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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5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72-9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동시 탑 폭주
모두가 잠든 새벽.
성찬 일행은 인공호수 근처로 향했다.
그곳에서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이곳에 온 첫날, 우연히 갔던 술집에서 노인을 만나 내기를 하고,
책을 찾은 뒤 성이 무너졌고,
노인에게 들은 조각의 위치에 대한 예언까지 전부.
어차피 내기도 끝났겠다.
노인에게 들은 조각의 위치를 설명하려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모든 설명이 끝나자, 프레이가 물었다.
“이반노프 성의 가장 높은 곳. 달의 거울이 비추는 하늘에 세상의 조각이 있으리라. 그러니까… 결국, 하늘에 조각이 있단 말씀이죠?”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렇겠죠?”
“성자님, 혹시 사기당하신 거 아닙니까?”
프레이는 잔뜩 의심에 찬 눈초리였다.
“무엇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니, 아주 수상합니다.”
“말했다가 알아채면 어떡해요. 그리고, 노인은 조각에 대해 아주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요. 바실리 가문에게 잃어버린 기록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끙…”
성찬의 반박에 프레이는 풀이 죽은 듯 목청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저희에게 비밀까지 만드시고…! 이 프레이는 성자님의 가장 충실한 종인데, 그 부분은 좀 서운하단 말입니다.”
그것이 프레이가 노인을 의심한 진짜 이유.
프레이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 채 툴툴거렸다.
“비밀 때문이라면, 나중에 따로 제 비밀 하나 알려주는 걸로 할게요. 그럼 됐나요?”
“저, 정말이십니까…?”
프레이는 금세 밝아졌다가 주변을 잔뜩 경계했다.
천마와 세레나 쪽을 특히.
“…그땐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부탁드립니다.”
정정한다.
프레이는 그저 성찬과 공유하는 비밀이 갖고 싶었을 뿐이었다.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본론으로 돌아왔다.
“중요한 건, 이반노프 성의 가장 높은 곳을 더 이상 갈 수 없게 됐다는 점이군.”
“맞아요.”
성이 멀쩡하게 서 있을 때야 상관이 없었는데.
폭삭 무너져 버린 판에 거기가 어디고 얼마나 높은 곳인지 알 수가 있나.
“바실리 집사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요?”
“가능성이 높겠죳. 허나 밤의 여왕의 생각으론 그렇게 쉬울까 싶습니댯.”
“쉽다니요?”
성찬의 물음에 세레나는 몇 번 헛기침한 뒤 말을 이었다.
“여러 차원의 인간들을 봐왔지만, 그때마다 예언자라는 작자들은 항상 있었습니댯.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 예언의 공통점은, 말 그대로의 위치나 장소가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정도였습니댯.”
예언이란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하구나.
노인의 말에 따르면, 예언은 지식을 엿보는 행위.
있는 그대로 말하면 큰 화를 입게 된다고.
‘예언자들이 일부러 배배 꼬아서 힌트를 준다는 뜻이구나.’
정확히는 예언하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만.
성찬이 그것까지 알게 될 날은 먼 훗날의 일이었다.
“그럼 차근차근 생각해 보죠. 이반노프 성의 가장 높은 곳은 그렇다 치고, 달의 거울이 의미하는 건 대체 뭘까요?”
달의 신 아르테미스의 거울.
노인은 정답이랍시고 말해줬지만, 솔직히 들어도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말이 중요한 힌트겠죳.”
“신이라…”
그걸 어떻게 알아?
신을 본 적도 없고, 되어본 적도 없는데.
성찬은 문득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았다.
스산한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보름달.
그런 달밤 하늘을 비추는 맑은 인공호수까지.
“…어?”
신은 구름 위의 존재.
달의 신이 보는 거울이라면, 사람 기준보다 훨씬 커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하늘에서도 잘 보일 테니까.
“이 호수가, 혹시 그 거울이 아닐까요?”
성찬의 말에 프레이가 손바닥을 탁 쳤다.
“맞는 것 같은데요? 보십시오. 호수에 비친 환한 달을.”
달의 거울이 비추는 하늘.
이제 남은 건 이반노프 성의 가장 높은 곳을 찾는 일뿐이었다.
천마는 바실리의 천막 쪽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은인, 일단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집사에게 물어보는 편이 어떻겠나?”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손목시계의 시침은 어느새 2와 4의 중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내일 물어보는 걸로 하죠. 근데 유신은…”
성찬은 주변을 살폈다.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강유신이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유신이라면 성의 잔해가 있는 쪽에 있다.”
거기는 왜?
성찬 일행은 천마를 따라 유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국에 가면 유신이 쓸 스마트폰부터 개통해 줘야지.’
같은 무림 출신인 천마는 이젠 웬만한 얼리어답터 뺨치는 수준.
성찬은 유신에게도 현대 문명의 이기를 깨닫게 해주고픈 마음에 몸이 근질거렸다.
“……”
유신은 무너진 성의 잔해들 위에 서 있었다.
처참한 몰골로 변해버린 이반노프 성의 잔해에선 본래의 찬란했던 모습을 떠올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천마는 유신을 향해 외쳤다.
“유신, 슬슬 내려와라. 밤이 늦었다.”
“……”
유신은 대답 대신 팔을 들어 뭔가를 가리켰다.
달빛을 비추는 호수 위.
정확히는 그 한가운데 희미하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저건, 설마…!”
차원의 굴레 조각?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진.
성찬은 반짝이는 위치를 확인한 뒤, 곧장 호수로 뛰어들었다.
풍덩-
“성자님!”
“마스터!”
등 뒤에서 프레이와 세레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그러나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소리는 사라졌다.
뽀글뽀글?
밤의 물속은 마치 우주처럼 고요했다.
간간히 들리는 기포 소리가 없다면, 물속에 있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반짝임.
성찬은 팔다리를 휘저어 아래로 내려갔다.
수영을 잘하진 못해도, 폐활량만큼은 자신 있달까.
다행히도 호수 밑바닥이 그렇게 깊진 않았다.
‘…잡았다!’
그렇게 성찬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핫?!”
“은인, 괜찮은가!”
“괜찮아요!”
은은한 달빛에 반짝이는 광석.
성찬은 조각을 갖고 호수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찾았어요. 조각을 찾았다고요!”
“정말인가?”
성찬은 모두를 향해 손을 펼쳐 보였다.
[차원의 굴레 조각-06]
틀림없는 차원의 굴레 조각이었다.
프레이는 밤하늘의 별과 호수를 번갈아 보았다.
“조각이 있는 곳은 하늘이 아니라, 하늘이 비치는 호수를 말한 모양이네요.”
“하긴. 설령 조각이 호수에 있다는 걸 알아도, 저 넓은 호수를 다 뒤질 순 없는 노릇일 테니까요.”
조각을 확인한 천마는 나지막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반노프 성의 가장 높은 곳. 그건 아무래도 성이 무너졌을 때 기준이었던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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