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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2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69-9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밤의 여왕 세레나
“나는 밤의 여왕 세레나. 날 살린 게 그대인가?”
오만하고 위엄있는 발걸음.
만인을 발 아래 내려다보는 도도한 눈빛.
세레나는 성찬을 향해 턱을 치켜세웠다.
“…꼬맹이?”
“꼬맹이 아니댜! 밤의 여왕이댜!”
이상하다. 방금까진 분명 엄청난 미녀였는데?
누가 봐도 열 살배기 어린아이.
심지어 혀짧은 소리까지 났다.
꼭 뭐에 홀린 듯한 느낌.
때마침 천마와 프레이가 돌아왔다.
“은인, 미아인가?”
“잘생긴 오빠가 엄마한테 데려다줄까요?”
“닥쵸랏, 무엄한 것!”
프레이는 상관 않고 세레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비행기~ 높다~”
“꺄악!”
세레나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하지만 단련된 성기사의 표본인 프레이의 손아귀를 빠져나올 순 없었다.
“성국의 고아들 돌볼 때 생각나고 좋네요. 자주 이렇게 놀아줬는데.”
심지어 무등까지 태운 프레이.
세레나는 치욕을 이기지 못했는지 혼자 중얼거렸다.
“내 힘만 멀쩡했어도, 흑, 네놈 따위 요절을 내줬을 텐데··· 크흡!”
우나?
살짝 눈물 글썽인 것 같은데.
한편, 천마는 세레나의 정체를 언뜻 눈치챈 듯싶었다.
“아이라 하기엔 요사스러운 기운이다. 탑에서 온 게 분명하군.”
뿔이며 날개며 꼬리도 없고.
티비에서 본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인데.
프레이는 세레나를 번쩍 들어 눈을 맞췄다.
“이 작은 애가 그 중간 보스라고요?”
“그렇댜! 이 무례한 놈!!”
“하지만 악마 특유의 악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요?”
“댱연하지. 이 몸은 지고지순한 밤의 여왕. 진정한 어듐은 선도 악도 속하지 않는댜. 평범한 먀죡과는 그 궤가 다른 묨이란 말이댜!”
세레나는 무등을 태운 프레이의 머리를 힘껏 쥐어뜯었다.
물론 프레이는 상관조차 안 했지만.
성찬은 일단 세레나를 진정시켰다.
“세레나, 자꾸 그러면 탈모 와요.”
“무례한 놈은 빡빡머리가 돼도 싸댜!”
“탈모요? 그건 안되죠. 그건 신성력으로도 안 되는데.”
프레이는 황급히 세레나를 내렸다.
세레나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엣헴! 하고 팔짱을 꼈다.
아무리 봐도 귀여운 어린애로밖에 안 보이는데.
“왜 어린아이 모습이 된 거죠? 탑 폭주 땐 분명 성인이었는데.”
“힘의 절반을 잃어서 그렇댜. 이 몸은 밤의 여왕. 빛이 멀어지면 그림자도 작아지는 것과 똑같은 거댜.”
세레나는 다시금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
“탑의 힘을 끊어내 준 그대여. 이름을 말해다오.”
“박성찬이예요.”
“그대를 나의 마스터로 인정하겠댜. 마스터라면 언제든 침실로 찾아와도 좋댜.”
그 말에 프레이와 천마가 수군거렸다.
“동화책 읽어주러 오라는 걸까요?”
“잠들 때까지 자장가나 불러달라는 거겠지.”
“다 들린댜, 이 무례한 뇸들!!!”
씩씩대는 세레나의 몸에서 뿔과 날개, 꼬리가 생겨났다.
탑에서 나온 몽마와 똑같은 모습.
세레나의 몸 주변 그림자들이 살아 움직이듯 일렁였다.
“이 묨은 천지에 빛과 밤이 나뉠 때 생겨난 존재. 어리게 보인다고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댜!!”
쐐엑-
세레나의 손끝을 따라 수십 개의 그림자가 채찍처럼 쏘아졌다.
어린아이처럼 보여도 세레나는 76층의 중간 보스.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느리군.”
“이 정돈 껌입니다.”
순순히 맞아줄 천마와 프레이가 아니었다.
한 층 아래라도 보스층의 주인.
보스 몬스터는 윗층의 일반 몬스터보다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이었다.
‘천마와 프레이 둘 다 근접 전투에 특화돼 있으니 더 그렇지.’
문제는 이 이상 소란을 피우는 건 곤란하단 거다.
“그만! 아무리 사람이 적어도 여긴 밖이라고요.”
“알았다 은인.”
“놀리다 보니 재밌어서 그만··· 죄송합니다 성자님.”
“…마스터를 봐서 봐주는 줄 알아랴. 흥!”
다행히 상황이 중재됐다.
성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인적 드문 곳이라 다행이지. 어디 유명 해변에 갔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SNS에 영상이 퍼지고, 성찬의 정체는 물론 보스층의 몬스터를 데리고 다닌다는 게 밝혀지기라도 하면?
상상만 해도 골치 아프다.
그때,
‘어라?’
부정적인 생각이 단번에 사라졌다.
“마스터, 스트레스는 피부에 안좋댜. 좋은 생각만 해도 아까운 게 인생이댜.”
“어떻게 한 거예요?”
“이 묨은 몽마들의 왕. 허무와 절망을 주듯, 꿈과 희망을 주는 것도 할 수 있댜.”
사실상 움직이는 우울증 치료제.
평생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헬반도 국민에게 유용한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린란드에서 여기까지 꽤 먼데. 어떻게 온 거에요? 날개로 날아왔나?”
“날개도 작아져서 헤엄쳐 왔댜. 중간에 향유고래가 태워도 줬댜.”
“아아, 정신 조종으로요?”
“그런 끔찍한 생각을? 밤의 여왕은 귀엽고 무해한 동물은 해치지 않는댜.”
단숨에 동물을 해치는 끔찍한 생각을 하는 인간이 된 성찬이었다.
“그런데 은인. 이제 셋이 됐는데, 집으로 돌아갈 땐 어떻게 하나?”
“아···”
구매한 티켓은 넷.
세레나는 데려갈 수 없었다.
일박냥이 여행 도중 인원 추가는 안 된다며 못을 박았었으니까.
“걱정 마랴 마스터. 밤의 여왕은 어디든 갈 수 있댜.”
“어떻게요?”
세레나는 저 멀리 해안선을 따라 조깅하던 외국인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 가진 돈 다 내놔랴.”
“Yes, your highness.”
세레나가 명령을 내리자, 외국인은 자신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 주머니는 물론 양말 안에 있던 비상금까지 싹 다.
그 모습에 세레나는 으쓱하며 어깨를 펼쳤다.
“보아랴, 밤의 여왕의 실력을.”
“범죄잖아요.”
그걸 본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정도 정신조종술이라면 여권이 없어도 비행기를 탈 수 있겠군.”
“그로타! 너, 말이 통하는 녀석이군.”
세레나는 처음부터 그걸 말하려 했다는 듯 날름 말을 바꿨다.
과연 그런 뜻인가.
‘그럼 돈은 왜 주머니에 넣는 건데?’
천마와 프레이, 그리고 세레나.
셋 다 무시무시한 탑의 보스들일텐데.
왜 다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있는지.
성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해가 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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