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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힐링식당입니다 8권
봉공(鳳公) 현대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결승전 (2)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진정 내가 원하는 것
태준성 셰프와의 힐링 (1)
1
결승전 (2)
임달래가 만들겠다는 결승전 음식.
‘마라 연어 로제 파스타’.
그 음식 이름을 듣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의 30명 심사위원.
그 남녀노소를 모두 사로잡기 위한 음식으로 저렇게 특색이 강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마라라는 음식 자체만으로도 호불호가 강할뿐더러.
연어, 그리고 로제와 파스타까지.
대중적으로 누구든 호를 외치는 식재료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에 정영욱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임달래 셰프……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네요.”
그의 말에 임달래는 입꼬리를 배시시 올렸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또한 이게 완벽히 대중분들을 저격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임달래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해 말을 이어 갔다.
“분명한 건, 모두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녀의 말에 관객은 환호했다.
“와아!”
“임달래, 파이팅!”
그녀의 팬으로 보이는 수많은 관객.
그들은 이미 1라운드의 패배로 인해 뒤쳐진 임달래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관객의 환호에 심호흡을 하기에 바빴다.
내가 생각한대로라면, 임달래의 저 음식은 성공하지 못해야만 한다.
물론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들로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그거야 말로 완벽한 승리일 터.
10대, 20대, 30대까지는 그녀의 음식에 호응할 수 있어도.
40대부터 60대까지의 입맛에 마라 연어 로제 파스타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음식일 거라 생각했다.
모든 건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고.
더군다나 내 음식을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없기에.
나는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완벽히 해내야만 한다.
수도 없이 만들었던 제육볶음이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 본 적은 없기에,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지.
임달래의 요리를 보며 심사위원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말했다.
“정영욱 심사위원의 말대로 임달래 셰프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마라라는 게 엄청나게 흥한다고 하죠?”
천종원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물었고.
그의 말에 정영욱이 답했다.
“맞습니다. 요즘 길거리에 나가보면 마라와 관련된 음식들이 널리고 널렸어요. 그런데 그 식당들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북적거리더라고요.”
“그러게요. 저희 때는 그런 게 한국에 있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하하.”
그들의 말에 대중 심사위원 몇몇도 공감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트렌드에 발맞춰서 과감하게 마라로 요리를 하는 게, 대단하네요.”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황순자가 말했다.
“제가 조심스레 한마디를 하자면요.”
그녀의 말에 다시금 이목이 집중되었다.
“네, 황순자 심사위원님?”
“저는 살짝은 위험한 선택이지 않았나 걱정이 되네요.”
황순자의 말에 정영욱과 천종원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충분히 그렇게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젊은 층에서 인기가 있는 음식이니까요.”
“네. 연어, 로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네요.”
그녀는 임달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결승까지 왔다는 건, 이미 임달래 셰프의 요리 실력이 증명됐다는 건데요. 그런 임달래 셰프가 이런 호불호 강한 음식으로 어떻게 대중의 입맛을 전부 사로잡을지,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황순자의 말에 임달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연어는 따로 구워서 올리는 건가요, 아니면 마라에 함께 볶는 건가요?”
이어 심사위원들은 그녀에게 요리 방법에 관련된 질문을 이어 갔다.
생방송으로 방영되고 있는 만큼, 심사위원 3인과 임달래의 답이 조금씩은 매끄럽지 않았으나.
충분히 생방송의 묘미를 잘 보여 주고 있었지.
나는 손으로 열심히 고기를 볶으면서도 귀는 그녀의 조리대에 쫑긋 세우고 있었다.
어떤 요리를 어떠한 맛으로 내려고 하는지.
내 요리와 승부를 봤을 때, 어느 요리가 승산이 있을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1, 2개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개의 질문과 답이 오간 후.
MC 한승주는 심사위원 3인의 말을 정리하며 소리쳤다.
“좋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임달래 셰프의 인터뷰는 정리하고, 다음 태준성 셰프에게로 넘어가 볼까요?”
“네, 그러시죠.”
그의 말에 심사위원들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긴장감을 삼켜 내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야. 태준성 셰프 조리대 가까이 오기만 해도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네요.”
“그러게요. 군침이 도는 냄새네요.”
그들의 대화에 나는 손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고개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태준성 셰프가 만드는 2라운드 음식은 무엇입니까?”
한승주의 물음에 나는 고기를 바라보며 답했다.
“저는 오늘 2라운드 ‘다수를 충족시켜라’ 미션의 음식으로 ‘제육볶음’을 선택했습니다.”
내 말에 한승주는 입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정영욱은 놀란 듯 내게 되물었다.
“제육볶음. 그게 다인 가요?”
“맞습니다.”
“꽤 평범해서 놀랍네요.”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아무래도 30인의 남녀노소. 성별과 연령이 모두 다른 분들을 충족할 음식 하나만을 고르는 게 쉽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저 역시 꽤 어려운 미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종원은 팔짱을 낀 채 내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매운맛을 중점으로 두고 빠르게 메뉴 선정을 하셨던 임달래 셰프와는 달리. 저는 초점을 어느 맛 하나에 두는 게 너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내 말에 임달래 셰프는 나를 힐끔 바라본 뒤, 다시 자신의 요리에 집중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맛 하나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자체를 골라 보자,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어쩌다가 제육볶음을 선택하시게 된 걸까요?”
“힐링 식당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운영하는 식당은 따로 메뉴가 정해지지 않은 식당입니다. 손님들께서…….”
나는 내가 운영하는 힐링 식당에 대해 짧게 설명을 내뱉었고.
“그래서 그동안 손님들께서 가장 많이 찾으셨던 음식. 성별과 연령에 상관하지 않고 가장 많이 주문을 받았던 음식이 무엇인지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오오. 그러시겠네요.”
“네. 그 생각을 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요.”
내 말에 황순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경청했다.
“그러다 압도적으로 제육 덮밥의 주문율이 많았던 것을 떠올렸고, 오늘은 제육볶음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정영욱은 흡족한 미소로 답했다.
“철저하게 계산이 된 것 같은 메뉴라, 평가가 아주 기대됩니다.”
“맛있게 만들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분들께서 맛있게 드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태준성 셰프님이 만드는 주문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는 제육볶음. 저도 얼른 맛보고 싶네요.”
심사위원들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고기를 바라보았다.
“어떤 맛일지, 그리고 많은분들이 흔히 아는 음식이라. 전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겠네요.”
한편, 황순자는 또다시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던졌다.
“음…… 저는 태준성 셰프님의 메뉴 선정에도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해도 될까요?”
“예, 그럼요.”
그녀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제육 덮밥, 제육볶음이라는 게 너무나 흔한 음식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중 심사위원 30인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게 오히려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녀의 말에 한승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오히려 어렵다라…… 왜일까요?”
“아무래도 집마다 만들어 먹는 제육의 스타일도 다를뿐더러. 각각 입맛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30인의 입맛에 모두 맞는 제육볶음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황순자의 답에 천종원이 공감하듯 말을 이어 갔다.
“맞네요. 오히려 너무 흔한 음식인 만큼,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각자 가지고 있는 제육볶음에 대한 기준을 넘어서야 태준성 셰프에게 한 표를 던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 또한 제육볶음으로 만들겠다 생각했을 때, 들었던 걱정거리였다.
너무나 흔한 음식이라 오히려 선택받기가 어려우면 어쩌지?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을 텐데, 그걸 내가 다 맞출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흔한 음식인 만큼, 어쩌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머릿속으로 떠올린 제육볶음의 그 맛.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그 생각 속 맛이 떠오른다면?
당시의 추억들이 떠오른다면?
표는 내게로 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정말 팽팽한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승주는 카메라를 향해 진행을 이어 갔다.
“오늘 결승전 2라운드 ‘다수를 충족시켜라’ 미션, 벌써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 본 ‘제육볶음’.”
그는 나와 임달래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