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3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3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3
흑푸우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3권
차례
Chapter 01. 납치.
Chapter 02. 영등포.
Chapter 03. 흑곰.
Chapter 04. 혈육.
Chapter 05. 호적.
Chapter 06. 아버지.
Chapter 07. 양조경.
Chapter 08. 케빈.
Chapter 09. 증명.
Chapter 10. 가족회의.
Chapter 11. 영화사.
Chapter 12. 하나 더.
Chapter 13. 돈지랄.
Chapter 14. 국장.
Chapter 15. 제작사.
Chapter 16. 암호명.
Chapter 17. 잘못.
Chapter 18. 선전.
Chapter 19. 영화제.
Chapter 20. 미래.
Chapter 21. 배급.
Chapter 22. 일본.
Chapter 23. 배우.
Chapter 24. 스파이.
Chapter 25. 빅스.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3권
Chapter 01. 납치.
시각을 차단당하면 다른 감각에 비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현격히 줄어든다.
반면, 청각이나 다른 감각은 예민해지면서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내려고 한다.
연고가 없는 미국에서 갑자기 납치당했다.
분명히 저들은 나를 알고 있다.
무작위 납치가 아니라 타깃 납치라는 말이다.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아직, 연락 안 왔지?”
에스파뇰이었다.
한 사장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산 걸까?
영어는 이해한다. 에스파뇰은 어떻게 알아듣는 거지.
저들은 내가 깨어나더라도 자신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냥 죽여 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안 돼. 그는 이자가 곱게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죽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복잡하잖아. 아마존에 버리고 오라니. 거기에 가려면 얼마나 많은 국경선을 넘어야 하는지 알아?”
“그래서 페이를 많이 주잖아.”
“그러니까 그냥 죽여 버리고 아마존에 버렸다고 하면 되잖아.”
“멍청아, 의뢰인은 바보가 아니야. 그는 증거를 원한다고.”
안 죽인다고 해서 살짝 감동받을 뻔했다.
그런데, 나를 납치한 놈들이나 사주한 놈 모두 미친놈들임이 틀림없다.
아마존이라니.
“라울이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기다려.”
“내가 그랬잖아. 계획을 먼저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고.”
“너 자꾸 멍청한 소리 할래? 누가 그걸 몰라. 사전 계획 수립 중에 기회가 생겨서 바로 실행한 거잖아.”
미국에서도 경호원을 고용했었다.
화장실에도 따라왔는데 안까지 들어오지 않은 것이 그들의 실수였고, 나의 방심이었다.
이자들은 그 빈틈을 운 좋게 파고들었다.
빌어먹을.
어떤 자가 경제 TV를 액션 하드보일드로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덕분에 몇 가지 단서는 얻었다.
사전 계획 중이었다는 말은 내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에 사주받았다는 말이다.
전에 사주받았다면 내가 있는 호텔에 찾아와서 계획 모의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
다시 말해 내 동선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즉, 라엠 내부이거나 수정이나 찰스 등 내 일정을 아는 인원은 제외할 수 있다.
나를 납치하고 아마존에 버릴 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일단 본처가 떠오른다.
내가 눈엣가시였으니까.
다음엔 고모.
최근에 나 때문에 주식을 시아버지에게 빼앗겼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사채 왕 윤두식이다.
부하들 앞에서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존심이 상했을 거다.
고모의 주식을 받아 손해를 보전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다면 손해를 본 원한도 생긴다.
사채 왕에게 손해란 참을 수 없는 것일 테니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나를 미국에서 제거할 생각을 할 수 있다.
누구인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이동이 멈추었다.
“일단 창고로 옮겨.”
트렁크가 열리고, 움직이는 나를 확인하더니 다시 머리에 통증이 온다.
미친놈들이 자꾸 머리를 때린다.
* * *
기절해도 꿈을 꾸는 거냐?
[에스파뇰은 약을 하고 방황할 때 중남미 친구들과 어울렸어요. 수정이를 만나기 전에는 제 삶이 엉망이었죠.]
[그게 중요해? 아마존에서 말라 죽게 생겼다고.]
[부장님, 자신을 믿으세요. 제가 부장님을 부러워했던 이유가 뭐였는지 생각해 보세요.]
머리를 두 번이나 강타당해서 그런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죠. 만약 제가 그 제한을 벗어나려 한다면 저와 부장님의 연결이 끊어질 거예요.]
한 사장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저였다면 암울했을 거예요. 아마존에서 죽었겠죠. 부장님은 희망이 있어요.]
여전히 나는 한 사장이 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래 있을 수 없어요. 위험해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부장님은 안전할 거예요.]
그리고 한준수 사장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심이 되었다.
불안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고 말해 왔었다.
실제로 그런 줄 알았다.
지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미련이 남는다.
내가 투자한 영화가 성공하였고, 라엠에서 사라졌던 공모전도 부활시켰다.
드라마 제작 중이었고, 아직 방송 시간을 편성받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거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내가 만들고 싶었던 라엠. 이제 막 성공이라는 짜릿한 보상을 맛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니 조금 억울했었다.
이렇게 마감될 생이라면 2회차는 없는 게 나았다.
절망, 불안, 분노가 섞여 제정신이 아닌 내게 한준수 사장이 위로를 주었다.
나는 잘될 거라고, 아직 여분의 성냥개비를 가지고 있다고.
실행되지 않은 말뿐이었고, 여전히 나는 어두운 창고로 보이는 알 수 없는 곳에서 몸이 묶여 있었으나 희망이 되었다.
웅성웅성.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한 사장이 말한 기회인가?
“라울, 어떻게 되었어?”
“잘됐어. 비행기를 구했다. 의뢰인이 멍청이가 아니더라고. 우린 납치만 하고 의뢰인이 마련해 준 전용기를 타고 아마존의 어딘가에 떨구기만 하면 되는 거야.”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빌어먹을 라이트 형제.
비행기를 왜 만들어서는, 육로로 움직였다면 이들이 나를 아마존까지 데리고 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잡힐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일말의 기대도 남지 않았다.
“뭐야? 그렇게 쉬운 거였어? 의뢰인은 왜 여태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우리가 이렇게 쉽게 납치할지 몰랐겠지. 물주 한국인이 처음엔 당황하더라. 그러더니 LA로 전용기를 보내 주겠다고 거기에 물건을 실어 아마존에 떨구고 드론으로 촬영해서 동영상을 보내 달래.”
무슨 계획이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완벽하냐?
사람 하나 아마존에 보내는 게 이렇게 쉽다고?
한국인인 건 알겠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나를 아마존에 보내려고 하는 거야?
“라울, 우린 이제 부자야.”
좋겠다.
잠깐만, 어쩌면 내가 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언제 보내 준대?”
“지금 샌디에이고로 넘어가야 해. 샌디에이고 사설 비행장에서 기다린다고 했어.”
문이 열린다.
드디어 말할 기회가 되었다.
“내가 돈을.”
퍽.
시벌놈들아, 머리는 때리지 말라고.
* * *
덜컹덜컹.
차를 바꿨는지 트렁크가 아닌 뒷좌석이었다.
시트의 감촉이 느껴진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으니, 협상이 되질 않았다.
어떻게든 저들과 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