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5권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5권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5
이성적으로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5권
차례
Chapter 01. 자격
Chapter 02. 냄새
Chapter 03. 흔들리는 근육 속에서 가능성이 느껴진 거야
Chapter 04. 교차점
Chapter 05. 인사이트
Chapter 06. 아, 로키스가 달립니다.
Chapter 07. 왼쪽 까닥
Chapter 08. 내부인(진)의 시선
Chapter 09. 편하게 해요
Chapter 10. 진짜로
Chapter 11. 호언장담
Chapter 12. 호혐단
Chapter 13. 가자미
Chapter 14. 침몰했을지도 모르는
Chapter 15. OH MY GOD. IS THIS REAL LIFE?
Chapter 16. 후폭풍
Chapter 17. 보인다.
Chapter 18. 명절마다 보이는
Chapter 19. 준비
Chapter 20. 펄―럭
Chapter 21. 두 개
Chapter 22. 꿈꾸던 사람
Chapter 23. 마지막 조각
Chapter 24. 선봉전
Chapter 25. 먼저 때리면 이기는 거야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5권
Chapter 01. 자격
대런 필립스는 리틀야구 시절부터 이미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였다.
“네가 대런이니?”
“네.”
“이야. 배트를 돌리는 폼이 제법인데?”
마이너리거 출신인 아버지와 소프트볼 국가대표였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체구에서 나오는 힘과 재능은 결코 가만히 있는다고 가려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제가 할게요.”
“그럴까? 그럼 다음 주에는 원하는 포지션에서 뛰게 해줄게.”
“아뇨. 괜찮아요. 그냥 포수만 할게요.”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이 모두 힘들다며 하지 않으려 했던 포수를 자진해서 도맡아 할 정도로 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게다가.
빠아악!
“아악!”
“대런!”
[사우스 패서디나 리틀리그에서 발생한 빈볼, 그리고 아이들이 보여주는 ‘진짜’ 스포츠맨십.]
― 오. 이런. 지금 머리에 공을 맞았는데도 오히려 투수를 다독여 주고 있는 거야?
― 00:13에 투수하는 아이가 저 친구를 맞춘 뒤에 하는 행동들을 봐봐. 손을 떨고 있잖아. 맙소사. 저건 명백히 실수였고, 만약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저 아이의 기억 속에선 야구란 끔찍한 스포츠로 영원히 남았을 거야.
― 맞춘 투수도, 맞은 아이도 서로의 행동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졌는지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야. 부디 공을 맞은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길 기도할게.
“대런, 오늘도 운동하러 가니?”
“네.”
“자. 이거 하나 먹고 가.”
“네?”
“괜찮아. 이 정도는.”
거기에 더불어 그가 리틀리그를 졸업할 때쯤 발생한 ‘사고’는 적어도 사우스 패서디나 안에서는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는 말 그대로 재능과 인격, 그리고 운까지 모두 따르는 종류의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요?”
“그래. 다저스와 이벤트 경기를 할 거야. 그리고, 아마….”
“설마….”
“그래. 아마 ‘그’도 나올 거야. 레전드 선수들과 같이 뛰는 컨셉이거든.”
“오, 마이….”
거기에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상대할 기회를 얻게 된 전설적인 선수와의 대결은 그를 자석처럼 야구로 끌어당겼고.
― LA 다저스 지명하겠습니다. UCLA의 포수, 대런 필립스.
그는 21세가 되는 대학교 3학년 때 드래프트를 신청하여 LA 다저스의 1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에 몸을 담게 되었다.
“제 꿈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때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대런 필립스는 ‘자격 있는 자들만 뛸 수 있는 곳.’이라는, 자신이 정의한 메이저리그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대런. 당장 그 유니폼을 벗어.”
“네?”
“콜업이다.”
“아. 오클라호마로 가는 건가요?”
“아니. LA.”
마이너에 입성한 지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로우 싱글A에서 AA까지 단숨에 뚫어버린 대런의 재능과 마침 노쇠화를 겪고 있던 팀의 사정이 겹쳐 그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오. 미스터 올스타.”
“이야. 대단한데?”
그 이듬해에는 올스타라는, ‘더욱 특별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당당히 입성하기도 했고.
“엄마. 저 올스타가 됐어요.”
― 그래. 봤단다. 대단하네, 우리 아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올스타란 어쩌면 LA 다저스의 주전 포수라는 타이틀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쌓아온 선행들과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할 수 있었으니.
“아니, 이젠 치킨―맨이라고 불러드릴까요?”
“뭐?”
그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뭇 다른, 더 어리고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 * *
사무국이 반대를 무릅쓰고도 2027년에 마침내 메이저리그에도 ‘자동 스트라이크 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메이저리그는 또 한 번의 도약을 맞이했다.
기존처럼 인게임 내의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 자료를 쌓아놓고 통계 수준으로만 다루던 것과는 다르게, AI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경기중에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물론, 아직도 덕아웃에서 직접 이런 AI 분석 툴의 사용을 하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그건 규정일 뿐. 분석이 완료된 자료를 종이의 형태로 가지고 들어오는 건 막지 않았으니.
― 넘버 원, 패스트볼. 넘버 투. 슬라이더.
‘바깥쪽 슬라이더로 시작하는 건 별로죠?’
‘그렇지.’
‘그럼 패스트볼로.’
‘좋아.’
다저스 벤치는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항상 수비 시 상황마다 포수에게 두어 개의 구종과 로케이션을 제시했고, 대런은 투수와 협의해 그중 하나를 골라 던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 Fielders, move right pattern 2.
수비 위치도 마찬가지.
대런과 투수가 어떤 구종을 선택하면, 벤치에서 알아서 그 구종에 맞는 적절한 시프트를 피치컴을 통해 지시하는 방식을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내, 외야수들은 꽤 많은 수의 수비 패턴을 암기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는 미식축구의 플레이콜 시트 같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해결해 내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공 하나하나마다 이런 과정이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연습이 된 게 바로 다저스란 구단이 아직도 가장 위력적인 구단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 타석에 1번 타자, 크리스 도슨이 들어섭니다.
― 2할 8푼의 타율, 그리고 3할 7푼의 출루율은 그가 전통적인 1번 타자의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브래드 포스터 같은 올드―스쿨 감독들에게 매우 환영받는 유형의 선수죠.
그렇게 완성된 다저스의 시스템상으로 설명하자면, 크리스 도슨은 원래 데이터상 패스트볼에 강하지만 브레이킹 볼에 약한 타입이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분석에서는 현재 크리스 도슨은 장타를 의식하는 경향이 있는 나머지 스윙이 살짝 커졌고, 쳐졌으며, 이에 따라 현재 스트라이크 존 전역의 패스트볼 기대 타율이 거의 3푼 정도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퍼어어어엉!
“스트라이크!”
― 와우. 103마일짜리 패스트볼이 바깥쪽 존을 완벽하게 통과합니다.
― 1회 초에 앤드류 테일러에게 완벽하게 당한 다저스가 자신들도 질 수 없다는 듯 피치를 올리고 있네요.
바로 지금처럼.
“젠장.”
물론, 그 선택지를 최종적으로 고르는 건 투수와 포수였기에 어느 정도 상황과 데이터를 일치시킬 수 있는 센스 정도는 필요했지만.
‘역시. 홈런이 안 나와서 초조한가 보군.’
그리고, 대런 필립스는 그런 ‘센스’는 물론이고, 다저스의 이런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 역시 희미한 편이었다.
스스로의 위치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변화를 마뜩잖아하던 다른 기존의 포수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물결에 저항하기보다는 올라타는 게 더 이롭다는 정도의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했으니.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게 대런 필립스는 어제와 같이 오늘도 상대 타자들을 덕아웃으로 돌려세우고 있었다.
― 이제 타석에는 호히―언 초이가 들어섭니다.
― 오늘도 마일―하이 로커의 콘서트가 열릴지 기대가 되는군요.
크리스 도슨을 지나, 맥시무스 클라크를 넘어 최호현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 * *
‘겁쟁이라고?’
경기 전, 자신을 치킨―맨이라 놀리던 이가 평소와는 달리 빙글빙글 웃으며 타석에 들어서는 걸 바라보며, 대런 필립스는 오랜만에 아주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존중과 예의가 사람 간의 관계의 기본이라 믿고 있는 그에게 지금 최호현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너무 건방지다 느껴졌으니.
― 넘버 원. 체인지업. 넘버 투. 커브.
‘…아냐. 오히려 그걸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최호현의 실력 자체는 가슴 깊이 인정하고 있었다.
반사신경과 협응력, 그리고 게스히팅으로 이어지는 타석에서의 수 싸움까지.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데이터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느낌이 치솟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가 지켜본 수많은 영상 안의 최호현은 약점으로 지목된 코스로 던져진 공을 ‘결정적인 순간에만’ 때려내는 경우가 많았기도 했고.
예를 들면, 강팀과의 싸움에서 기선 제압이 필요할 때처럼.
‘차라리 정석대로 가죠.’
‘뭐? 정말로?’
‘네. 그게 나아요. 노리고 있을 거예요. 분명.’
‘음. 확인.’
‘좋아요. 패스트볼. 높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