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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8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75-0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오장육부
빛을 뚫고 나온 순간,
쿵?
뱀의 머리가 세로로 두 동강 났다. 동시에 꼬리 쪽 역시 반으로 갈라졌다.
“키에에엑?!!”
입은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다 결국 움직임을 멈췄다.
“사, 살았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 뻔했다.
온몸이 끈적거린다. 하지만 성찬은 안도감이 더 컸다.
살아남았다는.
그리고 모두를 지켜냈다는.
그리고,
“우욱, 이 냄새는…”
냄새의 방향에는 프레이가 서 있었다.
“부디 더 이상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성자님…”
세레나는 코를 막으며 프레이를 힐끔 봤다.
“이 무례한 뇸! 자랑스러워해랏. 성자님을 직장(職場), 아니 직장(直腸)으로부터 지켜내지 않았낫!”
“어느 쪽이든 두 번은 하고 싶지 않군요…”
[탑 97층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클리어등급: SSS)]
[업적이 랭킹에 등록됩니다.]
[랭킹 - 탑 97층]
1위: 박성찬 / SSS
[보상으로 최상급 마석 700kg이 지급됩니다.]
[SSS 클리어 특전! 100코인과 획득한 마석의 3배가 추가 지급됩니다.]
[잠시 후 보너스 상점으로 이동합니다. 3… 2… 1…]
보너스 상점을 선택하라는 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냥도 부활로 탑을 나갔으니, 남은 상점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그런 듯했다.
코를 찌르는 익숙한 고기 육수 냄새.
어두운 모퉁이에 자리 잡은 깔끔한 포장마차에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성찬, 어서와라루!”
고기 육수를 끓이고 있던 루루냥은 환한 미소로 반겼다.
“으음, 냄새 좋은데요?”
“며칠 새에 성찬이 올 줄 알고 특별히 기합 넣었다루. 평소보다 정확히 두 배 더 맛있다루.”
루루냥은 자신의 육수를 맛보며 자부했다.
성찬은 저번 축제 때 받은 라면 이용권을 내밀었다.
“올 때마다 항상 이용권으로 먹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우리 사이에 신경 쓰지 마라루. 솔직히 돈 안 받고 주고 싶은 심정이다루.”
“그럼 공짜로도 되나요?”
“후후, 성찬도 참. 냥족 사전에 공짜는 없다루.”
루루냥은 어림없다는 듯 국자를 휘휘 저었다.
“요즘은 플레이어들이 상점에 찾아오기 시작해서 꽤 바빠졌다루. 코인도 벌써 이 만큼이나 벌었다고루?”
루루냥은 두둑해진 자루를 짤랑였다.
부활 당시, 루루냥은 탑에 있길 택했다고 했다. 몬스터를 상대하며 지친 플레이어들 상대로 라면 장사를 하는 게 퍽 마음에 들었다나.
요즘은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이 늘어, 장사가 더 즐겁다고 했다.
“탑 바깥은 어떠냐루? 다른 냥족들은 잘 지내냐루?”
“몇몇은 발 빠르게 장사를 시작했어요. 용족들에게 빌린 돈으로요. 듣자하니 꽤 성공한 냥족도 있나봐요.”
“와아, 용족이 돈을 빌려줬다고루?”
성찬은 냥족들의 소식을 최대한 상세히 들려주었다.
이제 탑에 홀로 남게 된 루루냥이다. 다른 냥족들이 탑 밖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궁금하겠지.
원래도 천 년에 한 번 축제에서 만나던 냥족들이지만, 이젠 그마저도 볼 수 없게 됐으니까. 코인을 지불하고 탑을 나가지 않는 이상.
“아참, 이거 설냥이 전해달라 부탁했어요.”
성찬은 인벤토리에서 설냥의 코인 자루들을 전달했다.
“아니, 이렇게나 많이…”
너무 많아 작은 언덕을 이룬 코인 자루들.
루루냥은 벙찐 눈으로 성찬과 자루들을 번갈아 봤다.
“이걸 다 받아도 되는 거냐루?”
“어차피 탑 밖에선 못 쓰는 거니까요.”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그곳의 화폐를 받고 팔아도 되는 걸 텐데…”
그럼에도 냥족들은 하나같이 루루냥에게 자신의 코인을 전했다.
“그만큼 다들 걱정한다는 뜻 아니겠어요?”
성찬의 말에, 육수를 젓던 루루냥의 손이 멈췄다.
“큰일이다루… 다들 보고 싶어져 버렸다루.”
“하하, 나가고 싶어질 때 언제든 나오면 되죠. 설냥의 코인까지 합하면 충분히 될 거라고 하던데.”
“하긴, 그 말이 맞네루.”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사실을 상기한 것만으로 루루냥은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여기, 루루냥 특제 고기듬뿍 라면이다루!”
“우와…”
라면 그릇 위에 산처럼 쌓인 고기들.
성찬은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이거 너무 많지 않아요? 다 먹을 수 있을지…”
“이건 라면이 아니라 보약이다루. 국물까지 싹 다 마셔라루. 남기면 알지루?”
루루냥은 벽면에 붙은 안내판을 가리켰다.
- 남기면 환경부담금 100코인
“라면 한 그릇이 30코인 아니었어요?”
“성찬은 환경이 소중하지 않나루? 자원은 유한한 거다루. 이건 절대 절대로 내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게 아니다루.”
아하. 절대로 잇속을 챙기기 위함이군.
‘이렇게 많은 양의 고기가 들었는데, 다른 라면들과 같은 가격인 이유가 있었네.’
다 먹으면 30코인. 다 못 먹으면 130코인이란 소리. 사실상 많이 먹기 승부 라면이다.
성찬은 조금 어울려 주기로 했다.
“괜찮겠어요? 평소엔 건강 생각해서 적당히 먹는거지. 저 이런 거 나름 자신 있다고요?”
“후후, 얼마든지루. 평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평소보다 넉넉히 넣었다루.”
“그건 반칙이잖아요.”
“반칙이라니. 사랑이다루. 어서 먹어봐라루.”
후루룩?
과연 ‘고기듬뿍 라면’이란 걸까. 이름값대로 씹을 때마다 고기들이 입 안을 꽉 채운다. 심지어 다양한 고기 부위를 넣어 면발 사이로 씹히는 식감마저 다채로웠다.
‘이번엔 국물을 먹어볼까?’
호록?
그저 한 스푼 떠먹었을 뿐인데. 깊은 갈색 육수는 고기와 채소의 풍미가 응축된 맛과 향을 뿜어냈다. 국물에 딸려 온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기름기가 입안에 퍼졌다.
한 스푼이 마치 국밥 한 그릇 먹은 듯 깊은 포만감. 성찬은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엄청 맛있는데요? 솔직히 이거 먹으려고 탑을 올랐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후후, 그렇지루? 내 혼을 갈아 넣은 라면이라루! 다른 플레이어들도 다들 비슷한 말 한다루.”
역시 사람 생각은 다들 비슷하구나. 고된 일을 끝내고 먹는 국밥 한 그릇을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성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루루냥, 정말 탑을 나가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다른 냥족들은 전부 탑을 떠나 새로 가게를 열거나 하고 있는데. 성천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냥족들은 장사 욕심이 많다. 돈도 손님도, 사고 파는 행위 자체도 좋아하고.
탑 밖에 나가면 더 많은 손님들이 있는데. 소수의 플레이어들에게만 장사를 하는 걸로 만족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아직은 괜찮다루. 무엇보다…”
루루냥은 조금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나까지 없으면 플레이어들은 보너스 상점을 올 수 없지않나루. 힘들게 탑을 오른 플레이어들에게 내 라면으로 힘을 주고 싶다루.”
그렇기에 아직은 장사를 접지 못하겠다고. 루루냥은 헤실 웃었다.
“이런 말, 새삼 부끄럽네루. 아무튼 이것도 하나의 장사 재미 아니겠나루? 그러니 괜찮다루.”
루루냥의 진심을 확인하니 성찬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98층이라니 대단하네루. 이 다음부턴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네루.”
“그렇게 많이 어려운가요?”
“애초에 90층 대부터는 오는 플레이어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루. 수천 년 동안말야루. 무엇보다… 98층부터는 단 한 번도 없었어루.”
수천 년 동안 98층 이상 SSS를 달성한 플레이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었다.
“그럼 또 보자루!”
루루냥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 있는데도.
언젠가 만날 미래를 기약하는 게 아닌, 서로의 마지막 기억에 웃는 모습으로 남기 위해서.
성찬은 마주 웃었다.
“잘 있어요.”
[보너스 상점을 퇴장합니다.]
***
한편.
보너스 상점에 간 성찬이 아직 탑을 나오기 전.
천마, 프레이, 세레나와 여섯 용족들이 거실에 모여 있었다.
서로 살아온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그들의 가슴팍에는 하나같이 성찬과 붉은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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