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입니다만 검도 조금 2
§ contents §
용병 피란체바
용병 의뢰
노턴 자작
몽마 로렐라
아카데미 의뢰
용병 피란체바
“누가 봐도 음모임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놈들이 원하는 건 제국의 분열입니다.”
이스턴 후작이 상석에 앉아 있는 이를 향해 말했다.
이곳은 바르다 제국의 황성으로, 많은 귀족들이 모였는데 그 수가 50명 정도 되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바르다 제국을 이끌어 가는 세습귀족이며, 작위가 백작 이상으로 이들 중에는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도 있고, 제국에 남은 영지가 없어 귀족의 작위만 가지고 있는 귀족들도 있었다.
이들이 모인 곳은 황성의 대회의장으로 단상의 상석에는 제국의 황제인 루비레이라 폰 바르다가 앉아 있었고, 그의 좌우로는 성인이 되어 왕정에 참가하는 황자들이 함께했다.
단상 아래 귀족들이 모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세 명의 공작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국의 제일 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듀란드 공작을 중심으로 귀족이 18명가량 모여 있었고, 이공작인 루즈마 공작에게는 17명의 정도의 귀족들이, 그리고 삼공작인 프하즈카 공작에게는 13명의 귀족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편을 나누어 모여 있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 질서라는 걸 찾을 수가 있어 회의가 진행될 때 그리 어수선하지는 않았다.
“제가 듣기로는 아만드 백작의 막내아들인 피란체바를 이스턴 후작님께서 보호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스턴 후작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나의 기사들이 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을 텐데.’
“반역자의 자식을 숨겨 주는 것 또한 반역임을 후작님께서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듀란드 공작의 편에 서 있는 로스만 백작이 반역을 운운하며 이스턴 후작을 압박하려고 했다.
“반역?”
이스턴 후작이 정색을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대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로렌스 후작 가문은 검으로 제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뛰어난 가문인 만큼 이스턴 후작 역시 마스터급에 뒤지지 않는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살짝 분노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대회의장이 싸늘해졌다.
“로스만 백작. 아무리 욕심이 눈을 가렸기로서니 감히 나를 겁박하는 것이냐?”
사나운 이스턴 후작의 분위기가 회의장을 휘어잡자, 귀족들은 움찔했다. 그의 반응에 로스만 백작이 당황하여 듀란드 공작을 보았다. 도와 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아직 드러난 게 없다. 아만드 백작이 반역한 거라면 저리 순순히 감옥으로 들어갔겠느냐? 나는 오히려 네놈이 더 의심이 간다.”
로스만 백작은 이스턴 후작의 말을 듣고 발끈했지만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너는 일리야 백작령에서 흑마법이 발견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듀란드 공작을 만나 아만드 백작의 영지를 너에게 달라고 로비를 하지 않았느냐?”
이미 많은 귀족들이 로스만 백작이 일리야 백작령을 차지하기 위해서 듀란드 공작에게 많은 뇌물을 가져다 바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오. 그런 일은 결코 없었소.”
“없어? 네가 듀란드 공작님께 뇌물을 바쳤다는 증거를 풀어 봐?”
이스턴 후작의 말에 모인 귀족들이 웅성였고, 그 소리가 대회의장 안에 울렸다.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자, 듀란드 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스턴 후작이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모양이군.”
웅성이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영지도 없는 귀족이 무슨 힘이 있어 저에게 반역을 운운하나 싶어 하는 말이었습니다.”
듀란드 공작은 질책하는 눈빛으로 로스만 백작에게 주의를 준 후에 이스턴 후작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스턴 후작, 피란체바가 자네의 영지에 있다는 소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아네.”
이스턴 후작은 로스만 백작을 죽일 듯 노려보자, 로스만 백작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그런 모습을 본 이스턴 후작은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지 듀란드 공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피란체바는 영지에 없습니다. 그가 잠시 영지에 있었던 건 사실이나, 일리야 백작령의 소식을 들은 후, 종적이 묘연해졌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가? 피란체바는 이제 열한 살이네. 어린 그가 어디로 갔겠는가!”
듀란드 공작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요. 그런데 이제 열한 살인 피란체바가 4서클의 마법사입니다. 4서클의 마법사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니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순간 대회의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피란체바가 4서클의 마법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자신의 자식들과 비교되어 그런 게 아닐까 했다.
“이스턴 후작, 피란체바가 4서클의 마법사라는 게 사실인가?”
황제가 되물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스턴 후작은 피란체바가 4서클이 아닌 3서클의 마법사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4서클 마법사라 거짓말한 이유는 3서클의 마법사와 4서클의 마법사의 대우 자체가 달라서였다.
그 이유는 전쟁이나 다툼에서 다수의 적 병력에게 한 번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였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4서클의 마법사와 3서클의 마법사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독이며, 모욕이라 생각하고 있고, 사람들 역시 그리 인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침묵의 숲 오두막으로 간 피란체바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니 이런 거짓말은 들통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뭐, 이들이 피란체바를 찾았을 때쯤이면 4서클의 마법사가 되어 있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4서클의 마법사라 말할 수 있었다.
“이제 열한 살인 피란체바가 4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니 참으로 대견스럽구나.”
황제는 일리야 백작 가문이 흑마법사의 음모에 빠져 제국이 시끄럽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리야 백작 가문이 이러한 음모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피란체바는 10년 안에 7서클의 마법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10년 안에 7서클의 마법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귀족들이 수군거리면서 대회의장이 울렸다.
“허허허, 그리된다면 제국의 큰 경사이기도 하네. 20살 이전에 7서클의 마법사라…, 그럼 40살이 되기 전에 마의 벽이라 일컫는 7서클의 벽을 넘어 8서클의 마법에도 발을 디딜 수가 있겠구나.”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보게. 이스턴 후작,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네의 힘으로 피란체바를 잡아 둘 수 있었지 않았나?”
3명의 공작 중 한 명인 루즈마 공작이 물었다.
“저는 단순히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사실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음…….”
“만약 피란체바가 순수하게 마법만을 연구한다면 그가 죽기 전에는 드래곤의 마법인 9서클의 마법도 가능할 거라는 게 지난 4년간 그를 지켜본 저의 생각입니다.”
9서클의 마법사!
이 한마디가 모인 이들에게 주는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대륙이 생겨난 이후, 마족과 드래곤의 전쟁으로 인해서 인간들에게 마법과 검술이 전해졌지만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9서클의 마법사에 도달한 사람은 없었다.
소수의 사람들이 8서클의 마법사에 도달한 적은 있지만 그들 역시 순수 인간이 아닌 드래고니아, 혹은 반마족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조차 9서클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9서클의 마법은 드래곤의 영역이므로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 믿고 있었다.
‘천재 중에서도 돌연변이라 불리며 마법적인 재능은 제국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피란체바라면 어쩌면 이스턴 후작의 말처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스턴 후작의 발언이 귀족들의 생각을 흔들었다.
‘피란체바가 9서클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8서클의 마법사는 가능할 거다. 그럼 그의 마법적인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 제국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귀족들의 생각이 거의 비슷했다.
편을 나누어 대립하고 경쟁하지만 제국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인 자들이었다.
“그런 피란체바가 이런 혼란을 겪고, 앞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 하니 그가 자칫 그 분노로 인해서 잘못된 길로 빠질까 그게 걱정입니다.”
“아니, 그런 귀한 인재를 후작께서는 어찌 그냥 놔줬단 말이오?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안심을 시켜 붙잡아 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
듀란스 공작파의 레이먼 후작이 이스턴 후작에게 큰소리를 쳤다.
“나도 그러고 싶었소. 또한 일리야 백작령의 소문이 영지에 퍼지지 않도록 막았소.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된답니까? 영지를 오가는 상인들의 수가 하루에 수백, 수천이 됩니다.”
이스턴 후작의 말에 모두는 안타까운 표정들을 지었다.
“폐하, 속히 제국에 수배령을 내려 피란체바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레이먼 후작, 피란체바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에게 수배령을 내리고 잡아들이라 말하는 겁니까?”
또 다른 공작파인 루즈마 공작파의 페이튼 후작이 반발하며 말했다.
“그는 일리야 백작 가문의 사람이지 않소, 아만드 백작은 지금 흑마법을 이용하여…….”
“혐의가 있을 뿐, 아직 증명되지 않았소. 혐의를 두되,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단정 지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게 본 제국의 기본법이지 않소.”
“음…….”
“그에게 혐의가 있지만 아직 죄가 밝혀진 건 아니니 피란체바에게 수배령을 내리는 것 자체가 아만드 백작을 자극하는 일이오.”
“아만드 백작은 지금…….”
“레이먼 후작,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뭐요?”
“아만드 백작이 피란체바의 일을 듣게 되면 저리 감옥에 얌전히 있을 것 같소?”
“그럼 아만드 백작이…….”
레이먼 후작이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아만드 백작이 소식을 듣고, 그의 마법사들에게 피란체바의 수배령을 내리라고 조언한 레이먼 후작령을 공격하라고 명령하면 후작께서는 그들을 막을 수 있겠소?”
그랬다.
아만드 백작은 귀족의 품계 중 중간에 해당되는 백작 가문이지만 그 가문이 가진 힘은 웬만한 귀족 가문이 가진 힘을 능가했다.
무엇보다 아만드 백작을 믿고 따르는 100명의 전투 마법사는 제국의 핵심 전력이었다.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들을 향해 귀족들은 제국 최고의 마법사 가문, 혹은 마법전투 집단이라 부르며 인정하고 있었다.
“그건…….”
“어디 그뿐이오? 영지가 있는 귀족들은 물론 영지가 없어도 이 자리에 있는 귀족들 대다수가 한두 명의 마법사는 데리고 있을 것 아니오.”
모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곧 삶의 질의 차이기도 했다.
“그들 중에서 일리야 백작 가문의 도움을 받지 않은 마법사들이 있을 것 같소.”
모두는 페이튼 후작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만드 백작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고 강하오. 그리고 마법사들 역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지식하고 끈끈하오.”
일부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가문의 막내를 잡아들이기 위해서 제국에 수배령을 내린다면 이미 제국은 아만드 백작을 흑마법사의 수괴라 단정을 지었다는 말이고, 그건 그 사실을 믿지 않는 마법사들의 반발을 일으킬 것이오. 이게 흑마법사들의 계획이지 않겠소.”
“그럼 일리야 백작령에 나타난 흑마법의 흔적은 그냥 넘어가자는 말이오?”
“내 말은 그게 아니지 않소.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죄인 취급을 하지 말자는 것 아니오.”
페이트 후작의 말에 많은 귀족들이 공감했다.
지금은 아만드 백작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음모를 꾸미는 주최의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레이먼 후작님의 영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이게 흑마법사의 음모이고, 음모가 성공한다면 그들은 똑같은 음모를 꾸밀 겁니다. 그때는 아니라 주장도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왜? 우리는 이미 아만드 백작의 선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페이튼 후작의 논리 있는 말에 레이먼 후작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만을 말할 수 없었다.
“의심은 하되, 죄인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조사를 통해서 진위를 파악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제가 성급했나 봅니다.”
레이먼 후작이 자신의 성급함을 인정하자, 황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황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동료들이자, 신하들인 귀족들이 서로 대립만 하지 않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아만드 백작과 관련되어 더 할 말들이 있나?”
황제의 물음에 모두가 침묵하자, 황제는 회의를 끝냈다.
“파견한 조사관들이 조사하고 있고, 그들의 수많은 의견들을 종합해서 올릴 것이니 그 후에 아만드 백작과 관련된 심문을 할 것이다.”
모두가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세 공작은 따로 나를 만나고, 다른 이들은 돌아가도록 하라.”
*    *    *
바르다 제국의 황성 규모는 상당히 컸다. 귀족들은 황성이 작은 영지의 크기와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로 황성은 크고 넓었다.
그러한 황성에는 별궁이 몇 개 지어져 있었는데 이 별궁 역시 영지의 영주들이 거하는 영주성과 비견되는 규모로 지어져 있었다.
이 별궁들은 황제의 부인, 즉 세 명의 황후가 별궁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 다른 왕국의 사신들이 거하는 별궁과 왕국의 귀족들이 머무는 별궁이 따로 지어져 있었다.
프하즈카 공작의 장녀이자, 황제의 둘째 부인인 멜르린은 황성의 별궁 중 한 곳인 멜르린 궁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야심한 밤, 멜르린 궁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는데 제국의 각지에서 올라온 귀족들 중에서 프하즈카 공작을 따르는 세습 귀족들로 인해서였다.
“피란체바가 벌서 4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
“데리고 있는 저도 그렇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저를 한 번씩 놀라게 할 때는 정말 이놈이 이제 열한 살의 어린 꼬맹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같은 후작이라고 해도 나이가 많으니 이스턴 후작이 존칭을 사용해서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다른 귀족들에게 은연중에 보여 주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귀족들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이러한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에 그 귀족을 평가하는 습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대립하고 있는 귀족들에게는 가끔 예의에 어긋난 언행을 하곤 하는데 그건 힘의 무게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귀족들이 언행이 달라지곤 하였다.
“천재 중의 천재라 소문난 아이이니 우리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가끔 내 새끼도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새끼도 피란체바나, 엘리나처럼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곤 하네. 그런데 하는 행동을 보면 영 꽝이야.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