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第十一章 마천래객(魔天來客)
第十二章 암산혈투(巖山血鬪)
第十三章 염여지녀(厭女之女)
第十四章 파부침주(破釜?舟)
第十五章 사신취의(捨身取義)
第十一章 마천래객(魔天來客)
촤악! 촤아악!
물살이 몰려든다. 파도처럼 힘차게 때리고는 산산이 흩어진다.
가루가 되어서 사라진다. 그러다가……어느새 힘찬 파도를 이루어서 거세게 밀려든다.
‘요것 봐라?’
화판야차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결을 관심 있게 쳐다봤다.
아주 큰 파도……서른 명이 일시에 달려든다.
그들은 곧 중간 파도로 갈라진다. 여섯 명씩 다섯 개 조를 만든다.
육방진(六方陣)인지 육합진(六合陣)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진으로 쪼개진다.
그것이 시작이다.
여섯 명은 다섯 명으로 나뉘며 오행진을 펼친다.
중간 물결은 여섯 개가 만들어진다.
그들이 곧 동서남북 서로가 서로를 막아주는 진형을 바뀐다.
그러다가 세 명……천지인(天地人)이 형성된다.
나중에는 양의(兩儀), 단 두 명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며 합공한다.
촤아악! 촤악!
두 명이 네 명으로, 네 명이 다섯 명으로, 다섯 명이 세 명으로……각기 짝이 달라진다.
‘이건……물건이다!’
화판야차는 미간을 좁혔다.
자신이 진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해 봤다.
저들이 몰려오는 광경이 그려진다. 다섯 명이 오행진을 짜서 공격해 온다.
한데 반격을 가하려고 하면 오행진이 두 명과 세 명으로 갈라진다.
양의검진과 삼재진으로 변형된다.
이쪽에서 순간적으로 반응해서 두 부류를 쓸어나가면 저들은 즉시 합쳐져서 육합진으로 뭉친다.
참으로 공격하기도 어렵고 방어하기도 어렵다.
‘저걸 그놈이……?’
과거, 금칠은 어떤 무공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주인의 마음을 잘 읽었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말하기 전에 채워주었다.
목이 마렵다 싶으면 어느새 물이 대령해 있다.
배가 고파온다 싶으면 즉시 요리를 내놓았다.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알아서 준비해 주었다.
금채산주는 싱거운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수발드는 내내 싱거운 요리만 내놓았단다.
화판야차는 짠 음식을 좋아한다. 금칠이 그녀 수발을 들 때는 소금이 적당히 들어간 음식을 내놓았다.
귀신도 그런 귀신이 없다.
그런데 그런 편안함을 제공받는 대신에 무공의 장단점을 알려 준 것이다.
무림이라면 누구나 피하는 자기 무공에 대한 정보를 세상에 노출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금칠이 무공을 도둑질한 것은 아니다.
무공의 취약점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발설하지도 않았다.
혼자만 알고 조용히 사라졌다.
금칠이나 노중양이나 같은 말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금칠은 오직 파해법만을 말했는데, 노중양은 무공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묘용까지 제시한다는 점이 완전히 다르다.
금칠은 모두가 기피하는 대상이지만, 노중양은 비밀리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자신의 무공에 대한 비밀만 보장할 수 있다면.
무공을 한층 더 발전시킨다는 데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또 그런 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될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여차하면 죽이는 것이 능사일 수도 있다.
내가 도움을 받은 후에는 적을 도와주지 못하도록 죽이는 것이 더 좋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다.
노중양을 보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그를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를 보게 된다.
우선 당장은 어느 쪽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지켜보자는 뜻에서 주시하게 된다.
암산 암대의 움직임이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화판야차 같은 고수도 함부로 상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강한 진법을 구사하고 있다.
암대 개개인의 무공은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이들이 모이니 절정 고수와 맞선 것처럼 긴장감이 일어난다.
‘어떻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지? 이게 정말 그 요물이 말해준 거라면…….’
화판야차의 눈빛에 기광이 일렁거렸다.
“야!”
화판야차가 화우를 불렀다.
“또 왜요!”
화우는 누워있다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벌떡 일어나 앉으며 급히 대답했다.
“너 나하고 한 판 하자.”
“뭘 한 판을 해요. 그냥 피곤한데 잠이나 자고, 그러자고요. 저 마천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그럼 누워있던가.”
“아뇨, 아뇨, 아뇨. 일어섭니다. 일어서요.”
화우가 급히 일어났다.
누워있다고 해서 공격하지 않을 화판야차가 아니다. 뭘 하고 있던 간에……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있어도 공격하겠다고 하면 공격할 사람이다.
화우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괜히 집안에서 난리를 치면 얼마 되지 않는 집기들이 다 부서진다.
“귀간칠식, 제대로 펼쳐봐.”
“넵!”
화우가 즉시 쌍간을 꺼냈다.
그는 화판야차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 안다.
새롭게 다듬어진 귀간칠식을 보고 싶은 것이다.
“간다!”
쒜에에엑!
녹망검이 줄줄이 풀려나왔다.
녹망검은 허리띠에 불과하지만, 화판야차의 손에 들린 순간 어떤 병기보다도 날카롭게 변한다.
쒸익! 쒝! 쒜에에엑!
녹망검이 화우를 베어내려고 급하게 달려들었다.
화우는 침착하게 쌍간을 움직였다.
귀간칠식 일식(一式) 귀신이 조화를 부린다, 귀사신차(鬼使神差)!
파라라락!
쌍간이 매우 빠르게 회전했다. 간 두 개가 팔랑개비로 변해서 사방을 휘돌았다. 머리 위로, 허리 옆으로, 다리고, 가슴 앞으로……거침없이 돌아갔다.
탁탁! 타타탁!
녹망검이 쌍간에 부딪혀서 튕겨 나왔다.
‘묵중하다!’
화판야차는 부딪침이 일어나자마자 귀간칠식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아챘다.
그녀가 화우에게 귀간칠식을 전수해 주었다.
수련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녀가 일깨워 주었다.
사부는 아니지만 거의 사부 역할을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화판야차가 귀간칠식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같은 무인이기에 귀간칠식을 이해하는 폭이 넓었지만, 귀염공만큼 잘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할 수 없는 것이……검각 무공을 제외하면 수련할 만한 무공이 지극히 희귀하다.
검각 절기는 철저히 비전이다.
그러니 실전된 무공 중에서 수련해야 하는데, 귀간칠식만큼 적당한 무공도 없었다.
화우의 귀간칠식은 화우 본인 말고는 화판야차가 제일 잘 안다.
쉐에에엑!
화우가 쌍간을 강맹하게 밀어냈다.
쌍간에서 웅후한 힘이 밀려 나왔다. 전에는 매우 사나웠는데, 이제는 묵중하다.
원래 쌍간은 강하게 휘둘러진다.
쌍간이 부딪혀 볼 때의 모습을 보면 강병을 지니지 않는 한 막기가 꺼려진다.
어떤 병기든 부딪치는 즉시 부서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병기가 워낙 강하게 쓰이다 보니 초식을 그려내는 속도가 느리다.
그런데 화우가 지금 전개한 귀간칠식은 일반적인 상식보다도 더 느렸다.
너무 느렸다. 귀간칠식을 전문적으로 수련한 화우가 전개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무공을 전해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 휘두를 때보다도 더 느린 것 같았다.
귀간이 천천히 다가온다.
‘뭐가 이렇게 느려?’
생각이 거기에 미치는 순간, 어느새 쌍간이 코앞으로 밀려왔다.
한데, 그때는 또 쌍간이 무척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빠르고 강해서 어떻게 피해야 할지 모르겠다.
‘확 달라졌어!’
화판야차는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급하게 녹망검을 휘둘렀다.
휘리리릭! 휘릭! 쒜에에엑!
녹망검이 쌍간을 휘감았다. 쌍간과 함께 화우의 몸도 칭칭 감았다.
허리를 감고, 다리도 감았다. 머리, 목, 손……다 감아버린다. 이 순간, 녹망검은 아주 긴 밧줄로 변했다.
‘아!’
시장시단, 비일비재지도!
동굴에서 화판야차가 본인 입으로 말한 말이다.
금칠이라는 사내가 그녀에게 해줬다는 말이기도 하고.
이 순간, 화우는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지극히 평범한 말이 떠올랐다.
파파의 녹망검이 한눈에 보인다.
‘길고!’
화라라락!
간을 휘둘러서 녹망검의 끝자락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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