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3권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3권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3
이성적으로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3권
차례
Chapter 01. 올바른 투자관
Chapter 02. 부자의 천적
Chapter 03. 늘 먹던 락스 한잔. 온더락으로.
Chapter 04. 괴짜
Chapter 05. 암흑진화
Chapter 06. 나도 가끔 실수를 한다
Chapter 07. 로키스가 지구 1위를 하는 날 다시 깨워줘
Chapter 08. 더?
Chapter 09. J
Chapter 10. Jubilant
Chapter 11. MVP까지 노려보죠
Chapter 12. 엔진
Chapter 13. 직장 내 괴롭힘
Chapter 14. Ho―Hyeon Choi라는 완벽한 원석을….
Chapter 15. 카운트다운
Chapter 16. 성공 비결
Chapter 17.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Chapter 18. 영장류
Chapter 19. 다들 착하던데
Chapter 20. 건드릴 수 없는
Chapter 21. 절박함
Chapter 22. 순조로움
Chapter 23. 2046시즌 첫….
Chapter 24. 상생
Chapter 25. 저것도 정상 아니네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03권
Chapter 01. 올바른 투자관
다음날.
예고했던 대로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와의 2차전에 호세를 선발로 냈고.
쉬익― 펑!
“어때? 초이?”
“으음. 솔직하게요?”
“당연히.”
“싱커의 각은 평소보다 좋은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구가 흔들리는 것 같네요.”
“그래? 흐음. 이건 나중에 해봐야겠네.”
“호세, 설마?”
“그냥 옆에서 들으니까 괜찮겠더라고.”
“제발.”
“괜찮아. 다시 원래 그립대로 던질 거니까. 이건 내년 스프링캠프 때 같이 연구해 보자고.”
호세는 누가 본인을 황인으로 생각할까 봐 그랬는지 있는 힘껏 히스패닉 선수인 티를 내고 있었다.
‘구위가 좋아진 건 맞는데.’
아무리 그래도 자기 주무기 그립을 시즌 중에 수정한다는 건. 하.
“좋아요. 다시, 원래 호세가 던지던 방식대로 던져봐요. 여기.”
펑!
“어라?”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펑!
“볼!”
― 아, 아쉽게도 싱커가 살짝 빠집니다.
― 호히―언 초이가 아쉬운 듯 공을 잡은 뒤 글러브를 살짝 들어 올려 보지만 그렇다고 판정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20년 전에는 충분히 효과가 있는 행동이었을 테지만요.
― 최근 야구를 보기 시작한 팬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그때는 포수의 저런 행동, 그러니까 프레이밍 능력이 포수에게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던 시대였으니까요.
― 아. 브래드 포스터 감독이 공을 들고 마운드로 다가오네요.
― 실점은 2점이지만 투구 수가 너무 많아요. 호세 마누엘 바르가스는 이렇게 5.2이닝 동안 113개의 공을 던진 뒤 교체됩니다.
“좋아. 호세. 여기까지 하지.”
“….”
그런 일을 벌이는데 경기에 여파가 없을 리가 없지.
결국, 그렇게 호세가 6이닝을 채 채우지도 못한 채 강판을 당한 뒤.
― 또다시 안타를 때려냅니다!
― 하하하. 오늘 친 안타를 어제 나눠 쳐냈으면 자이언츠가 2승을 먼저 챙겼을 텐데요.
그 뒤로 나오는 불펜투수마다 족족 점수를 헌납하며 결국 2차전을 넘겨주고야 말았다.
[12―0의 스코어로 로키스를 완전히 뭉개버린 샌프란시스코.]
조금 심하게.
[자이언츠와의 2차전에서 3타석만 소화한 뒤 교체된 Ho―Hyeon Choi, 부상 경고?]
[브레드 포스터. ‘단순 체력 안배 차원의 교체였다. 부상은 절대 아냐.’]
덩달아 나까지 체력 안배를 해준답시고 교체를 당했고.
…내가 진짜 징계만 아니었어도.
띠링―
[팀워크 증가]
[+2]
후.
* * *
그렇게 열정 넘치던 KBO 시절 용병들을 컨트롤하며 얻은 지병인 히스패닉 혐오가 다시 고개를 꿈틀거리려 하던 2차전이 끝나고.
“하암. 어젯밤에 그렇게 비디오를 돌려봤으면서 이 시간에 출근할 생각이 들어?”
어젯밤, 패배 뒤에 얼떨결에 분노의 분석 시간을 함께한 여파로 피곤해 보이는 척은 옷을 입고 나오면서도 쉴 새 없이 내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 말, 맥스에게 전해줄게. 좋아하겠네.”
“초이. 네가 아직 여길 잘 모르나 본데. 스니치(Snitch)는 무조건 처단당하는 게 미국의 문화야.”
“그리고 넌 오늘 바벨에 깔려 처단당하겠지. R.I.P. 네 허리.”
물론, 척이 투덜거린다 한들 출근 시간이 늦춰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맥스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도 시간이지만, 오늘은 정말 일찍 출근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거든.
“…그래서, 오늘은 뭘 할 거라고?”
“맥스하고 운동….”
“그거 말고.”
“그게 끝나면 오늘은 배터리 회의를 일찍 할 거야. 던포스씨가 상대 타자들을 조금 깊게 분석하자고 하던데. 합도 맞춰볼 겸.”
“아 맞다. 그랬지. 아, 그래서.”
“뭔데?”
“트래비스가 오늘 아침에 몇 시까지 가냐고 물어봤었거든. 어젯밤에.”
“걔는 모레 경기잖아?”
“알지. 근데 오겠다네.”
“…뭐, 나중에 샌프란시스코를 상대할 기회가 있을 때가 있겠지.”
“근데 내가 시간을 잘못 알려줬어. 오후 2시로.”
“….”
음.
믿을 놈이 따로 있지.
어쩌다가 척에게.
“잠깐만. 전화 한 통만 하고 출발하자.”
“Ok.”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말했듯 3차전부터는 새로 팀에 합류한 로테이션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3차전은 이번에 텍사스에서 지명 할당되어 방출된 걸 영입한 렌 던포스가, 4차전에는 AAA에서 올린 딜런 클레이트가.
‘상대 1선발, 그것도 스펜서 리치를 상대로 말이지.’
하필 앤드류 테일러가 나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아니. 꽤 높은 확률로 패배를 기록할 게 뻔한 경기에서.
‘어쩌면 그게 더 괜찮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그날’이 찾아와 인생 경기를 펼치며 스펜서 리치와 비기기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 사람들의 생존시간도 그만큼 늘어나는 거니까.
말 그대로 잘하면 대박, 못해도 본전이라는 소리지.
그리고.
“오. 내 새로운 파트너. 나 때문에 너무 일찍 출근한 거 아닌가?”
“제 아침은 더 일찍 시작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오. 든든해. 그래. 포수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내 생각에, 오늘 던지는 렌 던포스는 ‘잘하면’ 그 대박을 건질 수도 있는 투수였다.
우완 정통파에 직구가 묵직하고 체인지업이 예리한 데다 어느 정도 제구라 불릴만한 행위도 할 수 있는, 그런 투수였으니까.
‘구속이 91마일까지밖에 안 나오는 것만 빼면.’
뭐, 당연히 방출을 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 단점 역시 확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낮은 구속에 비해 커리어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뉴욕 메츠 드래프트 출신으로 AAA까지 순조롭게 올라가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되었고, 확장 로스터를 틈타 임시 선발로 2경기를 뛴 뒤 그 뒤로부터는 쭈욱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니까.
하위 팀이라 할지라도 상위 로테이션에 진입하며 수천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선수는 아니지만, 어딜 가든 연봉으로 800~900만 달러 정도를 받으며 4~5점대 방어율에 150~170이닝 정도를 책임질 수 있는 타입이기도 했고.
말 그대로 하위 로테이션에 박아놓으면 돈값은 하는 투수?
“어쨌든 내 아이들 먹일 음식을 푸드 박스에서 가져오는 삶은 아니잖아? 물론, 그런 삶이 다 불행한 건 아니지만. 내가 그랬듯.”
본인도 그 위치에 제법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고.
“좋아. 이 정도면 머리엔 다 들어왔어.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싸인은 거의 다 초이, 네가 낸다며? 흠. 일단 이번엔 그렇게 해보자고.”
“그러죠.”
거기다 나름 팀 내 분위기에도 적응하려 노력까지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인성 부분에서는 투수 중 상위 1퍼센트에 속한다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혹시 모를 기대를 하는 거고.
내 말에 잘 따라준다는 가정하에, 야구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포츠니까.
게다가.
“초이.”
“왜?”
“스팬서 리치. 오늘 나오는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