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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4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71-2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빛의 에테르
“일본 공주 모모코라…”
루카스는 창밖을 바라봤다.
남아공의 강렬한 햇빛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 꼬맹이 같은 여자에게 좌지우지되다니. 일본도 곧 끝장이군.”
루카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국제 탑 연맹 외에, 별도의 플레이어청을 설립한 일본.
일본은 플레이어청을 통해 자국 내 플레이어들에게 대규모 지원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 내 플레이어들의 평균 최대 층은 꽤 높은 편.
플레이어청 설립은 모모코 공주의 아이디어였다.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야겠어.”
루카스는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탑이란 자원을 두고 벌이는 힘의 게임.
루카스가 원하는 건 단순히 승리가 아니었다.
그때 건너편에 서 있던 남자가 물었다.
“정말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돈이든 협박이든, 선택지는 많아. 때론… 그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인간이란 복잡해 보여도 상당히 단순한 동물이니까.
루카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사람은 약한 존재야. 특히 믿는 사람이 뒤통수를 치면 더 약해지지.”
루카스는 언제나 자신을 향해있던 액자를 들어 올렸다.
믿는 사람.
소중한 사람.
루카스에게 있어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이건 단순한 계획이 아냐.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시작이지.”
명령이 떨어지자, 방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루카스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
기이한 고위층 사람들 대부분은 예일대 출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일대 출신인 모모코 또한 상당히 독특한 사람이었다.
대신 상당히 머리가 좋아서, 금세 보물찾기 무리의 대장이 되었다.
“얘들아? 내 말 잘 들어.”
모모코는 성찬이 준 지도를 펼쳤다.
낡은 지도 위엔 손으로 그린 산과 나무, 그리고 기묘한 기호들이 빼곡했다.
모모코는 지도의 한쪽을 가리켰다.
“지도의 등고선을 봐. 봉우리가 높고 급격히 솟아오른다기보다는, 여러 봉우리가 이어져 능선을 형성하고 있지?”
끄덕끄덕.
과연 알아들은 건지 어떤 건지는 몰라도.
아이들은 지도와 모모코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 그림도 봐. 잣나무랑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어. 한반도 산림의 특징과 일치해. 특히 소나무는 한국 중남부 산악 지역에 흔하고, 잣나무는 동북아시아권에 자생하는 한국의 고유종이야.”
“아아~”
“그럼 한국 아니면 북한일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북한일 가능성은 희박해. 거긴 이제 초목이 우거진 곳이 거의 없거든.”
모모코는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렸다.
“즉, 한반도 어딘가의 산을 나타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거지.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아~”
끄덕끄덕.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모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아이들 무리를 하나하나에 지시를 내렸다.
“그럼, 제군들? 이제 일할 시간이야. 너희는 인터넷에서 비슷한 지형을 찾아봐.”
“네, 누나!”
말 잘 듣고 빠릿빠릿한 녀석들에겐,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한 일을.
“너흰 한국의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은 산’을 알아보고.”
“알겠어요, 언니.”
헌신적이고 착한 녀석들에게는 범용적인 자료 조사를.
“너흰 지도에 표시된 기호들의 의미를 알아봐. XXX라든지, (K)라든지, 네모 안에 점이나 삼각형이 있는 이런 기호들 말이야.”
“네엥~”
게으르지만 똑똑한 녀석들에겐 글자로는 찾기 어려운 고도의 임무를 지시했다.
‘과연 공주님은 공주님인가.’
사람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랄까.
아이들은 모모코의 말을 따라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보물찾기는 단순한 게임 그 이상.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성장하고 있었다.
모모코는 아이들의 열정을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지켜보던 여울이 성찬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모모코 짱은 서클 간부였거든요. 한번 걸리면 일 폭탄이 떨어져서 다들 피했었죠, 후훗.”
아이들 모두, 오늘 잘못 걸린 날이란 소리.
그 대신 결과는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
“찾았어요!”
그때 위치를 찾던 아이들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소나무가 많고, 능선이 지도의 곡선과 비슷한 산이 있어요. 산 이름이… 치악산인가 봐요!”
험준하기로 유명한 치악산 일대.
그렇지만 지도와 지형을 비교해 보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모모코는 자신만만하게 팔짱을 꼈다.
“자, 이제 몸으로 뛸 시간이야. 보물 찾으러 같이 가고 싶은 녀석 있어?”
“저요!”
“저도 가고 싶어요!”
“이런. 지원자가 너무 많네. 전부 가긴 어렵고… 그래, 너랑 너랑 너. 세 명만 같이 가자.”
“우우~ 저희도 가고 싶어요!”
아이들이 항의하자 모모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돼. 우르르 몰려갔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나머지는 여기서 기다려.”
“히잉… 네~”
아이들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새벽 어스름부터 모모코와 성찬 일행은 치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성찬은 모모코와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보물을 찾는 건 맡길게. 이번엔 너희끼리 온전히 찾아보는 거야.”
성찬은 보물을 찾는 일을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그것이 아이들에겐 기회가 될 테니까.
물론 일본의 공주가 가세할 줄은 몰랐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지도에 적힌 곳을 완벽히 찾아줄 테니까! 난 한번 본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모모코는 지도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돈 많은 공주니까. 애들 코 묻은 돈을 탐내지는 않겠지? 나름 배울 점도 많고.’
리더십이라든지, 뭐 그런?
아이들은 누나, 혹은 언니라 부르며 모모코를 잘 따랐다.
모모코도 그걸 들으며 나름 기뻐하는 모양이고.
일국의 공주라는 게 다소 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쩌면 모모코도 평범한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일행은 치악산의 한 지점에서 흩어지기로 했다.
모모코와 그녀의 나이 든 수행원인 타케시, 그리고 세 아이들.
그들은 등산로를 벗어나 지도의 위치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찬은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맡기기는 했는데… 저들끼리 괜찮을까요?”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우리도 이 주변에 있을 거고.”
천마는 성찬을 안심시켰다.
프레이와 세레나 또한 비슷한 의견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성자님. 하다못해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라도 들릴 테니까요.”
“맞습니댯. 저희 셋이 이곳에 있는데, 감지하지 못할 리는 없으니까욧.”
무언가 일이 터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를 빼면.
하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을 테지.
천마는 드높은 나무로 빼곡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왕 온 김에 수련이나 하면 어떤가. 산세가 좋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좋아요. 마침 전에 알려주신 천마지건(天魔指建)을 더 연습하고 싶던 참인데.”
성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같은 시각.
모모코 일행은 지도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헉… 헉…”
“모모코 누나, 괜찮아?”
“괘, 괜찮아. 조금 운동 부족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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