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7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7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7
흑푸우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7권
차례
Chapter 01. 스캔들.
Chapter 02. 다각화.
Chapter 03. 제안.
Chapter 04. 틸팅.
Chapter 05. 시작.
Chapter 06. 플랫폼.
Chapter 07. 상영 금지.
Chapter 08. 플랫폼.
Chapter 09. 권력.
Chapter 10. 증명.
Chapter 11. 공감.
Chapter 12. 감사.
Chapter 13. 함께.
Chapter 14. 연결.
Chapter 15. 배움.
Chapter 16. 싸우는 법.
Chapter 17. 견제.
Chapter 18. 싸움의 결과.
Chapter 19. 초청.
Chapter 20. 약혼.
Chapter 21. 쇼.
Chapter 22. 번역.
Chapter 23. 작가 감독.
Chapter 24. 칸.
Chapter 25. 질문.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7권
Chapter 01. 스캔들.
아오리TV 스캔들.
1990년대 뜨겁게 활동했던 일본의 국민 그룹 스맵의 멤버가 아오리TV 여성 아나운서를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
아오리TV의 편성부장이 여성 아나운서에게 성 상납을 시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스맵의 멤버는 9천만 엔을 합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는 가뜩이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어서 광고 단가도 떨어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스캔들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아오리TV의 도덕성을 비난했고 부담을 느낀 광고주들의 이탈이 발생했다.
2011년 아오리TV는 지금과 같은 불매운동 여파를 맞이한 적이 있다.
한류 드라마를 많이 방영한다는 이유로 일본 극우단체들이 아오리TV에 광고를 주는 제품은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많은 광고주들이 아오리TV를 떠날 때 의리를 지킨 기업이 있었다.
‘카에’라는 비누, 세안용품, 입욕제 등을 판매하는 일본 소비재 기업이었는데 카에는 아오리와 의리를 지켰다.
그런 카에마저 이번 스캔들 사건에서는 광고를 중단했다.
결국 아오리TV 광고 수입의 60% 이상이 날아가 버렸다.
아오리TV의 대주주인 미국 달리인베스트먼트는 사실 규명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츠쿠를 최고로 이끌며 아오리TV의 전성기 흥행을 책임졌던 키무라, 스캔들로 아오리TV를 쇠락으로 이끄는 나카이, 모두 스맵의 멤버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였다.
“달리에서 사실 규명을 요청했다는 게 충격적이군요.”
상황을 설명하는 스미레에게 질문을 한다.
[의결권 제한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오리TV의 최대 주주니까요.]
아오리TV의 외국인 의결권 제한은 32.29%. 즉, 최대 주주가 될 수는 있으나 외국인이 인수를 할 수는 없다.
스미레 상무가 토비를 이용해 의결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우회해서 방송국을 인수하자는 것이었다.
“제 말은 최대 주주인데 즉각적인 조처를 할 수 없고 제삼자를 통한 사실 규명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이니까요.]
“스캔들이 발생했는데도 주가는 크게 빠지지 않았네요.”
[일본 방송국은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만만치 않고요. 달리에서 추가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이고, 유명 연예인들을 포함한 개인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조금 의외네요.”
[아오리TV 시가총액이 4천억 엔 정도 됩니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포함한 순자산 가치는 1조 엔에 가깝습니다. PBR이 0.4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죠. 스캔들이 발생해서 광고 수익이 줄어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란 말이 됩니다.]
생각이 많아진다.
일본 방송국을 인수하려고 했던 이유는 방송국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숏폼 드라마를 일본에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스캔들로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매물이 주가는 여전하고 외국인 의결권 제한으로 제대로 된 인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스미레 상무님, 토비 애니메이션의 인수도 검토해 달라고 하셨었죠?”
[네, 방송국 인수를 하는데 외국인 의결권이 문제 될 때 우회하는 방법으로 제안했던 것이고, 지금 토비가 사정이 좋지 않으니, 기회라고 판단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좋네요. 제가 조만간 일본으로 건너가겠습니다. 그때 구체적인 논의를 해 보시죠.”
[알겠습니다.]
* * *
강인구 팀장과 점심을 같이했다.
갈치조림을 하는 식당이었는데 칼칼하게 조림을 해서 맛있는 집이었다.
“사장님께서 약속하신 실적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당연히 임직원들의 사기는 올라갔고요. 그런데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서요?”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기에 1분기에 지급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죠.”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작년은 작년으로 올해 실적이 있다면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 초에 지급하면 될 일인데 작년 치를 올해 1분기에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죠?”
“솔직히 그렇습니다. 올해 실적이 더 나오면 더 주시면 될 일입니다. 사실 실적이 있다고 매번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도 제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갈치조림 밑에 양념이 제대로 배어 있는 무를 잘라 입에 넣었다.
“두 가지 질문을 하시는 거네요. 하나는 1분기에 굳이 보너스를 줘야 하냐이고, 두 번째는 실적이 있다고 줘야 하냐인데. 무 드셔 보셨어요? 맛있습니다. 드셔 보세요.”
강 팀장이 무를 잘라 입에 넣는다.
“맛있네요.”
“갈치조림이 그래요. 칼칼한 양념을 먹은 갈치도 맛있는데 베이스로 깔린 무도 맛있거든요. 무엇이 더 맛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렇죠?”
강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할아버지가 처음 선전을 만드셨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직원들이 참 힘들게 사는구나. 6·25 때 넘어오셔서 처음 사업을 하셨으니 그때 당시 얼마나 살기 힘들었겠습니까?”
“그랬겠죠.”
“최소한 내 직원들은 어디 가서 굶어 죽지 않게 해야겠다. 그게 첫 번째로 든 생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셨대요. 나라가 못 하는 일, 나라도 해야겠다.”
갈치와 무가 너무 맛있어 밥 한 공기를 어느새 다 먹었다.
“밥 한 공기 더 시켜서 나눠 먹을까요?”
“그러시죠. 조림도 남았는데.”
이모님께 밥을 추가로 시키고 말을 이었다.
“남들보다 더 주고, 남들보다 더 나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노력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진 줄 아십니까?”
고개를 가로젓는다.
“회사가 절로 커졌답니다. 할아버지는 직원들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고 발 벗고 일하다 보니 규모가 커졌고, 직원들은 회사가 자기를 인정해 주니 힘을 내서 일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 팀장이 이해했다는 듯 끄덕인다.
“팀장님, 전 있잖아요. 라엠의 모든 임직원이 어디를 가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중소기업 라엠이 아니라 대기업 못지않은 혜택과 임직원을 배려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해요. 그게 제게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고요. 임직원이 스스로 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로 나온 밥공기를 갈라 반을 덜고 남은 걸 강 팀장 쪽으로 건넨다.
“거창하죠?”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요? 서울, 경기 집값은 천장에 닿을 만큼 올라 웬만한 월급쟁이는 살 수도 없어요.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한다고 걱정하는데 주거가 안정되었는데도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을까요? 지금 힘들어요. 살기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심리적인 압박감은 6·25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버금갈 정도로 힘들다고요.”
새로 나온 밥에 갈치 살을 발라 올려놓고 한 숟갈 입에 넣는다.
“전 주고 싶어요. 실적이 있으면 당연히 주고 싶고요. 실적이 없어도 주고 싶어요. 사정만 된다면 우리 라엠 직원들 어디 가서 꿀리지 않게, 주고 싶어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강 팀장이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젓가락으로 밥을 떠 입에 넣는다.
“팀장님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은 말씀드렸고, 첫 번째가 남았네요.”
강 팀장은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조용히 밥을 입에 넣는다.
“월급을 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 년 중에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일까요? 4월이나 5월이에요. 설 상여나 휴가 보상비도 떨어지고 월급으로만 살아야 하는 시기죠. 연초에 보너스라도 받았다면 미리 준비라도 했을 텐데, 쉽지 않죠. 그래서 연초에 못 준 보너스를 1분기 지났을 때 지급한 거예요. 조삼모사가 될 수 있어도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자금이 될 수 있도록.”
생각에 잠겨 있던 강 팀장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장님께서 샐러리맨의 고충을 그렇게까지 잘 알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그걸 떠나서 저를 비롯한 라엠 임직원을 생각하시는 마음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많이 반성합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과해요.”
“네?”
“제가 강 팀장을 많이 믿고 의지하고 있어요. 라엠의 살림을 맡고 계시면서 돈을 쓸데가 생기면 그렇게 의심하고 고민하시니까 제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 팀장의 얼굴이 붉어진다.
“라엠이라는 회사의 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투자 회사니까,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 아닐까요?”
“맞는 말씀인데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회사의 원재료가 돈이라는 겁니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원재료가 돈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다시 말하면 라엠의 임직원은 모두가 돈을 만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나 유혹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강 팀장을 바라본다.
“부정에 관련된 사원을 작년에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라엠이 부정에 관해서는 용서가 없다는 모습을 보여 주었죠. 그렇다고 유혹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저는 임직원들에게 나눠 주려고 할 겁니다. 조그마한 실적이 있어도 셰어하려고 할 겁니다. 그때마다 강 팀장님이 저를 제어해 주셔야 해요. 지금처럼. 의심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그래서 강 팀장님을 지금처럼 의지할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웃었다.
“저는 이제 그만입니다. 너무 많이 먹었어요. 더 먹고 싶은데 더 먹으면 과해요.”
“저도 이제 많이 먹었습니다. 사장님 말씀을 너무 많이 들었더니 헛배가 부르는 거 같습니다.”
벙찐 표정으로 강 팀장을 보니 하하하 웃는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이런 재미없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 * *
전기 임원들을 모아 놓고 회식하고 있었다.
미리 임원들의 사진을 통해 누가 누구인지 파악해 두었다.
자리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반갑습니다. 갑자기 모셨는데 모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경영진이 바뀌어서 혼란스러우실 텐데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 점 말씀드리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광수 부회장이 한마디를 했는데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정태경 영업본부장이 손을 든다.
“말씀하세요.”
“저희 매출의 대부분이 선전 전자에서 수주를 받는 구조입니다. 정확히는 85%입니다. 중공업 계열로 바뀌면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