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7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7권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7
화가많은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7권
차례
Chapter 01. 러샤윈
Chapter 02. 리어텅
Chapter 03. 맥 제긴
Chapter 04. 빌어먹을 런던
Chapter 05. Fxxk them all - 1
전직 용병의 슬기로운 빙의 생활 07권
Chapter 01. 러샤윈
“역시 세상은 능력이 전부라는 건가…. 하….”
북적이는 하교 시간.
2학년 건물을 나선 이지아가 작게 투덜거렸다.
“학교를 안 나와도 출석이 인정되는 건 진짜 개사기잖아.”
그간의 일로 찐따 오빠가 알고 보니 국가 요원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이지아의 학교생활에는 지루함만이 자리 잡았다.
물론 예전과 비교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편한 날들이긴 했다.
알바와 오빠의 병간호를 병행하며 강민준 비위도 맞춰줘야 했고 상납금까지 줘야 했었으니까.
‘확실히…. 엄빠 얼굴도 많이 좋아지셨지….’
결과적으로 오빠의 자립 아닌 자립은 가족의 평화를 가져다주었고 자신에게도 좋은 자극제인 동시에 장래의 고민을 안겨주었다.
‘나는 뭐 해 먹고 살지…. 이제 고3인데.’
그런 고민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이지아의 시선이 교문으로 향했다.
곧이어 평복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들이밀며 무언 갈 물어보고 있었다.
‘깡패야…? 뭐 저렇게 생겼어?’
동시에 느껴지는 데자뷰.
학교 앞에서 처음 차이량을 봤던 날, 그녀도 저런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들을 한 무더기 데리고 왔었다.
우우우웅….
그때 울리는 전화기.
발신자는 요즘 부쩍 친해진 차이량이었다.
“네, 언니.”
―어디야?
“학교 끝났어요. 왜요?”
―채영이랑 쇼핑 끝내고 지나가는 길에 태워 가려고 했지.
“역시, 내 생각은 우리 오빠보다 언니가 더 많이 해준다니까?”
―그래? 이참에 언니 동생 할래?
“부자 언니는 언제나 환영이죠. 엄빠한테도 호적 올리라고 할까요? 채영이도 같이?”
―하하! 그러다가 이현성한테 먼저 맞아 죽을걸?
“에이 설마요.”
―아무튼, 거의 다 와 가.
“또 교문으로 오시게요?”
―응? 왜?
“아니 그 차 타는 거 보고 애들이 자꾸 말 걸어서요.”
―좋은 거 아니야?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안 좋은 느낌? 엄청 부담스러워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원래 그런 시선은 즐기는 거야.
“크흐으….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은 무슨, 한 5분 뒤면 도착할 거야.
일순 교문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이 불현듯 이지아를 가리켰고 남자들의 시선 또한 그녀에게로 향했다.
뒤이어 이지아에게로 다가오는 남자들.
딱히 죄를 짓지는 않았으나 이지아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야 다가오는 남자들의 표정이 마치 잘 걸렸다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후문으로 방향을 돌리자 남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어! 뭐, 뭐야!”
―여보세요? 이지아?
“어, 언니! 이상한 남자들이 따라와요!”
―뭐?! 지금 어딘데!
“운동장! 아니, 지금 후문으로 가는 중이요!”
―후문으로 갈게!! 전화 끊지 마!
“하악! 하악!! 안 끊어요!”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된 추격전도 잠시, 뒤로 고개를 돌리자 한층 더 가까워진 남자들이 보였다.
“으아!! 뭔데!!! 나 아무것도 안 했다고오!!”
“이지아 힘이 아주 남아돌…. 어? 뒤에 저 사람들은 뭐야?”
“쌤!!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따라와요!!”
“뭐?! 이봐! 당신들―”
학교 건물을 나오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으나….
빠―악!!!
얼굴에 주먹이 꽂히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
그렇게 남자들을 피해 들어가게 된 2학년 건물.
“꺄아아!!!”
“뭐야? 저 아저씨들은?”
하교 시간이었던 만큼 그곳 또한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인파를 비집고 들어간 이지아는 겨우겨우 남자들의 시선을 피해 건물 후문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악…. 하악…. 언니! 따돌렸어요!”
―후문으로 나와. 주변 잘 확인하고.
“네!”
이지아는 벌떡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후문을 나섰다.
다행히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은 따라오지 않은 상황.
“언니 어디에요?”
빠―앙!
울리는 경적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4차선 도로 맞은편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차이량의 차가 보였다.
―그 새끼들은?
“학교에 있어요.”
―씹새끼들이 누굴 건드려? 잠깐만 기다려봐.
이내 우회전하며 골목을 빠져나온 한 차량이 학교 라인으로 U턴을 하려던 그때.
부아아아앙―!!!!
교차로에 있던 스타랙스 하나가 거칠게 배기음을 토해내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호까지 무시하며 달리던 차량은 점점 차이량의 차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어어?! 어?!!! 언니!!”
U턴하던 차량의 옆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꺄악!!”
카가가가가가가각!!!!
하나 들이받는 걸로는 모자랐는지 스타랙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런 개같은! 뭐 하는 새끼들이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이량의 욕지거리.
위태롭게 들썩이던 차량은 이지아의 눈앞을 지나갈 때쯤 전복되었고 몇 차례나 도로 위를 구르다 멈출 수 있었다.
쾅! 쾅쾅! 콰―앙!!
“언니! 언니이!!”
전복된 차량에서 나는 연기와 대답이 없는 차이량.
이지아는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
스타랙스에서 내린 남자들이 차이량의 차량으로 향했고 곧이어 그녀와 한채영을 차에 태우더니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고 난 거야? 어어?! 사람을 왜 데려가! 저기요!”
“신고! 신고부터!”
어느새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
뒤늦게 자신을 쫓던 남자들도 인파 속에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한 이지아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고,
“언니…. 언니….”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전화를 건 곳은 112도 119도 아닌 자신의 오빠였다.
* * *
한편 청와대 인근 T―VOX 전담 시설.
교도소처럼 높은 담벼락을 지나 진입한 부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와 건물 외관, 공원 등 김정태의 말대로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부지 한구석에 T―VOX 전담팀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개별 숙소는 물론 편의점, 헬스장, 수영장, 카페 등 일상생활 공간도 갖추고 있었는데….
“그리고 여기가 훈련장이자 사격장이에요.”
그중 나와 일행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던 건 바로 축구장만 한 크기의 외부 훈련장이었다.
“어지간한 군 시설보다 더 좋은 거 같지 말임다.”
“원래는 규모가 더 작았는데, 날이 갈수록 프로젝트의 중요도가 커지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좋네요. 저기 우측 건물은 CQB 공간인가 보죠?”
“예. 그 뒤편에 사격장이 있어요. 좌측은 전부 훈련 코스로 만들어져 있고요.”
“보안 시스템이랑 화기 배치는요?”
“안 그래도 원장님이 그 부분을 제일 많이 강조하셔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조던 하르펜 연구소나 타쿠마 요시미치 연구소를 참고하고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하는 식으로 했어요.”
“좋은 반면교사가 된 셈이네요.”
“그렇죠. 그리고 화기 배치는 아직입니다. 내부 경계병들만 기본 권총에 AR―15 계열 소총 무장을 유지 중이고 영내에 존재하는 여분 화기는 아직 없어요. 절차도 까다롭고 승인 과정이 복잡해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경계병들은 어디 출신이에요?”
“강서준 씨가 직접 데려온 ES 경호업체 사람들과 다윈 PMC 사람들이요.”
“음? 다윈이라면…. 환석 씨 회사잖아요.”
“맞슴다. 인력난인데 믿을 만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길래, 저희 회사 연결시켜줬슴다.”
‘하긴, 한국에는 PMC 회사 자체가 적으니….’
그렇다고 일반 경비 업체나 프리랜서들을 고용할 수도 없는 일이니 오히려 잘된 상황처럼 보였다.
“현성 씨!”
그때, 훈련장 입구에 있던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강서준과 SOU 팀장으로 기억하고 있던 남자였다.