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입니다만 검도 조금 5
§ contents §
성룡 이스타탄
용아병
본 드래곤 회수 작전
임무 완수, 또다른 인연
깨달음… 그리고 성장
성룡 이스타탄
피란체바는 이스타탄의 레어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고 벽에 가만히 붙어 있었다.
심박수를 완전히 줄인 덕에 이스타탄의 가디언들도 피란체바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는지 그의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투명화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피란체바를 발견하지 못했다.
문제는 피란체바 역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움직인다면 이스타탄의 가디언들이 기척을 느끼고 공격해 올 것이고, 싸움이 지속되면 가디언들이 몰려올 게 분명하니 자칫 이곳에 뼈를 묻어야 할 수도 있어서였다.
“이건 완전히 예상과 다른데. 만약 내가 저 안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이스타탄이 눈을 뜨고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정말 뭣 되겠어.”
그렇다고 이곳에 무한정으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상황을 보자. 그리고 놈이 잠에서 깨어났다고 해도 온전히 힘을 다 쓸 수는 없을 거야.”
피란체바는 이렇게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 후에 아르테미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르테미우스, 네가 결계를 공격해서 부숴 줘야겠어. 그래야 던전 안에 있는 가디언들이 밖으로 나갈 것 같아.”
심령으로 연결된 아르테미우스에게 도움을 청하자, 잠시 후 밖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던전이 크게 흔들리면서 던전 안에 있던 가디언들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피란체바는 잠시 기다린 후에 더 이상 가디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곧장 빠르게 던전 안으로 내달렸다.
희미한 빛을 향해 달리는 피란체바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들어서면서 아르테미우스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해도 돼.”
피란체바는 드래곤 이스타탄의 레어 안으로 들어왔다.
드래곤의 레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큰 동굴에 불과했다. 또한 산처럼 쌓인 금은보화와 진기한 아이템들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드래곤은 해츨링에서 성룡이 되면 일반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에이션트 급 드래곤이라면 용언이 가능하지만 윔 급은 용언마법이 아닌 인간들이 사용하는 원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에이션트 드래곤이 되지 못한 대부분의 윔급 드래곤들은 7서클 마법인 아공간 안에 자신의 좋아하는 보물들을 숨겨 두곤 했다.
오천 년 이상을 산 에이션트급 혹은 만년 이상을 산 고룡급의 드래곤은 아공간에 더 이상 보물과 아이템들을 넣어 둘 수 없어 자신의 레어에 남은 것들을 산처럼 쌓아 두지만 이제 성룡이 된 윔 급의 드래곤은 자신의 아공간을 채우기에도 부족한 양의 보물과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어 레어 안은 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레어 한쪽에는 약간의 금은보화와 보석, 아이템이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었고, 레어 가운데 잠들어 있는 이스타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아직 깨어나지는 않았구……!”
아직 잠들어 있는 이스타탄을 보며 안도하는 피란체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래곤 이스타탄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는 피란체바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목걸이이자, 자신의 이곳으로 올 때 혹시나 있을까 하고 기대했던 그 목걸이였다.
“이 세계에도 뇌신의 눈물이 존재하고 있었구나.”
피란체바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잠을 자고 있는 이스타탄에게 접근했다.
잠을 자고 있다고 하지만 곧 깨어날 수도 있어 피란체바의 신경도 곤두서 있었다.
‘푸우우…….’
피란체바는 잠을 자고 있는 이스타탄의 호흡과 자신의 호흡을 똑같이 하기 위해서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이스타탄의 사이클링과 자신의 사이클링을 맞추어 한 공간 안에서 이질감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호흡을 똑같이 하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을 자고 있는 이스타탄의 얼굴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의 목에 걸려 있는 뇌신의 눈물을 바라보았다.
“있었구나. 그렇다면 드래곤의 레어나 고대 던전에 있는 내가 원하는 아이템들 역시 존재할 수도 있어.”
피란체바는 한동안 뇌신의 눈물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이스타탄의 목에 걸려 있는 뇌신의 눈물을 풀었다.
뇌신의 눈물이 이스타탄의 목에서 떨어지자, 스스로 크기가 줄어들었다.
피란체바는 뇌신의 눈물을 획득한 후에 자신의 목에 걸었고, 뇌신의 눈물이 반짝이더니 피란체바의 몸에 알맞게 줄어들었다.
피란체바는 뇌신의 눈물을 착용하자,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피란체바는 눈을 감고 업그레이드되는 자신을 관조했다.
단순히 아이템을 하나 장착한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했던 수련으로 얻은 힘과 맞먹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더 열심히 수련하면 뇌신의 눈물로 인해서 두 배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 피란체바는 더 열심히 수련해서 봉인된 마법을 모두 풀고 천마공 12성을 대성하리라 마음을 먹고, 다짐을 했다.
“좋구나.”
피란체바는 잠깐의 여운을 느끼며 눈을 뜨자, 거대한 이스타탄의 얼굴이 자신 앞에 놓여 있었고, 두 눈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어어엇!”
피란체바는 너무 놀라 뒤로 물러나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아씨, 심장 멈출 뻔했네.”
이스타탄이 기다란 목을 움직여 얼굴을 피란체바의 앞으로 가져다가 놓고는 숨을 내쉬었다.
그의 뜨거운 숨이 피란체바의 전신을 뜨겁게 달구었다.
‘시발, 숨을 쉬는 것만으로 사람을 태워 죽이겠네.’
고룡 아티란스에게 죽어 이 세계로 온 피란체바였기에 드래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 나의 레어에 들어왔지?”
자신의 대답을 듣고자 눈앞에 숨을 쉬며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는 이스타탄을 보고 피란체바는 전광석화가 같은 동작으로 놈의 눈을 향해 비상을 찔러 넣었다.
이스타탄은 설마 드래곤인 자신을 향해 이러한 공격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또한 피란체바의 행동이 자신의 예상보다 더 빨랐다.
푸우욱!
비상의 날카로움이 이스타탄의 눈동자를 파고 들어갔다.
“크아아악!”
이스타탄의 비명과 함께 그의 고개가 허공으로 크게 올라갔고, 피란체바는 그 힘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이스타탄의 머리가 바닥으로 뚝 하고 떨어졌다.
“네놈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스타탄의 모습을 보고 피란체바는 비상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바실리스크의 맹독을 옵션으로 넣어 마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냈다.
피란체바는 이스타탄의 눈을 찌른 비상에 전격계 마법인 썬더 볼트를 사용했다.
비상의 검신을 타고 이스타탄의 눈동자 속에 썬더 볼트가 폭발하듯 안에서 퍼지자, 이스타탄의 오른쪽 눈의 신경을 모두 태워 버렸다.
“크아아아악!”
이스타탄은 고통에 큰 소리를 질렀고, 피란체바는 인상을 쓰며 눈동자에서 비상을 꺼내 반대쪽 왼쪽 눈을 향해 강하게 찔러 넣었다.
이스타탄은 마비독으로 인해서 꼼짝하지 못하고 피란체바에게 두 눈을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네놈을…….”
“그건 너의 생각이고, 지금 내 생각은 다르거든. 썬더 볼트!”
파지지직…….
피란체바는 똑같은 방법으로 이스타탄의 양쪽 눈의 시신경을 모두 태워 버려 그가 앞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후에 피란체바는 비상을 뺀 후에 한쪽에 널브러져 있는 금은보화가 있는 곳으로 가서는 무한 주머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싹 쓸어 담았다.
“어디 있는 것이냐?”
시력을 잃은 이스타탄이 소리쳤고 피란체바는 조용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을 했다.
“후각으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겠지. 그러니 후각도 부숴 놓아야겠어.”
피란체바는 마비가 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스타탄을 향해 블링크를 사용해 순간 접근했다.
그때 이스타탄의 꼬리가 피란체바를 향해 정확하게 휘둘려져 왔고, 피란체바는 설마 이런 식으로 공격할 거라 예상치 못하고 이스타탄의 꼬리에 맞고 날아가 레어의 벽에 부딪쳤다.
“커어어억!”
너무나 강력한 공격에 갈비뼈가 다 부서진 것 같은 충격을 받고 바닥에 엎드려 웅크린 피란체바는 인상을 쓰며 이스타탄을 보았다.
“놈이 마나에 민감하다는 걸 간과했다.”
인상을 쓰는 피란체바는 고통이 줄어들 때까지 웅크리고 있었다.
힐링 마법을 사용해도 되지만 그럼 이스타탄이 마나의 흐름을 잃고 자신을 공격할 거라 생각하여 조금 참기로 했다.
“마법사들이 내가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 유동을 느끼지 못한다고 습관적으로 사용했어. 앞으로 이건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지금의 고통이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훗날 이 교훈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
“어디 있느냐?”
시력을 완전히 잃은 이스타탄이었기에 구석으로 날아가 웅크리고 있는 피란체바를 찾기 위해서 청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란체바는 품에서 단검 엘시아드를 꺼냈다. 엘시아드 역시 바실리스크의 맹독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부상을 당한 눈에 적중시킨다면 충분히 마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컨트롤 마법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놈이 먼저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내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놈의 눈에 엘시아드를 박아 넣느냐이다.’
피란체바는 심호흡을 한 후에 이스타탄을 향해 엘시아드를 힘껏 던졌다.
파아앙!
파공성과 함께 날아가는 엘시아드를 느낀 이스타탄이 고개를 돌렸고, 피란체바는 컨트를 마법을 사용했다.
피란체바가 컨트롤 마법을 사용하자, 피란체바를 향해 고개가 돌아가더니 거대한 꼬리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런 후에 벼락같이 떨어지는 이스타탄의 꼬리였고, 피란체바는 간신히 바닥을 굴러 꼬리를 피했다.
“방어구를 입고 있음에도 갈비뼈가 몇 개 박살 난 것 같은데.”
인상을 쓰면서도 피란체바는 컨트롤 마법을 유지했다.
이스타탄의 꼬리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 듯 휘둘러 오자, 피란체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충격에 대비했다.
“커어어억!”
또 한 번 이스타탄의 꼬리에 맞아 반대쪽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고, 오만 인상을 쓰면서도 엘시아드를 컨트롤했다.
푸우욱!
“크아아악!”
엘시아드가 이스타탄의 왼쪽 눈을 파고 들어가자, 이스타탄이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이거나 먹어라. 파이어 캐논!”
피란체바는 엘시아드를 향해 파이어 캐논을 시전했다.
고열의 불덩이가 일직선으로 날아가 엘시아드를 때렸고, 마법 파이어 캐논이 엘시아드에 흡수되며 이스타탄의 눈동자 안에 폭발했다.
“크아아악!”
큰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이스타탄이었고, 피란체바는 몸이 부서지는 고통에 인상을 쓰면서도 몸을 일으켜 이스타탄에게 다가가 콧구멍에 비상을 찔러 넣었다.
“이노옴…….”
분노에 소리치지만 이스타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 방 더 먹어라, 이 도마뱀 새끼야. 썬더 볼트!”
이번에는 이스타탄의 후각까지 망가뜨린 후에 피란체바는 이스타탄에게서 비상과 엘시아드를 회수한 뒤에 그에게서 떨어져 던전의 한쪽 구석으로 가서 몸을 웅크렸다.
피란체바는 마나의 축복으로 재생능력이 뛰어났기에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알아서 자가 치료를 했다.
물론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상을 당해도 치료가 가능하니 일단 피란체바는 몸을 웅크리고 짓누르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숨을 천천히 내쉬며 또 천천히 들이마셨다.
그렇게 피란체바는 호흡을 통해서 자신의 심박수를 줄여 자신의 흔적을 던전에서 지웠다.
그러자 던전에는 적막감이 흘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이스타탄은 마비가 풀리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이 청각에 의존하여 피란체바를 찾고자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피란체바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디 있는 것이냐?”
이스타탄이 피란체바를 향해 소리쳤지만 피란체바는 그의 레어에서 완전히 자신의 흔적을 지워 버렸다.
*    *    *
“이게 무슨 소리지?”
용암의 산 정상에 있는 던전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누가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
쿠우우웅… 쿵… 쿵…….
산 정상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면서 초입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시발, 다른 놈이 던전의 보물을 차지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게.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사람들이 웅성이자, 초입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긴장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냥 밀고 올라올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