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2권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2권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2
파머킴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2권
차례
Chapter 01. 노스스파
Chapter 02. 빛이 있으라
Chapter 03. 두 사람은 문제아지만 최강
Chapter 04. 손님맞이
Chapter 05. 북부 온천의 효능
Chapter 06. 소원을 말해봐
Chapter 07. 비즈니스 파트너
Chapter 08. 후작이 말대꾸?
Chapter 09.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Chapter 10. 북부의 검법은 좀 달라
Chapter 11. 나에게 있어서 북부란
Chapter 12. 정상화의 신
Chapter 13. 그런 취향 아닙니다
Chapter 14. 언데드 버스터즈
Chapter 15. 무덤의 주인
Chapter 16. 연금술의 성지
Chapter 17.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1
북부에서 힐링합니다 02권
Chapter 01. 노스스파
그렇게 북부의 노기사, 폰에게 평생직장을 선사해 주고 한 달 남짓 지났을까.
북부에도 슬슬 봄이 찾아왔으니, 이제는 날씨가 꽤나 풀렸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풀린 건 비단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올 게 왔군.”
그대로 잿빛 성의 집무실.
발터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팔락, 서신을 넘겼다.
무엇보다 그런 서신에는 화려한 금색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니.
본 서신이 다름 아닌 왕국에서 보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역시나.
“……감사 기간.”
이는 말 그대로 연초마다 왕국에서 각 지방을 돌며 행정을 비롯한 현지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사실은 말이 감사고, 감찰이지.
쉽게 말해서 영지에 방문하는 왕족을 상대로 우리 지역 좀 잘 봐주십사. 부탁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북부도 포함.
여기서 점수만 잘 딴다면 추후 여러 특혜를 제공받을 수 있으니, 발터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 딱히 보여줄 게 없단 말이지.”
그대로 발터가 흐음, 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참으로 처음 해보는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 그 전에 북부에 있는 거라고는 콜하임 티랑 설산뿐.
‘거기다 굳이 더하자면…….’
매일매일 갱신되는 새로운 독촉서를 비롯한 서류?
그래서 그냥 콜하임 티 좀 멕이고, 설산 구경시켜 줬다.
‘그때 아마 감찰관 한 놈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하마터면 북부에서 요단강 건널 뻔했었지.’
아, 그래도 나이 있는 감찰관들은 간만에 등산이라면서 좋아하더라.
이럴 거면 산 아래 파전이랑 막걸리라도 팔 걸 그랬다.
아님 능이백숙이라던가.
아무튼 그때는 뭐 있는 게 있어야지.
애초에 뭐가 없으니, 할 고민도 없었다.
감찰관이랑 왕족들을 데리고 북부의 노역장에서 즐기는 노가다 체험, 이런 걸 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지금의 북부는 달랐다.
우선 현재 북부가 자랑하는 인기 상품 노스메디부터 마광석과 대공포까지.
대충 푸른 마탑에서 노스메디 공장 체험 좀 시키고, 마광석 보여주면서 대공포 좀 쏴 재끼면 되나.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
“씁…….”
이에 발터가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더 좋은 거 없나.
그대로 그가 레닌을 향해 물었다.
“레닌, 북부의 자랑은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레닌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역시 대공님이죠.”
“……?”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레닌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게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농담이 아니라, 100% 진심.
그 말에 발터가 하아, 한숨을 내쉬며 제 머리칼을 헝클어트렸다.
“그렇다고 내가 야만족 뚝배기 깨부수는 시연회라도 하리?”
“……일단 북부인들은 좋아하겠군요.”
곧이어 레닌이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며 대답했다.
“아니면 차라리 야만족 말고 회색곰은 어떠십니까?”
본디 이러한 쇼에는 곰이 제격이지요.
레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에 발터가 아무 말 없이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쥐었다.
―꾸욱….
하여간 쟤도 평소에는 좀 멀쩡한 거 같은데 꼭 한 번씩 돈다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억하자.
북부에서 살아남은 자는 미치거나 이미 미쳐있는 자뿐이다.
“아무튼 그건 뒤로하고.”
“…….”
“와이번 쪽은 잘 되고 있느냐?”
발터가 아쉬워 보이는 레닌을 애써 무시하며 물었다.
와이번. 크레핀과의 일을 마무리한 이후.
현재 북부에서 밀고 있는 일 중 하나로, 현재 폰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였다.
그는 처음에는 다소 망설이는 듯싶었으나, 발터가 직접 와이번을 타는 모습을 보고 내심 마음이 동했는지.
한두 번 와이번을 보러 가더니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협곡지대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마을에 들리는 날이면 와이번과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싹 다 쓸어가고 다시 협곡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과거 지독한 일중독이었던 발터를 보는 거 같은 모습.
그 와중에 저번에는 아예 북부의 기사단들까지 하나둘씩 데려가니.
아직도 저번에 끌려가던 녀석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에 레닌이 대답했다.
“제가 말하기보다는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그래?”
그럼 말 나온 김에 가볼까.
그대로 처억,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모피코트를 걸쳤다.
그러자 그 모습에 레닌이 말했다.
“대공님, 아니면 차라리 야성미를 강조해서 맨손으로 곰을 찢…….”
“아, 글쎄 안 한다고!”
* * *
그렇게 도착한 와이번의 협곡.
그곳에는 벌써 저 아래 폰을 비롯한 기사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와 함께 몇몇 와이번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가운 듯 날개를 펄럭거리니.
[크륵, 크르륵!]
오냐, 형 왔다.
내가 적당히 고기를 던져주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폰이 날 발견하고 인사했다.
“대공님을 뵙습니다.”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무엇보다 그런 폰의 얼굴에는 어쩐지 한결 편안함이 감돌고 있었으니.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처음에는 꼼짝없이 은퇴가 막히고 다소 절망했지만 이게 웬걸.
막상 와이번을 키워보니 이게 또 은근 재미가 있지 않은가.
그야 그는 평생을 검만 쥐고 살아온 기사.
그러다 생전 처음으로 뭔가를 키워내는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폰은 그야말로 북부에서 진정한 힐링을 즐기고 있는 셈이었다.
그대로 내가 폰을 향해 물었다.
“그래, 어찌 진전이 있느냐.”
이에 폰이 기다렸다는 듯.
기사들과 다른 와이번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난항을 겪었으나, 이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와이번이 이리 군마와 비슷한 성질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가?”
“예, 특히 무리생활을 하는 마수다 보니 기본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발달한 게 주목할 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적극 활용하여 우선 저를 비롯한 기사단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시키는 것부터 시작했죠.”
무엇이든 늦바람이 무섭다고.
평생을 검만 휘두르던 폰에게 새 취미가 생기자, 그는 맹렬한 기세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모습에 내가 잠시 흠칫, 당황하며 손을 들었다.
“그래, 잘 알았다.”
하지만 그런 폰은 멈출 줄 몰랐으니.
그에게서는 은은한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허허, 그다음이 진짜입니다. 그리하여 대공님께서 와이번의 우두머리로 인식된 걸 이용하여, 이 인식을 조금씩 확장시키고…….”
폰 바이에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