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10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10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10
흑푸우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10권
차례
Chapter 01. 경제 대통령.
Chapter 02. 뉴스룸.
Chapter 03. 본심.
Chapter 04. 애증.
Chapter 05. 제안.
Chapter 06. 기반 시설.
Chapter 07. 핑계.
Chapter 08. 치료.
Chapter 09. 여당.
Chapter 10. 시간.
Chapter 11. 고민.
Chapter 12. 요구.
Chapter 13. 어긋난 마음.
Chapter 14. 기운.
Chapter 15. 재무부.
Chapter 16. 베잔트.
Chapter 17. 초대.
Chapter 18. 음식.
Chapter 19. 의중.
Chapter 20. 아날로그.
Chapter 21. 상속.
Chapter 22. 음식.
Chapter 23. 분배.
Chapter 24. 마무리.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10권
Chapter 01. 경제 대통령.
이대한 대표가 파안대소한다.
“성 교수, 재미있는 말을 하네. 자네 말은 라엠에서 지자체장이 될 사람이라도 파트너로 삼길 원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나보고 파트너가 돼라?”
“대표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젊은 교수가 한국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나 봅니다. 대표님은 대통령 선거에 나가실 분이야. 다음 달이면 차기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고, 어딜 지자체장들이나 안달할 일을 공약으로 내세우라니? 무슨 망발인가?”
중년 정치인은 이때다 싶은지 조금 과격한 단어까지 사용해서 성 교수를 비난했다.
성 교수는 이대한 대표와 눈을 마주치면서 입을 열었다.
“야당은 그동안 말도 안 되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습니다. 야당에서 정권을 잡으면 경제가 망한다. 메이저 언론과 여당의 공작이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의 협잡질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프레임인지. 빌미를 주진 않았는지. 왜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여당이 잡았을 때보다 코스피 지수 상승이 평균적으로 높은데도 이런 프레임에 갇히게 되었는지 반성해 볼 때입니다.”
이대한 대표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성 교수를 바라본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기업인들의 말은 철저히 무시하고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말을 우선시하는 법안을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중년 정치인이 나섰다.
“그걸 말이라고? 대중을 위한 정치는 우리 당의 정체성이야. 돈 많은 기업인들에게 세금 많이 떼고 대중을 위한 일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포퓰리즘의 시작이기도 하죠.”
“뭐라고?”
이대한 대표가 나선다.
“거기까지 하죠. 논지에서 많이 벗어났어요.”
성 교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우리 당이 경제를 망친다는 프레임에 갇힌 건 사실이니까. 부정할 수 없어. 인정해야 합니다. 성 교수, 계속하세요.”
중년 정치인은 무엇이 분한지 계속 씩씩거렸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성 교수는 이대한 대표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이었다.
“지금은 이대한 대표님이 라엠파크를 국내에 건설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지 않아도 대통령이 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야당에 얹힌, 오래된 프레임을 벗어나자는 말입니다.”
성 교수의 말을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다.
중년인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으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실수하면 끼어들 기회만 보는 거다.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를 제가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정의가 정의만을 위한 정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곡되고 편협하며 자기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의입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이야?”
중년 정치인은 이제 대놓고 반말을 했다.
성 교수는 떠드는 중년 정치인을 보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라엠에서 한국에 투자를 결정하면 환경단체는 들고 일어설 겁니다. 환경을 파괴한다고, 청개구리나 이름 모를 지렁이를 이유로 들 수도 있겠죠. 시민단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공사장 소음을 이유로 들며 건설 현장 주변에 사는 시민들과 연대해서 반대 시위를 할 겁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야?”
담담하게 중년 정치인을 보면서 답한다.
“네. 환경 문제가 있거나 소음 문제가 예상되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들고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가 결정되어서 돈을 집행하면 그제야 튀어나오는 겁니다. 우리에게도 돈을 달라고. 여러분들이 혐오하는 건설 깡패와 뭐가 다릅니까? 정의라는 팻말 뒤에 숨은 양아치에 불과합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
참고 있던 중년 정치인이 일어나 삿대질을 하면서 다가가다가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막혔다.
말싸움이 몸싸움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성 교수는 침착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팻말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져 갑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이익을 얻었기에 조용해지는 건 아닐까요? 적당한 선에서 투자자와 합의하는 겁니다. 본래 우리가 논의하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이런 상황인데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까요?”
중년 정치인은 자리에 앉았고 회의실은 적막에 휩싸였다.
성 교수가 카운터펀치에 이어 피니시 블로를 넣는다.
“애들도 놀이터에 두꺼비 집을 만들라고 해 놓고 만들면 와서 부수는 어른이 있으면 더는 두꺼비 집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투자를 원한다면서 투자하겠다고 결정하면 물고 뜯는데 누가 투자를 합니까?”
중년 정치인은 불평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걸 누가 몰라? 그렇다고 환경에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강행해. 청개구리가 사는 데는 피해서 공사하면 되지.”
성 교수가 들었는지 언급한다.
“설계를 바꿔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돈은 누가 냅니까?”
“투자를 진행한 기업에서 내야지.”
“우리는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쓰려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하죠.”
“뭐? 너 말을 그따위로 해?”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실수를 했네요. 도둑놈이라고 합니다.”
“뭐 인마?”
중년 정치인은 격하게 반응하면서 성 교수에게 달려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막아 세웠다.
성 교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었다.
“이게 야당의 모습입니다. 아직도 민주화 시대의 잔상에 남아 기업인은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약이 심합니다.”
이대한 대표가 성 교수의 폭주를 막아선다.
성 교수가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한다.
“일부 비약이 있긴 하지만 성 교수의 말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반성할 일은 반성해야 합니다. 드러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여당과 우리가 다른 게 무엇입니까?”
성 교수가 설왕설래했던 주제의 끝을 맺는다.
“야당은 경제를 악화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라엠의 파트너가 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 *
야당이 대표 출마 선언 전 대선 방향성을 발표하기 위한 회의 중일 때 라엠 김현중 TF장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되셨습니까?”
사위월드부터 함께하던 차 실장이 심호흡하는 TF장에게 말을 건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떨리네.”
“떠셔도 됩니다. 연예인 되실 것도 아니고 마음 편하게 하십시오. 준비된 발표문만 읽으면 됩니다. 기자들이 질문하겠지만 우리가 어제 만들었던 예상 질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차 실장이 액상 청심환을 내민다.
“내가 이래서 당신을 좋아해. 일부러 액상을 준비한 거지?”
“네, 넘기다가 걸릴 수도 있잖아요? 위험 요소는 미리 없애고 가야죠.”
TF장이 차현철 실장을 바라본다.
“20년도 더 됐지?”
“네, 그런데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둘이 긴장하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나도 그래.”
“우린 할 수 있을 겁니다. 20여 년 전 사위월드를 처음 론칭할 때처럼 말이죠.”
“차 실장 말을 들으니, 힘이 나는걸.”
“빨리 끝내고 지난번처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자고요.”
“알았어.”
TF장이 청심환을 먹고 문을 여니 카메라가 터지기 시작한다.
파파팍.
떨리는 손으로 상의 주머니에서 발표문을 꺼내 단상에 올려놓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TF장이 있는 곳만 환할 뿐 다른 곳은 어두웠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마이크에 얼굴을 가져간다.
“안녕하십니까? 라엠에서 테마파크 TF를 맡은 김현중이라고 합니다.”
파파팍.
인사만 했을 뿐인데 카메라가 터진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말이다.
“테마파크 관련 라엠의 공식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최근 이슈가 된 캐나다에 건설한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파파팍.
시작이 어렵지 일단 내지르고 나니 활주로를 내달리는 비행기처럼 날아오른다.
“테마파크는 투자비만 수조 원에 달하는 큰 프로젝트입니다. 사업성 검토와 면밀한 설계가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확정할 수 있는 건입니다. 라엠에서는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테마파크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사업성 검토 단계입니다. 캐나다인지, 한국인지, 미국인지를 말씀드릴 수 없는 단계입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더니 질문한다.
“왜 캐나다에 건설할 거라는 말이 돌았습니까?”
“제일 궁금하실 질문인데 저로서는 황당한 질문입니다. 라엠에서는 캐나다의 ‘캐’ 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누가, 왜? 어떤 의도로? 결정되지도 않은 말을 퍼뜨렸는지 기자님께 묻고 싶습니다. 취재 권한이 있으니 알아보실 수 있잖아요?”
TF장은 오히려 언론에 공격적으로 질문을 되돌려 준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손을 든다.
“라엠에서는 캐나다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캐나다도 후보지 중의 하나입니다. 사업성 검토 단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라엠은 캐나다에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확보한 부지가 있습니다. 퀘벡이라는 도시 인근이라 접근성도 좋고요. 후보지에서 뺄 이유가 없습니다.”
파파팍.
사진이 터지더니 이번에도 여기저기서 손을 든다.
한 기자를 고르니 바로 질문한다.
“캐나다에 라엠이 확보한 부지가 있다면 유력한 후보지 아닌가요?”
“기자님은 라엠파크를 캐나다에 건설하길 바라시나요?”
“말도 안 됩니다.”
처음엔 긴장한 것과는 달리 여유로워진 김현중 TF장이 기자들을 저글링한다.
“유력한 후보지라는 질문에는 기대감이 포함된 건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사업성을 검토할 때 부지 확보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입니다. 부지 확보를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군요. 즉 부지 확보가 되지 않은 국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뒤집어 말하면 사업성 검토가 완료되었을 때는 어떤 국가에든 부지 확보가 되어 있을 거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