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6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6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6
흑푸우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6권
차례
Chapter 01. 죄와 벌.
Chapter 02. 휴전.
Chapter 03. 동향 조사.
Chapter 04. 숏폼.
Chapter 05. 허락.
Chapter 06. 소망.
Chapter 07. 유혹.
Chapter 08. 정답.
Chapter 09. 보답.
Chapter 10. 고리.
Chapter 11. 백화점.
Chapter 12. 후패드.
Chapter 13. 법인장.
Chapter 14. 윤요정 선생님.
Chapter 15. 부동심.
Chapter 16. 잡상인.
Chapter 17. 복지.
Chapter 18. 캉티옹 효과.
Chapter 19. 잔소리.
Chapter 20. 복제.
Chapter 21. 가족 소집.
Chapter 22. 소개.
Chapter 23. 납치.
Chapter 24. 여행.
Chapter 25. 악어새.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6권
Chapter 01. 죄와 벌.
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라엠의 한준수입니다.”
“대양에서 회장님을 모시고 있는 고석입니다. 박 과장이 연락을 해서 만나기는 하는데 빨리 끝냈으면 합니다. 우리 만남이 서로 반가울 리는 없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죠. 저희가 조사 중에 특별한 내용을 알게 되어서요.”
서류 봉투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확인해 보시지요.”
고석 비서실장이 서류 봉투 안을 열어 내용물을 연다.
사진과 A4 용지.
사진을 둘러보더니 A4 용지를 본다.
“이 자료를 왜?”
“선전 상사 주식 보유 자료를 보셨나요? 이정은 회장이 14.7%, 한광수 부회장이 시장에서 매입한 걸 포함해 12.2%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할아버지가 11.4%를 보유하셨죠.”
“그러니까. 왜 제가 선전 상사 주식 보유율을 알아야 하는 겁니까?”
“선전 상사 이사회가 신임 대표로 기존 이정은 회장이 아니라 한광수 부회장을 선임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제야 고석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사주와 순환출자 주식 1.5%가 한광수 부회장의 손에 들어갑니다. 선전 상사의 주인이 바뀌는 겁니다. 한광수 부회장 13.7%, 이정은 회장 13.2%.”
고석은 여전히 질문이 있는 표정이었다.
“선전의 일을 한 사장이 내게 알려 줄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한강 회장님께 직접 전달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눈이 번쩍 뜨이는 자료인 건 맞는데 왜 선전의 일을 대양으로 끌고 오느냐는 말이다.
그때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잠시만요.”
전화를 받았다.
“아, 또 왜요.”
[만나자.]
“바빠요.”
[꼭 만나야 한다. 시간이 없어도 내라. 바로 할매식당으로 와라.]
할아버지가 알았다.
나와 한광수 부회장 사이에 일어난 일을.
시계를 보니 2시다.
평소와 달리 근무 시간에 전화했다.
근무 시간에는 만나자는 말도 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에게는 그만큼 이 사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할애비 부탁이다.]
“바쁜데, 알았어요. 바로는 안 돼요. 2시간 후에 할매식당 괜찮으세요?”
[알았다.]
통화를 끝냈다.
잠시 스마트폰을 쳐다보다 고개를 들어 고석 실장과 눈을 마주쳤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가 누구를 지지했다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할아버지는 항상 중립의 위치를 지키셨죠. 누구의 손을 들어 주지 않았어요.”
고석 실장은 묵묵히 내 말을 듣고 있다.
“선전의 일일 뿐 아니라 대양의 일이기도 합니다. IMF 이후 빼앗기듯 그룹에서 벗어난 전자를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이정은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멀어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난 고석에게 대양에서 본처를 선전에 시집보낸 이유,
본처가 선전에 남아서 임시 회장직을 지키기 위해 하는 노력에 대양이 도움을 왜 주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필요한 만큼 알고 있습니다.”
고석이 나를 빤히 본다.
“비서실장님은 회장님께 자료를 보고하면 됩니다. 왜? 무슨 이유가 있어서 선전이 아닌 대양인지 하는 쓸데없는 질문보다 중요한 거 아닌가요?”
난 비서실장의 위치에 맞는 일을 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스스로 대양의 머슴처럼 일하는 사람은 머슴으로 대하면 된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까지 나쁘게 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을 굳이 올려서 대우해 주고 싶지 않다.
내가 박 과장이나 본부장을 대하는 것과 달리 고석 비서실장을 머슴으로 대하는 이유다.
머슴은 주인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면 되는 일이다.
질문하지 말고.
내 의도를 알았는지 심란한 표정으로 고석이 주섬주섬 자료를 챙겨서 카페를 나갔다.
* * *
할아버지는 먼저 와 계셨다.
“일찍 왔구나.”
“빨리 오라면서요.”
무슨 조급증이 갑자기 생기셨는지 지난번부터 먼저 와 계신다.
“근무 시간도 안 끝났는데 부르시면 어떻게 해요.”
“사장이 뭔 근무 시간 타령이야.”
“사장이니까 더 잘 지켜야죠. 솔선수범 몰라요, 솔선수범?”
가만히 나를 보신다.
“…….”
“하시고 싶은 말씀 하세요. 우리가 말 아껴서 하는 사이는 아니잖아요.”
“아까워서 그런다. 이제는 경영인도 바뀌어야 해. 상법 개정도 공론화되고 있다. 대기업 총수도 바꿔야 살아남아. 네가 딱인데.”
“선전 맡으라는 말씀 다시 하실 거면 저 가고요.”
“뭘 자꾸 어딜 가. 왔으면 먹고 가야지.”
“왜 보자고 하셨어요. 급하시다면서요.”
탁.
“끼니때도 아닌데, 와 쌌고 지랄이야.”
“안녕하세요.”
부대찌개를 가져다주신 할머니가 나를 보신다.
“넌 내가 잘 지내는 거 같냐?”
“네.”
“지랄.”
“저희에게 맛있는 음식 만들어 주실 만큼 정정하신데 잘 지내는 거 아닌가요?”
나를 빤히 보신다.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어. 큰 죄를 지은 게야. 그러지 않고는 입만 살아 있는 삼대가 날 이렇게 괴롭힐 리가 없어.”
툴툴거리시면서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성질 알면서 왜 건드려.”
“제가 언제 건드렸어요. 인사, 몰라요? 인사했잖아요. 잘 지내셨냐고. 그게 중요해요? 왜 부르셨냐고요.”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이신다.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냐?”
“제가 누굴 봐줘야 하는데요. 누가 나한테 죄를 지었어요?”
시치미를 뗐다.
“모르는 척할 필요 없다. 다 알지 않느냐? 누가 널 해하려 했는지도 알고, 내가 알고 있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을 거 아니냐.”
안 통하네.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친다.
“할아버지, 전 피해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벌어진 일이 없어지지 않아요. 숙부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절 공격하려고 했고, 전 봐줄 생각이 없어요.”
아~
탄성이 흘러나온다.
“욕심이 많아서, 조급해서, 핑계가 될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 마음을 몰라서도 이유가 될 수 없어요.”
“알고 있었냐?”
“뭘요?”
“네가 계속 싫다고 하면 내가 결국은 숙부를 선택할 거라는 걸.”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룬 선전인데, 대양에게 쌈 싸서 주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요. 할아버지 숙원 사업이었던 자동차도 결국 대양 때문에 망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할아버지는 알면서도 날 시험하는 듯했다.
“그건 무슨 말이냐?”
“김공삼 정부에서 부산에 공장을 지으라고 허락하면서 준 땅부터 마음에 드셨어요? 조건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