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입니다만 검도 조금 3
§ contents §
현장 실습
현장 실습 2
아만드 란 일리야 백작
몬스터 웨이브
체플린
현장 실습
몬스터 토벌을 나온 아카데미 학생들은 기사들의 통제에 따라 움직였다.
학생들의 표정들은 학년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피란체바는 웃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여유가 있어 보이긴 하네. 허풍도 좀 심하고.”
일부 학생들은 작년에 자신의 경험을 떠벌리며 자신이 몬스터를 학살했다는 둥, 몬스터가 오줌을 지리며 도망쳤다는 둥 너스레를 떨며 저학년의 학생들에게 조언도 해 주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라 다르네.”
피란체바의 말을 들은 학생들이 그를 노려보았지만 딱히 시비를 걸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용병들은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온 조력자라는 사실을 부학장과 교수, 조교들이 강조했고 용병이 없으면 몬스터 토벌이 실패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세뇌될 정도로 들었기에 용병들의 투덜거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바이칼 요새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걸어가자, 하나의 몬스터 군락이 나타났다.
“몽구스는 땅속에 사는 놈들이다. 굴을 파고 다니는 게 특징이니 놈들을 공격하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기사들이 몬스터 몽구스에 대해서 알려 준 후에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지금부터 편성된 조 단위로 움직인다. 조끼리의 거리 간격은 10미터를 넘지 않는다.”
이들을 인솔하는 총 책임자인 기사 할버트는 학생들의 행동수칙을 알려 주었다.
그는 현장 책임자로 제국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1조부터 10조까지는 놈들의 군락 서쪽에 위치를 잡는다.”
10개 조씩 나누어 동서남북으로 위치를 잡게 하고, 각 조의 간격을 10미터로 하니 몽구스의 군락을 포위할 수가 있었다.
“놈들의 굴에 불을 피워라.”
굴의 입구에 불을 피우고 연기가 굴 안으로 들어가면 몽구스가 밖으로 나올 테니 그놈들을 사냥하면 된다.
“병사들과 용병들은 대기하고, 몽구스의 처리는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맡긴다.”
할버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몽구스의 소리가 울렸다.
땅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굴을 통해서 흘러나왔는데 그 소리가 괴기하기 그지없었다.
그것도 잠깐 몽구스가 굴 밖으로 나오더니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흉포하고 난폭한 흉성을 드러냈다.
덩치가 작아도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캬아아아악!”
사나운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자, 아카데미 학생들은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
기사학부와 무투학부의 학생들이 앞으로 나서서 몽구스를 막고 싸우면 뒤에서 마법학부와 정령학부가 지원하는 파티 플레이 형식으로 몽구스를 사냥했는데 학생들이라 아직은 많이 서툴러 보였다.
“꾸에에엑!”
한 학생의 검에 몽구스가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하지만 굴에 피운 연기로 인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몽구스의 수가 더 늘어났다.
여기에 몽구스가 죽으면서 흘린 피 냄새로 인해 마치 미친놈들처럼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목숨을 도외시하는 듯한 몽구스들이 발작하며 공격해 오자,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저학년의 일부 학생들이 당황했다.
“커어억…, 아악!”
몽구스가 몬스터 중에서 최약체라고 해도 몬스터였다.
놈에게 발등, 발목, 종아리와 같은 곳을 물리면 살점이 그대로 뜯겨 나간다.
학생들 중 일부가 그렇게 몽구스에게 당하고 쓰러지자, 용병들이 서둘러 움직여 몽구스를 처리하고 학생을 구한 후에 뒤로 물러났다.
마법 학부의 교수들과 조교들이 와서는 부상당한 이들을 힐링으로 치료해 주었다.
피란체바의 눈에는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저 선배들은 아카데미 의뢰를 많이 해 본 모양이구나.”
용병들 역시 경험에 의해서 몸이 반응했다. 피란체바가 5년은 전쟁 용병으로, 1년을 일반 용병으로 의뢰를 수행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용병의 경험을 따지면 이제 1년을 한 용병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몬스터나 사람을 죽이는 일에 익숙하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둘째 형은 괜찮을까?”
“괜찮아. 3서클 마법사는 뒤에 서포트만 할 거니까.”
“그래? 그럼 형도 서포트만 해?”
“당연하지. 3서클 마법사에게 공격마법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는 마법으로 몬스터를 공격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래? 그럼 형은 마법을 얼마나 빠르게 캐스팅할 수 있는데?”
“30초에서 1분 정도.”
피란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리는구나.”
“그래서 메모라이즈 마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래. 그럼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 봤어?”
“생각이야 늘 하지. 그게 쉽지 않으니까 문제지.”
피란체바는 아르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왜 웃어?”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낙심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아르란이 피란체바를 보았다.
―수식을 통째로 외워.
“뭐?”
―수식을 통째로 외우라고. 그리고 그걸 소환해서 마법을 사용하면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아르란이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께도 알려 드리고 베르디 형에게도 알려 줘. 그럼 보다 빠르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순간 피란체바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만들어지더니 그곳에서 아이스 애로우가 만들어졌다.
파아아앙!
그리곤 곧장 몽구스에게 날아가 머리를 정통으로 때렸다.
아르란은 피란체바를 보고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렇게 수식을 외운 후에 소환하면 이런 식으로 마법이 발현돼.
몽구스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피란체바가 속한 조의 아카데미 학생들이 긴장하며 자신들의 들고 있는 무기를 고쳐 잡았다.
그 순간 허공에 무수한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 속에서 파이어 애로우를 시작으로 각종 마법들이 쏟아졌고, 몰려오는 몽구스들을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펑어엉… 펑… 펑…….
몰려온 몽구스들이 마법에 크게 당하자, 남은 놈들은 방향을 바꾸었다.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인간이 있으니 그 인간을 피해 다른 쪽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피란체바와 같은 조를 형성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중 캐스팅이야.”
아르란 말고 다른 한 명의 마법사가 다중 캐스팅을 언급하자, 아르란이 물었다.
“너, 5서클 마법사야?”
―어. 전에 말했잖아, 나 5서클 마법사라고. 그런데 이건 다중 캐스팅이 아니라 조금 전에 말한 소환 마법이야. 형도 충분히 가능한 마법이야.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내가 사용한 거지.
피란체바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최근에 흑마법을 연구하면서 깨우쳤다.
흑마법사의 소환마법을 응용하여 언데드를 소환하는 게 아닌 마법을 소환하면 캐스팅이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연구했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위력적인 마법임을 확인했다.
물론 피란체바는 이러한 소환마법을 이용한 마법보다 더 빠른 마법 발현이 가능하지만 자신이 익히고 있는 마법은 이 세계의 마법사들이 익힐 수 없는 마법 발현 방식이었기에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연구해 봐.
“알았어.”
피란체바의 활약으로 몽구스들이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자, 일부 아카데미 학생들은 안도했다.
최약체라고 해도 떼를 지어 몰려오면 없던 공포심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공포가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 아카데미 학생들은 몬스터 토벌이 단순히 낭만 가득한 잼버리 대회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쿠에에엑!”
그래도 몬스터 토벌을 몇 년 경험한 고학년의 학생들은 몽구스를 상대로 자신들이 배운 검술, 격투술, 마법을 사용하여 착실하게 놈들을 퇴치하였고, 이들을 도와 용병들과 병사들이 몰려나온 몽구스들을 사냥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큰 피해 없이 몽구스를 퇴치할 수 있었다.
몽구스의 모두 퇴치한 후에는 죽은 놈들의 시체를 한곳에 모은 후에 도축을 통해서 놈들의 가죽과 이빨, 그리고 고기를 모았다.
이런 일은 용병들이 했고, 그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한 마리를 도축하는데 순식간에 끝내 버렸다.
“저도 한번 해 봐도 될까요?”
간혹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 와서 도축을 해 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용병들은 그런 학생들에게 도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먼저 여기를 칼로 찔러 몸에 상처를 준 후에…….”
피란체바 역시 큰형인 아르란에게 도축하는 법을 알려 주고 있었다.
“배워 두면 다 쓸모가 있어. 몬스터 토벌은 일주일 동안 진행되니까 몬스터를 사냥해서 몬스터 고기를 먹을 때도 있어.”
아르란은 피란체바가 알려 주는 걸 편견 없이 배웠다.
“그런데 피란체바.”
“왜?”
“소환 마법이라는 거…….”
아르란이 소환 마법에 대해서 묻자, 피란체바는 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는 1 더하기 1은 2라고 알고 있지?”
“그래.”
“이러한 수식은 원소마법이야. 여기에서 순행, 역행, 비틀림을 이용해서 마법을 발현하지.”
“그건 나도 알아.”
“그럼 반대로 우리가 2의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1과 1을 더해도 되고, 4에서 2를 빼도 2의 값을 얻을 수가 있어.”
아르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값을 먼저 정해 놓고 어떤 수식을 가지고 와서 적용할지를 생각하는 게 소환 마법이야.”
“그럼 소환 마법이란 건 답이 정해져 있는 거네.”
“그렇지. 일반적으로 소환 마법은 물건, 생명체를 대상으로 사용하는데 난 거기에 마법을 대입했고, 그 결과 이처럼 소환 마법으로 마법을 소환시켜 다중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
“그렇구나.”
“형도 가능해. 다만 부단히 노력해야 할 거야.”
“알았어. 그건 내 몫이니 나에게 맡겨.”
피란체바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형제들이지만 자신을 여전히 귀여워해 주고 좋아해 주었다.
“나중에 베르디 형한테도 알려 줘.”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런데 넌 언제 집으로 돌아올 거야?”
그 말에 피란체바는 잠깐 머뭇거렸다.
“왜?”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그래. 조금 더 대륙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해.”
“공부?”
“마법은 상상력의 영역이고, 그 상상력은 집안에서 생각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 비로소 상상력이 생겨나는 거라 난 믿고 있어.”
아르란은 피란체바의 형이지만 그의 말을 존중해 주었다.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피란체바의 생각을 더 우선시해 주었다.
피란체바의 말에 틀린 게 없으니 그의 뜻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래. 그래도 한 번씩 집에 들러. 어머니가 너 많이 보고 싶어 하셔.”
“알았어. 안 그래도 이번 아카데미 의뢰 마치면 집에 한 번 다녀오려고 했어. 그동안 정리한 이론들을 집에 남겨 둬야 하니까.”
“그래. 그렇게 해. 너 집에 가면 어머니께서 몹시 기뻐하시겠다.”
“서둘러라. 곧 해가 진다.”
할버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용병들의 손길이 부산해졌다.
“서둘러서 하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