 이유는 단연 육체의 문제.’
한 마디로 정신과 몸의 불균형.
그의 정신은 이미 소드마스터의 것이었으나, 몸이 그 경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었다.
그마저도 발터, 그가 무지막지한 몸을 타고났기에 어느 정도 버티는 것이지.
만약 그게 아니었으면 진즉 7개의 구멍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의 오러 블레이드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험과 타고난 감각을 이용한 일종의 편법.’
정도(定道)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둘의 균형을 맞추면 그만이었다.
즉 그의 경우, 정신에 맞게 육체의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는 의미.
그리하여 발터는 이 과정에서 또 한 가지의 편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제 스스로 자결하여 사선의 문턱에 서는 것.
동시에 발터가 회귀 전, 자신이 소드마스터에 올랐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는 다름 아닌 전쟁터 한가운데.
심장에 검이 박혀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과거의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음을 얻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으니.
발터는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다시 한번 이를 행하였다.
물론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편법.
아니 사실상 편법보다는 자살행위에 가까운 미친 기행이었다.
그야 그 과정에서 자칫하면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역으로 이성을 잃고 망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
흔히 말하는 주화입마(走火入魔)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