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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6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73-6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성검도
성기사들로부터 모든 전말을 들은 프레이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우리가 신으로 모셨던 건 대체… 뭐였단 거지? ”
경배하고 과시하라. 지금까지 너희가 한 것처럼.
내가 너희에게 불과 지혜를 줬던 것처럼.
그 말은 자신들이 경배한 대상이, 자비의 신이 아닌 다른 존재였다는 뜻이었다.
“그럼 이제껏 우리의 신앙이 잘못됐었단 말야? 언제부터? 설마 처음부터는 아니겠지? 자비의 신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든지…”
프레이는 동료 성기사들에게 따지듯 물었다.
뭐가 언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
일평생 신의 종으로서 살아온 프레이는 자신의 근간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침착하십시오, 단장님. 그런 건 아닙니다.”
“하아… 젠장. 젠장. 다행이군. 이걸 신께 감사드린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프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알아냈나?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죄송합니다. 저희도 거기까지는…”
프레이의 물음에 성기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언제부터 성국의 신앙이 오염되었는지 파악하기 전에 사망한 듯싶었다.
“확실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 성국의 신앙이 오염됐을 거란 점입니다.”
“그건 전혀 다행이 아니군.”
프레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애써 얼굴을 활짝 폈다.
“그래도… 살았으니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맞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면 끝난 게 아닙니다!”
프레이와 성기사들은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래도 살았으니까.
가만히 침울해 있어 봐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성기사들은 성찬을 향해 일제히 몸을 돌렸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성자님 덕분에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자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제 인생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하하…”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성찬은 팔을 내저으려다 이내 손을 내렸다.
‘애써 희망을 붙잡은 사람들인데. 그러지 말라고 하기도 좀 그렇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뭐든 구심점 삼아 삶을 붙잡는 게 좋지 않나.
그 구심점이 자신이란 점이 문제긴 하지만.
성기사들의 부담스러운 감사 인사를 잔뜩 받은 뒤.
성찬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온 김에 자루도 사용해 보죠.”
[멘드러큐 박사의 행복한 포획 자루 (공용)]
등급: SSS
종속된 개체를 아공간에 보관한다. 사용자를 완전히 주인으로 인식해야만 사용 가능하다.
보관된 개체는 행복해진다.
기존의 몬스터 포획 자루와 다른 점은 ‘행복한’이라는 키워드가 생겼다는 것 정도.
성찬은 아이템 설명을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행복해진다…라. 이게 무슨 뜻일까요?”
“말 그대로 행복해진단 뜻입니댯.”
세레나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행복 포획 자루는 멘드러큐 박사가 이 밤의 여왕의 조언을 참고해 만든 물건입니댯. 기존 몬스터 포획 자루는 포획된 이들에게 넓고 푸른 초원을 제공한다면, 이건 행복감까지 선사해주는 거죳.”
“업그레이드 같은 건가요?”
“그런 셈이죳.”
세레나는 빙긋 웃었다.
“자루 속 행복은 엄연히 허상입니댯. 포악한 몬스터 전용이랄까욧? 쉽게 말해 행복한 감옥인 거죳.”
진짜가 아닌, 끊임없이 제공되는 가상의 행복.
성찬은 자연스레 역지사지로 생각해봤다.
사실상 24시간 꿈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
가짜 행복에 취해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건… 좀 그렇지 않나?’
인륜적으로.
그런 성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세레나가 조언했다.
“네피림은 성정이 포악하고 공격성이 높은 놈이라, 이편이 안전할 겁니댯.”
그런가.
장난으로 인간을 죽이고, 심지어 먹기까지 하는 네피림이다.
구멍 난 장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끊임없이.
그런 네피림을 무한히 행복한 감옥에 가두는 건, 어쩌면 너무 인륜적인 조치인지도 몰랐다.
“그럼 옮길게요.”
성찬은 자루를 꺼내 네피림을 불러냈다.
“크어어어?!”
“저, 저건…!”
네피림을 본 성기사들은 놀라 검을 들었다.
프레이는 곧바로 그런 성기사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안심해라. 저 네피림은 이미 성자님께 장악된 녀석이니.”
“장악됐다고요? …아!”
성기사들은 네피림과 이어진 붉은 선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네피림이 성찬에 의해 포섭됐단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성찬은 네피림을 향해 행복 자루를 내밀었다.
“이제 여기가 새 집이야. 여기로 다시 들어가.”
“그어??
네피림은 성찬을 내려다보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자루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
그러자 천마와 프레이가 앞으로 나섰다.
“은인의 명을 따르지 않을 셈인가?”
“성자님을 거스르는 대가가 뭔지는… 알고 있을 텐데?”
협박 아닌 협박.
결국 네피림은 행복 자루 안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어어?”
슈욱?
거인 네피림의 몸이 작은 호리병 모양 자루 안에 쏙 들어갔다.
성찬은 여전히 가벼운 행복 자루를 흔들었다.
“자루 안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궁금하신가욧?”
세레나는 씨익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눈앞에 작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그 너머로 네피림의 모습이 보였다.
자루 안에 들어온 네피림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수많은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한 움큼 집어 입 안에 털어 넣는 또 다른 네피림 동족들.
네피림은 신나게 인간들을 집어삼켰다.
그러다 한 네피림과 눈이 맞았다.
“그어??”
명백한 여성체의 모습을 한 또 다른 네피림.
우호의 뜻인지, 여성 네피림은 자신이 쥐고 있던 인간 하나를 내밀었다.
“그어어?”
네피림은 건네받은 인간을 포도알처럼 입에 털어 넣으며 씨익 미소 지었다.
그렇게 두 네피림은 함께 사냥을 시작했다.
아마도 그 사냥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세레나는 안개를 걷혔다.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한 것 같네욧. 그렇죠, 마스터?”
“뭐…”
성찬은 턱 끝까지 찝찝함이 차올랐지만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네피림이 수많은 인간을 먹어 치운 것은 사실.
그렇다고 네피림을 다른 부활체들과 함께 둘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루 밖은 더더욱 안되고.
그때 한 성기사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그런데 왜 놈을 죽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건…”
네피림을 부활시켰다고는 하나, 어차피 다시 죽이면 다 해결될 일인데.
성찬은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프레이를 돌아봤다.
그때 당시 네피림을 죽이는 걸 반대한 사람이 프레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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